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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고안될 돌로미티여행 D+2. 오늘 하루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에 빠져본다.

노니조아 2025. 7. 13. 15:00

몽트 섹에서 바라본 알페 디 시우시 서부지역

2025. 06. 25.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 트레킹 하는 날
본격적인 돌로미티 트레킹 첫 번째 코스는 알페 디 시우시. 해발 2,000미터를 넘나들 정도 고원지대가 축구장 8천 개 넓이를 자랑한다는 이곳에는 거미줄처럼 얽힌 트레일과 도로가 서로 교차하고 있다.

알페 디 시우시 주인노릇하듯 서있는 싸소룽고

넓고 푸르게 펼쳐진 초원이 마감되는 곳에 거대한 암봉이 마치 이 평원의 주인인양 버티고 서있어 그 풍광이 트레커를 압도한다.

색색이 수놓은 양탄자가 깔려있는 듯이 야생화가 지천이다.

그리고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 평원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오른다. 우리는 오늘 바로 여기 알페 디 시우시로 간다. 알페 디 시우시 접근은 오르티세이에서 곤돌라로 올라오는 방법과 차를 이용해 콤패치(Compatch)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콤패치로 들어가려면 09:30 이전에 들어가야 한다. 이후 시간에는 구역 내 호텔에서 숙박하거나 지역 주민을 제외하고 출입이 제한된다.

돌로미티 전문블로거 MY WAY님이 추천한 코스

준비한 트레킹 코스 둘!
우리는 돌로미티 여행을 준비하면서 맨 첫 번째 트레킹을 알페 디 시우시로 정하고 두 개의 트레킹 코스를 마련하였다. 첫 번째는 돌로미티 전문 블로거? ‘MY WAY(https://blog.naver.com/choigs293)’님이 추천한 코스를 변형한 것이다. 오르티세이에서 곤돌라를 타고 몽트 쉑(Monte Seuc)으로 올라와 compatch - Panorama2009를 다녀오는 코스로서 알페 디 시우시 진수를 느껴볼 수 있다.

곤돌라 운행시간과 관계없이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유유자적할 수 있는 코스

두 번째 코스는 곤돌라를 타지 않고 알페 디 시우시를 순전히 두 다리로 느껴보는 트레일이다. 오전 09:30 전에 콤패치(Compatch) 마을 안 공공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Panorama 2009 - trail 2번 길과 9번 길을 변주하면서 소네호텔까지 다냐오는 길이다. 우리는 오늘 이 코스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숙소에서 제공되는 공짜아침
돌로미티 서부지역 관문이 파쏘 가르데나 Passo Gardena. 아래 보이는 마을이 코르바라

아직도 버리지 못한 그 미련한 똥고집?
아침부터 친구들을 채근해 숙소가 제공하는 조식을 정해진 시간(07:30부터 식사가능)보다 일찍 마치고 차에 오른다. 구글 네비에 목적지를 콤패치로 설정하니 우회로를 알려준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인 파쏘 가르데나(Passo Gardena)가 통제된 상태라고 알려준다. 하지만 일찍 조식을 마친 친구들에게 트레일 B로 간다고 한 약속에 매몰돼 구글 안내를 무시하고 파쏘 가르데나로 차를 몬다. 코르바나 교차로에서 파쏘 가르데나 방면으로 차들이 올라가고 있는 것에 안도하며 헤어핀도로를 여러 차례 지나 파쏘 가르데나 정상애 당도한 우리 앞에 올 것이 왔다. 도로 통제 바리케이드!

주차공간이 가장 협소한 파쏘 셀라
헤어핀이 가장 심한 파쏘 포르도이

내 무모한 똥고집은 결국 돌로미티 첫 번째 트레킹부터 구겨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차를 돌려 당초 구글 네비가 알려주는 우회로를 따라가기로 한다. 40분이면 될 길을 한 시간 반이 넘는 우회로로 가야 한다. 그 우회로는 돌로미티에서 가장 험하다는 파쏘 포르도이와 파소 셀라 두 고개를 넘어야 하는 힘겨운 길이다. 그래도 어쩌랴! 짜증스러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긍정 마인드로 날 위로한다. 고마운 친구들의 들뜬 목소리에 묻어 힘들지 않고 오르티세이 곤돌라 탑승장에 도착한다.

곤돌라에서 내려다 본 오르티세이, 건너편 계곡에 세체다로 오르는 곤돌라가 있다.
몽트 셐에서 바라보이는 알페 디 시우시 평원

평화롭다는 표현이 부족한 알페 디 시우시 평원
오르티세이 곤돌라탑승장에 주차하고, 대롱에 매달인 무당벌레 같은 곤돌라로 몬트셐에 도착한다. 곤돌라타워 마당으로 나오니 광활한 알페 디 시우시 평원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오늘따라 날씨마다 푸르디푸르다.

