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베르사이유궁을 간다. 파리시내에서 RER C선을 타고 남서쪽으로 한시간 가량 달리면 베르사이유 역에 닿는다. 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넓은 광장에 태양왕 루이14세 동상이 있고, 그 뒤로 베르사이유 궁전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크 양식의 대궁전으로 루이14세 절대주의 왕제를 상징하는 건조물이다. 궁정을 호화롭게 장식해 권력과 재력을 내외에 과시하였으며, “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한 의도가 종합적으로 나타난 궁전이다. 정면 중앙 부분은 옛 건물을 보존하여 이질적이지만, 정원 쪽은 절도와 변화 있는 위용을 갖추어 각국 궁전의 모범이 된다. 호화로운 내장은 르브룅, 장대한 정원은 르 노트르, 건축은 르보 망사르가 담당하였다.
차가운 날씨에 구름까지 낮게 내려앉아 화려함을 뽐내는 자태보다는 지나간 역사의 빛바랜 흔적처럼 어딘지 모르게 처연함을 느끼게 했다. 궁궐 내부를 들어가면 각각 특색있게 꾸며놓은 방들이 연이어 있다. 여행책자를 들여다 보면서 '거울의 방', '전쟁의 방', '평화의 방' '황제의 침실',' 황후의 침실' 등을 둘러보았다. '거울의 방'은 길이 75m, 높이 12m의 넓은 방을 17개의 벽면으로 나누어 578개의 거울로 장식하였다. 궁정 축제와 중요한 행사를 거행하는 장소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옛 사치스럽던 영화는 온데간데 없고, 관광객들의 발길만 받아들이고 있는 한 겨울의 베르사유 궁전은 쇠락한 왕조의 뒤안길처럼 소슬하다.
다양한 형태로 조성된 분수와 정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궁전 맢마당으로 나와보니 더욱 쓸쓸하다. 분수는 동파 방지를 위하여 가동을 멈춰버려 물을 내뿜던 노즐만 보인다. 분수 주위로 만개해 있어야 할 화초와 꽃나무도 앙상한 가지에 겨울 옷을 두툼하게 두르고 있다. 베르사이유는 겨울에 올 곳이 절대 못되는 곳이라는 걸 새삼 절감했다. 화려한 궁궐의 모습을 즐기려면 초록이 깊게 드리우고 온갖 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햇살이 부드럽고, 포근한 봄에 와야 하는 걸
궁궐 앞마당에 내려서면 좌우에 화단과 분수가 조성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상록수와 활엽수 큰 키의 나무들이 마치 열병식에 도열한 군인들처럼 일정한 대형을 갖추고 늘어서 있다. 그 나무들 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미로찾기에 들어와 있는 것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늘어서 있는 나무 사이로 길게 운하가 들어서 있다. 그 길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길다. 운하에는 놀이용 배가 떠다닐 정도의 깊이가 되어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나무들 사이를 한참을 거어다니며 규모와 조형미를 감상한 후 출구를 통해 나왔다.
역으로 걸어가다가 점심으로 맥도널드에서 버거와 콜라 선택하였다. 유럽을 여행할 때 내게 가장 어려운 것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다. 일단 영어나 자국의 언어로 되어 있는 메뉴판에 Appetizer, Main dish, Dessert로 나뉘어진 걸 각각 다 주문해야는지? 메뉴에 써있는 요리가 어떤 식재료로 어떻게 조리하였는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가격도 주머니 사정을 부담스럽게 하는지라.. 이런 부담을 아예 가지길 싫어하다 보니, 그림으로 메뉴를 만들어 놓고 가격 부담도 적은 패스트 푸드점을 선호한다. 이러한 선택은 당초 식감보다는 배고픔만 해소하면 될 정도로 식탐 수준이 매우 낮고, 입도 나름 까다롭지 않아서 가능하다.
이런 내 입맛으로 아이들은 맛있는 요리를 접할 기회를 이번 여행에서는 가지질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다음 번에 여유로운 일정으로 여행을 오게되면 넉넉한 주머니 사정을 바탕으로 미리 이름있는 레스토랑과 메뉴를 미리 검색하여 와야겠다. 최소한 새로운 나라나 도시를 가게되면 대표되는 메뉴와 식당을 방문하는 걸 필수 여행코스로 포함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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