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6. 07. 우리 부부의 여행이 시작된다.
실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여행을 떠난다. 2020년 봄에 떠나기로 하고 2019년 연말까지 항공권이며, 숙소 등을 모두 예약해 놓았는데, 하필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어버리는 바람에 여행일정을 포기하면서 예약해 둔 것들에 대한 위약금을 일부 부담하는 내출혈을 감당하였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오늘 우리 부부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 9호선 역에 우리를 바래다준 아들에게 배웅을 받으며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에 오른다. 회사 업무로 해외 출장을 떠날 때는 집을 나서면서부터 택시와 공항버스를 이용하였으나 은퇴한 지금은 가성비가 국룰이다, 촌각을 다투어햘 할 업무도 없는 그야말로 룰루랄라 여행이지 않은가.
환전 예약한 은행창구애서 약간의 유로화를 찾았다. 요즘은 카드로 대부분 비용으로 결제할 수 있어 최소한의 금액을 소지하는 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더구나 유럽에 이름난 관광도시엔 소매치기가 극성이라지 않는가. 미리 스마트 체크인까지 해놓은 상태라 위탁화물 부스에서 직접 캐리어에 태그까지 붙여보내고 비대면 출국심사를 마치는데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쇼핑대신 라운지이용이 트렌드?
짧아진 체크인과 출국심사 시간으로 굳이 공항에 출국 세 시간 전에 오기보단 1시간 반 전에만 와도 충분할 거 같다. 이전엔 모처럼 해외에 나간다는 설렘과 면세점 쇼핑이 시간을 할애하여야 하기에 세 시간 전에 왔다면 요즘은 미리 공항에 와서 공항이 제공하는 여러 부대시설을 이용해 보는 색다른 경험에 일찍 오는가 보다. 우리도 그에 편승해 카드사가 제공하는 라운지 서비스를 이용해 본다. 비행기에 탑승하면 곧바로 식사가 나올 걸 알지만 아침을 거르고 나온 지라 천천히 시간을 갖고 이것저것 꽤 챙겨 먹는다.
‘Door closed!!’ 멘트가 나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는데 비행기는 게이트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서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기장이
“공항 사정으로 출발이 지연되고 있으니 기내에서 기다리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라고 설명해 준다. 40분가량 지나서 게이트를 빠져나간 비행기가 드디어 힘차게 활주로를 박차고 솟아오른다. 우리 부부는 한국을 떠나 그토록 기다려왔던. 이탈리아 로마로 비행을 시작하게 되고 14일간의 여행에 서막이 열린다.
로마로 고고~~~~
역시나 이륙한 지 30분가량 지나면 비행기는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승무원들 손길이 무척 바빠진다. 기내식을 제공되는 순서가 왔다. 우리는 라운지에서 배고픔을 이미 지우고 올라왔지만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갖는 첫 번째 순서가 기내식이니 그냥 패스를 할 수 없지 않은가. 우리는 제공되는 메뉴 중에서 한식과 양식을 각각 하나씩 주문하여 나눠먹기로 한다.
기내식을 먹고 나서 VOD가 제공하는 영화를 한 두 편 골라본다. 밀수는 극장에서 본 것인데 시간을 보내기엔 괜찮아 보여 골랐고, 대외비는 기내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다. 아내는 원자폭탄 개발의 주역을 주제로 한 영화 오펜하이머를 선택한다. 지난봄 뉴질랜드 여행 때 본 적이 있는데 내겐 무척이나 지루한 내용으로 남아있다. 가끔씩 창밖을 내다본다. 중국 산둥반도를 지나는 거 같아 연태에 있는 108홀 규모를 자랑하는 동해남산 골프장을 찾아보는데 쉽지가 않다. 영화를 보다 지루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보내니 이번에 내몽고 사막지대 위를 날고 있는 거 같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교통편은?
두 번째 기내식을 먹고 양치까지 마치니 비행기 고도가 도시의 모습이 가까이에서 잡힐 정도다. 출발은 비록 늦었으나 거의 예정된 시각에 도착한다는 기장의 맨트를 마지막으로 비행기는 활주로에 안착한다. 20년 만에 다시 로마에 내렸고 아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럽땅에 내려본다. 게이트를 나와 안내표지판으로 따라 입국심사장에 도착한다. 대기열도 별로 없는 입국심사대에 당도하니 물어보는 질문 하나 없이 여권 스탬핑 하고 패스한다. 캐리어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좀 지체되었으나 입국절차를 모두 마치는데 50분도 채 걸리지 않았나 보다. 몇 년 전인가, 워싱턴에서 입국심사만 꼬박 두 시간 반을 허비 한 거에 비하니 얼마나 편한가.
이제 로마 시내로 가야 한다. 어차피 버스나 열차나 테르미니역으로 간다. 공항익스프레스열차는 45분 정도 소요되는데 14유로이고 테르미니역까지 가는 공항버스는 60분 정도 걸리는데 8유로다. 우리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입국장을 나와 버스표시가 된 표지판을 따라 대합실을 가로지르다시피 걸어가니 Gate 12번에 버스들이 기다린다. 매표소애서 티켓을 구매하니 앞에 보이는 버스를 타라고 한다.
사실 입국장 문을 나서면서 부터 순간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다. 낮시간도 아니고 밤 9시에 가까워지니 시내까지 가면 10시고 다시 20여분 거리의 숙소까지 밤늦은 시간에다 아직까진 로마의 치안에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긴장속에서 다행히 버스에 올라 테르미니에 무사히 도착한다.
지금으로부터 21년전 아이들과 로마에 입성하면서 첫번째로 남긴 그 자리에서 그때를 기억하며 아내와 인증샷을 남겨본다. 그 때는 겨울이고 테르미니역은 스산하고 한산하였는데 여름 초입인 지금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시설도 그때에 비해 훨신 다양해졌으나 지붕의 비대칭 곡면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낯설지가 않다. 이렇게 우리는 테르미니역의 무심한 환영을 받으며 로마에 입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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