트레일 6A는 서쪽을 두르고 있는 암봉을 바라보면 걷는다.

내 고집으로 두 시간이나 늦게 도착해 곤돌라를 이용한 트레킹 코스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몽트 셐에서 6A 트레일을 따라 서쪽 방향으로 트레킹을 시작한다. 길은 자전거와 트레커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흙과 자갈이 적당이 버무려져 있다. 해가 중천을 향해 가고 있어 제법 땀을 흘리겠다 싶은데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상큼하리만치 시원하다.

Sonne Hotel에서 시작하는 9번 트레일은 싸소룽고를 바라보면 걷는다.

트레일 6A와 트레일 6번이 만나는 길에서 6번 길을 따라 소네호텔(Sonne Hotel)로 방향을 잡는다. 소네호텔에서 시작하는 9번 트레일을 따라 살트리아(Saltria)로 트레킹을 이어간다. 많은 유투버와 블로거들이 추천하는 9번 트레일이기에 우리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9번 트레일 중간지점에서 지나온 길과 살트리아로 가는 길이 보인다.

9번 트레일을 걸으면서 뒤를 돌아보면 몽트 셐과 소네호텔이 보이고 앞을 보면 웅장한 싸소룽고 암봉이 항상 우뚝하다. 머리 위에서 내리쏘는 태양열이건만 선선한 바람이 심심치 않게 불어오니 더운 줄 모르고 평원을 걷는다. 하지만 이른 아침을 먹은 지 시간이 꽤 흘러 배가 고파온다. 살트리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식당을 찾아야겠다.

살트리아(Saltria)에서 콤패치까지는 버스로 
9번 트레일 종점인 살트리아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한 시 반. 야외 테라스가 텅 비어 투숙객이 아니면 받지 않는 곳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카운터로 가니 주문해도 된단다. 안도하는 마음으로 친구들을 불러 야외 테이블로 안내하고 맥주를 주문한다. 가져온 음식이 있는데 먹어도 되느냐 물으니 Sure!! 준비해 온 샌드위치, 과일과 주문한 맥주로 간단히 요기를 때운다. 이제 버스를 타고 이 지역의 서부관문 콤패치로 이동...

알페 디 시우시 서쪽관문 콤패치에서 리프트로 오르면 파노라마 2009 호텔이 나온다.

 숙소에서 제공한 게스트카드는 알페 디 시우시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살트리아와 콤패치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이라 알페 디 시우시 안에 있는 숙소에 묵는 관광객에게는 공짜지만 외부지역은 4유로(6,200원)를 지불해야 한다. 콤패치까지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콤패치에서 버스를 하차한 다음, 좀 거리가 있는 파노라마 2009로 올라가는 리프트 승강장까지 걷는다 서서히 피곤이 밀려온다. 

소네호텔에 5시까지 도착하려면.....
파노라마 2009에서 리프트를 내려 호텔 앞을 지나자 사방이 뻥 뚫린 환상적인 전망대 포인트가 나온다. 이곳에서 함께 간 친구들은 모두 파노라마 사진 촬영에 빠져있다. 어느 친구가 한 말, 개마고원에도 이런 풍광을 가진 곳이 있지 않을까? 남북사이에 여행 자유화되면 백두산 가는 길에 개마고원 트레킹도 같이 할 수 있겠다!!

오전엔 9번트레일 오후엔 6번 트레일...

살트리아를 출발할 때만 해도 시간이 넉넉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소네호텔에서 몽트 셐으로 올라가는 리프트 마감시간이 5시고, 그 시간까지 가려면 6번 트레일을 따라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6번 트레일을 따라 계속 걸어야 하는데 중간에 30B 트레일로 길을 잘못 잡는다. 아침에 헤맨 거야 차를 타고 가는 거니 괜찮았지만 트레킹 피로가 몰려오는 오후시간에 길을 잘못 드는 건 치명적이지 않는가? 다행히 등산에 진심인 친구가 경험에서 오는 직관적 조언으로 이내 바른 길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트레킹 첫날부터 실수연발. 앞으로도 이러면 큰일인데. 6번 트레일이 시작하는 소네호텔에 도착해 안도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리프트로 몽트 셐에 오른다. 숙소로 가는 길은 왔던 길의 역순이니 한 시간 반의 헤어핀 운전길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