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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유럽

2001년 2월 아이들과 함께 한 서유럽 4개국 여행 - 7일차, 파리 시내를 해메이다

by 노니조아 2020. 2. 17.

1. 낯설고 어설픈 파리지앵 라 데팡스를 가다.

호스텔에서 주는 컨티넨탈식 아침. 빵, 시리얼, 우유 그리고 쥬스로 별반 고프지 않은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섰다.

여전히 아침 공기는 차가웠다. 거리에는 두툼한 겨울옷을 두른 사람들이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고, 우리는 초행길인 파리 거리를 여유롭게 걷고 있다.

 

오늘 일정을 아이들에게 설명하였다. 당초 파리에서 이튿날 일정은 파리의 기원인 시테섬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노트르담 성당을 관람하고 다리를 건너 퐁피두센터 - 콩코드광장 - 오르세미술관 - 로댕미술관 - 앵발리드 -개선문 - 몽마르트 순으로 일정을 잡았었다. 하지만 지쳐있는 아이들에게 좀 더 편안한 동선을 주어 덜 힘들게 코스를 수정하였다. 숙소에서 지하철로 신개선문이 있는 라 데팡스로 가서 첫 코스를 시작해, 몽마르트를 거쳐 파리 북역(Nord) -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 - 에펠탑에 올라 파리의 일몰을 보고, 어제 가이드가 알려준 파리의 한인 반찬가게에 들러 한식 메뉴로 저녁을 갖는 일정이다.

 

라 데팡스(La Fefence)는 파리 중심에서 서쪽으로 6km가량 떨어진 곳에 계획적으로 건설한 부도심이다. 46만 평 부지 위에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이 들어서 있으며, 도로와 철도는 지하로 연결되어 있어 소음과 공해가 적다. 또한 건축물들은 각각이 감각적인 조각품과 적절히 배치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많은 이들이 라 데팡스에 ‘새로운 개념의 미래 도시’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도시 설계를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라 데팡스식 개발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라 데팡스의 상징은 1989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세운 신개선문 ‘그랑드 아르슈(Grande Arche)’다. 나폴레옹 개선문과 일직선상에 서있는 거대한 아치형 건축물은 덴마크 건축가 스프레켈슨의 작품으로 높이는 105m에 이른다. 파리 중심에 위치한 개선문의 두 배 크기다.

신개선문은 하나의 조형물이면서 전시장과 회의장이 입주해 있어 업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조형물의 상징과 함께 내부 공간을 실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래의 도시에 걸맞게 환경 유해가스를 유발하는 차량이 지하로만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지상에는 차량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메트로를 타고 파리 북역으로 이동하였다. 파리 북역에서 내일 오후 런던으로 가는 유로스타를 예약하기 위해서다. 인터라켄에서 겪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되겠기에 아침에 오늘 이동 동선을 잡으면서 첫번째 고려사항으로 파리 북역에서 유로스타 예약을 꼽았다. 예약 티켓을 구매하고 몇번 플랫폼인지 사전 답사차 들어가보니 몇년 뒤에 한국에 도입될 고속열차 TGV가 서 있었다. 아이들에게 기념으로 사진에 담아주고 몽마르트 언덕으로 길을 잡았다.

 

2. 몽마르트 언덕에 올라.....

물랑루즈 캬바레, 길거리 화가, 집시 그리고 하얀 대리석을 몸에 두른 샤크레쾨르 대성당으로 유명한 몽마르뜨에 오르는데 오르막 계단이 꽤 길게 나있다. 하얀색 대리석이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으니 더 밝고 투명한 하얀 반사광에 눈이 시릴 정도다.

성당 앞마당에 서니 나즈막한 건물들이 드넓은 파리 시내에 골고루 퍼져나가고 있다. 난장이 건물이 보일락말락 할 지점에 59층짜리 몽파르나스 건물이 생뚱맞게 꺽다리 모양을 뽐내고 있고, 오른쪽에 우리의 시선을 잡아당기는 에펠탑이 자기를 봐달라고 하듯 폼나게 솟아있다.

몽마르트는 자유분방함을 즐기는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유명하다. 몽마르트의 마르트르(martre)는 ‘순교자(martyrs)’에서 유래했으며 언덕을 뜻하는 ‘몽(Mont)’과 합쳐져 ‘순교자의 언덕’을 의미한다고 한다.


해발 130m의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평지가 주를 이루는 파리에서는 시가지를 내다볼 수 있을 만큼 높은 지대에 속한다. 꼬불꼬불한 골목이 이어진 길을 따라 계단을 오르다 보면 시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꼭대기에 다다른다. 언덕에서는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파리 거리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다.

