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로스타를 타고 해저터널 지나 런던으로
파리 북역 락커에 맡겨놓은 짐을 찾아 예약해 놓은 런던행 유로스타 열차가 기다리고 있는 플랫폼을 찾아갔다.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구간인 런던으로 넘어가야 한다.
유로스타는 도버해협 해저터널 50Km를 통과하여 런던에서 파리 구간과 런던에서 브뤼셀로 가는 국제 특급 열차이다. 런던-파리구간은 2:30분 정도 걸리고, 브뤼셀 구간은 2시간이 소요된다. 도버해협 해저터널은 1987년 착공해서 1994년 5월 개동되었다. 객차는 프랑스에서 생산된 TGV이며 시속 300km를 달린다. 유레일 셀렉트 패스가 있어서 반값만 지불하면 된다. 물론 Early Bird 예약(6개월 전에 예약시 저가로 나온 것)은 1/3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좌석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좌석 사이에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어 책도 보고 음식도 올려놓고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지도와 미리 마련해 둔 투어 계획을 넘겨주고, 런던 시내 투어 코스를 미리 도상 훈련을 하게 하기도 하고, 그동안 하루하루 여행을 마치고 여행기를 쓰라고 일러두었는데, 밀려있는 여행기도 보충하라고 했다.
차창 밖으로 야트막한 구릉이 끝없이 어어지는 프랑스의 시골 풍경이 하염없이 스쳐갔다. 우리나라 어느 곳이나 볼 수 있는 산과 내가 반복하여 교차해 지나가는 풍경은 볼 수 없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밭능선만 연달아 지나쳐갔다.
2. 런던의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고색창연한 국회의사당 야경을 바라보다.
잠깐 졸았는지 유로스타 열차가 킹스 크로스 역을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는 것도 몰랐다. 사위는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았고, 네온사인이 환한 빛을 내고 있었다. 짐을 챙겨 Underground(유럽은 Metro, 우리는 지하철이라고 한다)로 갈아타고 빅토리아역으로 갔다. 예약해 놓은 민박집이 빅토리아역에서 가깝다. 어렵지 않게 숙소에 도착해 방을 배정받고 짐을 한켠에 가지런히 놓았다. 민박집 주인은 젋은 커플인데, 영국에 유학 온 학생부부 같았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런던 시내로 나왔다. 지도를 보니 숙소 가까이에 영국 정치를 웅변하는 국회의사당이 있다. 숙소가 템즈강 제방 아래에 있는 자그마한 주택이었다. 집 앞에는 지선버스가 다닐 정도인 왕복 2차선 도로가 지나가고 그 너머로 제방과 강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이어져 있었다.
어둠이 깊게 내려앉아 있는데, 황동빛 가로등이 듬성듬성 서있어 거리가 환할 정도는 안되었다. 습기에 젖은 찬공기가 밤이 되면서 떨어진 수은주에 엉겨붙어 더 싸늘하게 느껴졌다. 어둑한 길을 걷는데 지나치는 사람도 거의 없어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이따금씩 높이 치켜올라간 모자에 텅스텐 도금 휘장이 빛나는 런던 경찰이 말을 타고 유유히 순찰을 돌고 있다.
국회의사당은 황동빛을 발하는 나트륨 가로등이 대리석에 반사되어 붉은색을 띠어 보였다. 국회의사당에서 템즈강 가로질러에 London Eye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여 제작된 원형 바퀴 모양 대관람차다. 다리를 건너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더는 돌아다닐 수 없어 숙소로 돌아왔다.
'지구촌 구석구석 > 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1년 2월 아이들과 함께 한 서유럽 4개국 여행 - 10일차, 여행의 마지막은 근위병교대식 (0) | 2020.02.17 |
---|---|
2001년 2월 아이들과 함께 한 서유럽 4개국 여행 - 9일차, 대영박물관과 런던 투어 (0) | 2020.02.17 |
2001년 2월 아이들과 함께 한 서유럽 4개국 여행 - 8일차, 베르사유궁전은 겨울에 가면 꽝! (0) | 2020.02.17 |
2001년 2월 아이들과 함께 한 서유럽 4개국 여행 - 7일차, 파리 시내를 해메이다 (0) | 2020.02.17 |
2001년 2월 아이들과 함께 한 서유럽 4개국 여행 - 6일차,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0) | 2020.02.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