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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디자인

나돌아다니는 병이 점점 도진다

by 노니조아 2020. 2. 2.

  그때가 초등학교 5학년 겨울이었다.

  학교에서 세계지도를 1절지 전지에 그려오라고 겨울방학과제를 내주었다. 동네 친구들 것까지 여러장을 신나게 그렸다.  시골 촌놈인지라 그때까지 서울조차 가 볼 기회가 없었는데 하얀색 도화전지에 세계 각 나라를 나름 세밀하게 그렸던 적이 있었다. 나라끼리 맞대고 있는 국경선도 가능하면 실제와 비슷하게 그리고, 각 나라의 서울이 있는 위치도 꼼꼼히 자리를 정해서 그려넣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그 후부터 지리과목은 성적이 꽤 좋았다.

  그렇게 학창시절이 끝나고 사회에 나오면서 나의 여행 편력이 시작되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인 1990년에 친구와 함께 일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큐슈 전도, 담요, 가스렌지, 취사도구를 배낭에 넣고 부산에서 하카다로 가는 배를 이용해 무작정 배낭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숙소는 학교 교실을 이용하기로 하고, 이동은 히치하이킹으로 정했었다. 결과적으로 절반은 당초 계획을 달성하고 돌아왔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은 외국계 회사에 몸담다 보니 자연스레 해외출장과 병행하여 자주 하게 되었다.

본사가 유럽에 위치한 관계로 유럽을 다녀올 기회도 수차례 갖게 되었고, 아시아 지역본부가 위치한 홍콩, 상하이 그리고 싱가포르는 자연스레 정례회의가 있어서 자주 다녀올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해외출장이 잡히면 업무와 관련되 자료를 준비하는 한편, 출장 전후로 하루나 이틀 정도 주변 관광지를 돌아볼 시간을 일부로 출장기간에 포함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예를들어 이탈리아에 북부지역에 위치한 공장에 출장 일정이 잡히면 미팅일정은 가능하면 화~목요일로 하고 일요일에 로마로 입성하여 월요일 하루를 로마시내투어를 계획한다. 돌아올 때는 목요일 저녁 밀라노에서 파리로 이동하여 파리에서 금요일 하루를 투어시간으로 활용하고 저녁 비행기로 귀국하는 스케쥴을 짠다.

  이런 여행습관이 한해 두해 쌓여가다 보니 여행을 기획하고 숙소, 교통편, 렌터카, 입장권 등을 예약하거나 가격을 비교하는 습관이 자연스레 몸에 배이게 되고 이제는 여행을 기획하면 여행사가 제공하는 왠만한 프로그램 수준의 팸플릿을 만들지 않으면 여행을 갈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80801 Aso Golf Tour.pp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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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다녀온 여행지를 정리하고 앞으로 다녀와야 할 미지의 여행지를 어떻게 갈 것인지를 기획하고 유의미한 여행이 되도록 여기에 기록으로 남겨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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