몽마르트르 주변에는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사크레 쾨르 성당(Basilique du Sacréur) 몽마르트르 묘지 등 관광명소가 있다. 사크레 쾨르 성당(Basilique du Sacréur)은 1870년의 프로이센 전쟁과 1871년의 파리 코뮌으로 프랑스가 혼란을 겪을 때 상처 입은 파리 시민들과 가톨릭교도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지어진 곳이다. 성당 꼭대기의 돔에서는 파리 시내의 전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몽마르트르 언덕의 채석장 터에 조성된 몽마르트르 묘지(Cimetière de Montmartre)에는 스탕달, 드가, 모로, 졸라 등 문인과 화가들의 묘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참배하기 위해 방문한다.

 

3. 파리의 기원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으로,

시테섬은 파리의 발상지로 섬의 길이 약 914m, 너비 약 183m로, 동심원상()으로 펼쳐지는 파리 시가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고대에는 켈트계()의 파리시족()이 거주하는 선착장()과 취락에 불과하였으나, 남북으로 달리는 도로의 요충을 이루어 로마시대에는 센강 양안()까지 발전하여 루티셔라 불렸다. 게르만 민족의 침입에 의해서 도시는 다시 섬 안에 한정되고, 이후 왕의 주거 ·대주교좌 ·고등법원 등이 설치되어 파리시()의 중핵()을 이루게 되었다.
섬의 남동부에는 12∼13세기에 건립된 노트르담대성당이 솟아 있고, 오테르듀(현재 파리 시립병원), 경시청, 역사상 유명한 콩시에르저리감옥과 고딕 건축의 걸작 생트샤펠성당이 있는 재판소가 있다. 섬은 파리의 상징이며, 섬의 서쪽에 있는 삼각형의 앙리 4세 광장이 뱃머리를 이루는 하나의 선박으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섬은 9개의 다리로 센강의 양안과 상류에 있는 생루이섬과 이어진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과 함께 노트르담대성당은 파리를 방문한 관광객은 누구나 찾게되는 명소이다. '노틀담의 곱추' 나폴레옹 대관식, 잔다르크 명예회복 재판정, 장미창으로 불리는 스테인드글라스, 69미터에 이르는 두 개의 종탑 등등.. 13세기에 지어진 이 대성당에 아이들과 함께 들어가 보았다. 프랑스의 역사적인 사건들이나, 미술사적인 작품에 대한 안목이 없이 들어서면 여느 성당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일 수 있는 성당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곳을 오기 전에는 성당이 가지고 있는 유물과 역사적인 사건들을 미리 학습을 하고 오면 그 역사적 사건이나 미술사적 가치를 함께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시테섬 관광을 마치고 에펠탑으로 갔다. 기울어가고 있는 해가 그림자를 땅바닥에 엿가락처럼 길게 뽑아내며 힘을 잃어갈 즈음 아이들과 에펠탑에 올랐다. 대부분 일층 전망대까지는 걸어올라가고 있다. 대부분 유럽의 젊은이들이다. 입장료도 없다. 이층부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게 된다. 튼실한 허벅지를 가진 젊은이는 이층까지 걸어올라가기도 한다. 물론 엘리베이터 보다 입장료가 저렴하다. 오전에 티하나 없이 맑던 하늘이 저녁 노을이 지자 희뿌였고 탁한 공기로 대기을 채우니 사진발이 영 아니다. 더구나 기온마져 햇볕을 거두어들이니 한기마져 올라온다. 파리의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픈 희망을 가지고 올라왔건만 이내 거둬들이고 저녁을 재촉하러 가야할 판이다.

가이드가 알려준 약도대로 한인 반찬가게를 어렵게 찾았다. 반찬을 사러 온게 아니고 반찬가게에서 한식도 먹을 수 있다는 정보에 이끌여 온 것이다. 제육볶음과 계란말이를 주문하니 먹음직스런 한식단이 차려졌다. 녀석들이 참 맛있게도 먹는다. 여행을 시작한 지 오늘이 7일째이니 뜨듯한 국물에 김이 피어오르는 금방 퍼온 쌀밥을 그동안 구경도 못하지 않았나.

간만에 행복한 포만감을 만끽하고 늦은 시각이 되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내일은 오전에 베르사이유 궁전을 다녀와 런던으로 넘어가야한다. 오늘 저녁에 미리 대충 짐을 싸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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