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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아시아퍼시픽

NZ인생충전 D+8일 뉴질랜드 여행, 그레이마우스 해변 일몰에 가슴이 멎어버리네

by 노니조아 2024.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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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절반이 지나간다.
남섬이 보듬고 있는 보석같은 명소를 여한 없도록 만끽하고 보니 어느덧 여행도 절반을 지나고 있다. 테카포호수와 밤하늘을 빼곡히 채우며 반짝이는 은하수부터 밀포드 사운드까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우리 모두는 축복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마냥 행복했다.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길게 이동하는 날이다. 와나카에서 폭스 글레이셔스를 거쳐 남섬 서북 관문인 그레이마우스까지 정장 45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거리에다 편도 1차선 도로가 산모퉁이를 따라 구비구비 돌다가 해안선으로 따라 달려야 한다. 아마도 6시간을 꼬박 차 안에서 버텨야 하는 거리.

와나카가 숨겨둔 블루풀(Blue Pool)을 찾아서
와나카에서 출발한 우리는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와나카호수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를 주차장에 세운다. 블루풀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다.

Blue pool은 Wanaka에서 haast 방면으로 72km 지점에 있는 와나카의 숨은 보석이다. 도로 입구에서부터 빽빽한 숲길을 따라 20분 정도 들어가면 갑자기 확 트인 풍경과 함께 출렁다리가 나타나고 그 다리 아래에 남색 물감에 물든 강물이 고여있어 마치 풀장을 연상케 한다.

출렁다리는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듯 출입이 통제되어 지나갈 수가 없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볼 때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데 아쉽다. 하지만 물가에서도 청자빛이 감도는 무색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샌드플라이는 습기를 먹고 산다?
수주차장에서 블루풀까지 이르는 길 양 옆에는 이끼를 머금은 아름드리 수목들이 빼곡하다. 아름드리나무를 벗 삼아 사진을 찍으려고 걸음을 멈추고 서있으면 어느새 모기 유충처럼 생긴 샌드플라이가 손등을 물고 있다.

엊그제 밀포드 사운드를 다녀올 때 처음으로 손등에 크기가 마치 새끼모기처럼 생긴 게 손등을 따끔하게 물린 경험이 있어 이젠 그 존재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여행을 어기 전에 읽은 책에선 한번 물리면 그 가려움이 심해 여간 고생한다고 하였으나 아직까지 가려움이나 후유증은 없는 거 같다.

빙하를 만져보려 했건만.
와나카호수에서 발원한 하아스트강(Haast)이 마침내 사해바다인 태즈만해와 만나는 곳에 Haast가 있다. 여기까지는 강변을 따라 만든 구불구불 산길이고, 그레이마우스까지는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구간이다. 우리와 반대인 동저서고지형을 가진 남섬은서해안 가까이 고산연봉이 줄지어 서있다. 당초 일정은 Fox Glacies에서 휴식과 점심을 먹으면서 빙하가 보이는 곳까지 트레킹을 하는 것인데 비를 머금은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패스하기로.

낮게 드리우고 있던 구름이 점심 무렵이 가까워지면서 얇아지더니 바다에서 쳐 올라오는 바람에 자취마저 감춘다. 시원스레 바다가 열리는 자리에 차를 멈추고 런치타임을 갖는다. 이른 아침 주방팀이 마련한 과일, 샌드위치 그리고 주스를 휴게소 탁자 위에 진열해 놓는다. 언제나 그러하듯 우리는 또 소풍 나온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런치를 즐긴다.

뉴질랜드에 자주 마주치는 모습들
지난 일주일 동안 남섬 명소를 다니면서 자주 마주쳤던 모습 중 내 시선을 잡는 게 있었다.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 어딘가를 열심히 걸어가는 하이커 그리고 도로를 달리는 사이클 라이더 그들이다. 고대 유적이나 아름다운 조형물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연경관이 해외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뉴질랜드는 아름다운 자연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많이 조성해 놓았다. 특히 3박 4일 동안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밀포드 트레킹은 전 세계 트레커들에겐 성지로 꼽고 있다.

또한 거센 바람과 싸우며 페달링에 온 힘을 쏟으며 달리는 사이클 라이더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나이 지긋한 시니어들이나 젊은이들이 혹은 단둘이서 혹은 여럿이 라이딩을 즐긴다. 제법 고도가 있는 고갯길에다 맞바람마저 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는 모습도 간간이 만날 수 있었다. 쉼터에서 휴식을 갖고 있는 부부에게 말을 걸어본다.
“하루에 몇 킬로 정도 달리나요?”
“대략 80킬로 정도? 우린 지금 남섬을 돌고 있어요”
“남섬을 한 바퀴 돌면 몇 킬로쯤 되나요?”
“아마도 3천 킬로 됩니다. ”
“며칠을 계획하고 있나요?”
“40일 정도. 이제 목표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Wow Great!! Strong wind and high hill! You’re superman!”
“No, no. May riders used to do it”
400킬로 남짓한 제주도 일주 라이딩도 주저하고 있는 내겐 그저 놀라움뿐이다.

이른 저녁을 가진 이유는?
8시쯤 와나카에서 출발해  블루풀과 폭스 글레이셔스를 거쳐 그레이마우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무렵이다. 거의 낮시간을 차 안에서 보낸 셈이나 마찬가지. 하늘을 가렸던 구름은 말끔히 지워지고 파란 하늘엔 조각구름만 노닐고 있다. 서해안 끝에 있는 그레이마우스는 아름다운 해변을 갖고 있다. 우리는 빨리 저녁을 먹고 해변으로 나가자는데 의견합치.

필립이 뉴질랜드에 살 때 자주 먹었다는 민스파이를 마트엑서 사고, 도착 첫날 한인마트에서 구매한 라면이 많이 남아있어 이 두 가지로 간편한 저녁 메뉴를 차렸다. 박스 와인으로 ‘위하여’를 외치고 게걸스레 면치기에 들어간다. 부족한 양을 민트파이로 채우고 모두들 차에 오른다.

그레이마우스 일몰에 빠져본다.
바다로 길게 뻗어있는 방파제 근처에 차를 세우고 해변으로 달려간다. 수억 년 동안 파도에 씻기고 단련된 몽돌이 길게 모레사장을 대신하고 있다. 해를 맨눈으로 바로 보기 어려운 걸 보면 일몰이 시작하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더 있어야겠다. 바람에 떠밀려온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고 몽돌 사이를 촤르르르르 소리를 내며 규칙적으로 쓸고 있다.

서녘하늘에 못 박혀있듯이 눈부시던 태양이 서서히 수평선으로 다가가면서 그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동안 몽돌이 지천인 해변에서 없어진 줄 알았던 동심을 끄집어낸 듯이 즐거운 시간이 점점 무료해질 무렵이라 붉게 물들어 가는 석양으로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흩어져 놀고있던 동료들이 한 곳으로 모여든다. 저마다 폰을 꺼내 붉게 물든 석양을 담아보기도 하고 함께 카메라 앞에 모여 포즈를 취해본다. 남섬을 여행하는 동안 처음으로 해변에서 시간을 가져보는거라 선지 들떠있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이제 태양은 수평선에 모여선 구름 사이로 오늘 하루를 하얗게 태우고 저물어가고 있다. 남섬에서 마지막 하이라이트에 우리는 감동하였고 상기된 얼굴을 서로 마주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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