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추자도에서 허락된 시간은 오전 10:30까지이다.
제주로 돌아가는 배 출항시간까지 올레길을 보다 길게 걸으려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렇다고 날이 밝지않은 어두운 새벽시간에 산길을 걸을 수는 없으니 여명이 밝아올 즈음에 숙소를 나섰다.
신양항 앞에 있는 숙소를 나와 예초리까지 도로를 따라 걷고 있는데 어제 올랐던 돈대산에서 예초리로 이어지는 올레길과 이내 만나게 된다. 예초리까지 가는 길은 차로와 함께 걷는다.
가는 길옆으로 커다란 바위과 바위에 어울리지 않는 장승이 서있다. ‘엄바위장승’에 대한 소개글을 옮겨본다.
”옛날에 엄바위의 억발장사가 있었다. 엄바위 아래 바닷가에 "장사공돌" 이라는 바위 다섯개가 있었는데 이 바윗돌로 공기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횡간도로 건너 뛰다가 미끄러 넘어져 죽었다. 그래서 예초리와 횡간도 사람들은 서로 결혼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혼하면 청춘과부가 된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한다. 언제부턴가 마을 누군가가 억발장사를 상징하는 목장승을 깎아 세웠으며 예초리에 해마다 겉궁을 할 때면 이 엄바위 앞에 와서 한마당 놀고 소원을 빈다.“
예초리에서 황경한의 묘까지는 절벽 위로 이어지는 기정길이다. 가파른 절벽 위에 서면 탁트인 바다가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아침 일찍 어장으로 출근하는 어선들이 일렁이는 물결을 헤치고 나간다. 올레길에는 제법 이름난 기정길이 있다. 박수기정길 위를 걸어가며 익어가는 보리내음에 취해본 게 벌써 2년반 전일이다.
추자도, 황경한, 정난주 그리고 황사영
예초리 기정길이 끝나는 지점에 천주교 성지순례길이 나온다. 제주 올레 11코스를 가다보면 정난주마리아묘역을 거치게 된다. 정난주와 황경한 사이에 가슴을 에이는 사연이 추자도에 남아있다.
추자도 예초리, 천주교 백열한 개 성지 가운데 하나인 황경한의 묘의 맞은편에 내려다 보이는 물생이 바위 끝, 이곳에는 눈물형상의 십자가와 두 살 난 아기 황경한의 조형물이 있다. 황경한은 황사영 (1775~1801) 백서 사건의 당사자인 순교자 황사영 알렉시오와 신앙의 증인 정난주 마리아의 아들이다.
남편이 순교한 후 두 살 바기 아들 황경한과 함께 제주도로 유배가던 정난주는 배가 추자도를 지날 때 아들이 평생 죄인으로 살 것을 염려하여 경한을 섬 동쪽 갯바위에 내려놓고 떠났다.
이런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제주 에서 처음으로 천주교가 뿌리내린 곳이 추자도이며 목숨으로 지켜낸 230년 한국 천주교 역사의 한 커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름 모를 갯바위에 버려진 황경한은 마을 어부 오상선에게 발견퇴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살다가 생을 마친 후 제주섬이 가장 잘 보이는 곳(추자면 신양리 산 20번지)에 묻혔다.
황경한이 평생 어머니를 그리워 하며 걸었던 예초리 포구, 기정길, 추석산길, 신대산 전망대에서 우리는 황사영 알렉시오와 정난주 마리아, 황경한의 애절한 삶을 만나게 된다.
새로 추가된 18-2코스 핵심을 돌다.
어제 오후에 밟은 돈대산에서 상추자항에 이르는 코스에 이어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 18-1코스를 마무리한다, 일부구간을 제외하고. 제외된 구간을 대신하여 18-2코스에서 가장 멋진 구간을 이어서 가본다. 신양항 앞에 있는 스탬프포스트에서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스탬프를 찍고 대왕산으로 향한다.
담장 위에 앉아있는 냥이부부가 무심히 쳐다본다. 괜히 시비걸지 말고 걍 가라는듯 완전 무시태도다.
신양항에서 대왕산과 졸복산 방면 해안길을 걸어가다가 묵리방면 길로 바꿔 걷다보면대왕산으로 가는 18-2코스 올레길과 만난다.
대왕산 정상에 이르는 길에는 사람의 손길이 상당히 기여한 모습니다. 대왕산 정상에 오르는 길에 계단이 놓여있고, 졸복산 산허리를 감아도는 길은 넓고 편평한 길폭으로 뚫려있다. 정상에 오르니 상추자도와 섬생이섬이 구름이 개인 파란 하늘과 푸른바다 사이에 앉아있다.
졸복산 등허리로 난 올레길은 18-2코스가 가장 자랑하는 코스임에 틀림없다. 오른쪽에 앉은 청도와 왼쪽에 마치 사자가 앉아있는 형상인 수덕도가 반기고, 시원한 바람이 흐르는 땀을 거둬준다. 아마 맑은 날 시계가 좋으면 한라산이 보일 거 같다.
10:40에 출항하는 배가 입항하고 있다. 완도에서 아침에 출발해 신양항을 경유해 제주로 가는 화물선겸 여객선이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겨 나올 시각이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추자 올레길. 넉넉한 일정을 마련해서 천천히 돌아보기에 충분한 코스다
제주로 돌아가는 배에 올라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온 추자도를 다시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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