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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유럽

2005년 5월 프라하 One Day 투어

by 노니조아 2020. 2. 17.

  프라하는 인구 120만의 크지 않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 괴테가 여행을 와서 붙여준 '백탑의 도시'라는 별명 외에도, 유럽의 음악학원, 북쪽의 로마로 불리기도 하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가진 프라하는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로 자리잡은 9세기 말부터 천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신비의 고도이다. 작은 골목 하나하나에도 중세의 향기가 배어있어 프라하를 중세도시라 할 수 있다.

 

  섬나라 일본의 고도 쿄토는 대륙과 떨어져 있어 빈번히 일어나는 전쟁의 포화를 피할 수 있는 데 반해 대륙의 한가운데 위치하여 수없이 반복되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 자체에는 남다른 보헤미안 특유의 기질과 국민성이 기저에 흐르고 있지 않을까?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이 곳은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코, 로코코, 아르누보 등의 다양한 건축양식이 제각기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어 도시 전체가 예술 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고 자랑하는 우리의 역사를 증명하는 유적과 건축물을 여기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나마 아직까지도 옛모습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유적과 유물을 어떻게 보존하고 간직해서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것같다. 에밀레 종을 지금처럼 그냥 걸어두고 전시만 해야할지, 아니면 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을 지금까지 발휘하도록 하루에 한번씩 종소리를 울려주어야 할 지를 고심하게 한다.

 

   말뫼에서 프라하로 이동해 여행에 투하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반나절이다. 금요일 오후에서 토요일 귀국편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해야하는 저녁 5시까지이다. 시간으로 환산해서 1박 일이라하지만 엄밀히 29시간이 내게 주어진 시간이다. 이 시간을 아껴서 할용도를 극대화하려면 여행의 동선을 잘 그려놔야 한다. 그래야 충분치 않은 시간속에서 여유롭게 볼거리를 감상할 수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프라하 남쪽 블타바강 기슭에 자리한 비쉐흐라드에 올라 체코가 자랑하는 드보르작, 스메타나, 알폰소 무하, 얀 네루다가 잠들어 있는 묘지를 둘러보고, 체코의 독립을 향한 벨벳혁명이 심장이며, 신시가의 중심인 바츨라프광장을 지나 구시청사와 천문시계탑에서 점심을 먹고나서 카를교를 마지막으로 하는 일정이다.

 

  비쉐흐라드역에서 산으로 난 계단으로 오르다 보면 이상한 기둥이 땅에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악마의 기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이 기둥들은 악마가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악마는 언덕위에 있는 성당의 사제에게 내기를 했는데, 악마는 사제가 미사를 끝내기 전에 로마에 있는 베드로성당에서 기둥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결국 성 베드로의 도움으로 사제는 내기에서 이겼고 화가 난 악마는 기둥을 비쉐흐라드교히 지붕에 내동댕이쳤다. 그 후 몇 년간 무너진 지붕을 무너진 지붕을 고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로마네스크양식의 성 베드로 바시리카 기둥이 맞을 것이라고 한다. 공원에 가지런히 마련된 예술가와 문학작가 누워있는 묘지를 잠시 거닐고나서 바츨라프 광장으로 옮겼다.

 

   바츨라프광장은 국립박물관을 시작으로 폭 60미터에 길이 1키로미터 남짓의 대로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1960년대 소련과 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민주화운동인 프라하의 봄과 무혈쿠데타인 벨벳혁명이 일어난 바로 그 현장으로 체코가 자유를 되찾게 된 역사적인 사건을 오롯이 안고 있는 자리인데, 지금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쇼핑의 거리로 발전되어 있다. 지금도 국가적인 행사는 대부분 이 바츨라프 광장에서 치러진다고 한다. 7~80년대 서울역 앞이나 지금의 광화문광장을 연상하면 될 거 같다.

 

바츨라프광장 끝에서 우측으로 돌아 조금만 걸어가면 구시가 광장이 나온다. 수많은 관광객으로 항상 붐빈다는 구시가광장에는 마틴 루터보다 100년을 앞서 종교개혁을 시도한 얀 후스의 거대한 동상이 광장 한가운데 서있고 틴성당, 구 시청사, 천문시계등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각각의 건축 양식을 뽐내며 서있다. 그중에서 특히 천문시계는 단연 관광객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으 받아오고 있는 프라하의 명물이다.

 

매시 정각 5분 전마다 시계 위의 창문에서 그리스도의 12제자와 암탉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시계는 두개가 걸려 있는데 천문시계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만든 것이라고 한다. 천문시계가 걸려있는 탑 위를 올라가서 바라보는 프라하의 경치 또한 상쾌하다.

시계탑까지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면 천문시계쇼를 바라보는 인파들이 모여있는 광경을 내려다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아침 일찍 서둘러 시작한 프라하 시내 투어가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었다. 뱃속이 배어있다는 신호가 오는 걸 막을 수 없어 광장 한켠에 있는 가게에서 햄버거와 콜라 하나 사서 광장 앞에 아무데나 앉아서 요기를 했다. 오월의 따가운 햇살이 아침 일찍부터 자못 긴 거리를 걸었음에도 습도가 낮아서인지 땀이 흐를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그제 야간 열차로 이동하고 어제도 밤 늦도록 걸은 탓인지 졸음이 엄습해왔다.

 

마땅히 앉을 곳도 없고 해서 그냥 앉은 저리에서 누워버렸다. 어차피 이 길은 차도 다니질 않으니 위험할 일은 없었다. 한 30분 가량을 존 것 같았는데 잠에서 깨어나니 무척 몸이 개운하다. 역시 잠은 가장 절박할 때에는 양보다 질이 분명하다.

 

구시가 가 광장에서 골목길을 한참 가면 시커먼 탑 아래로 카를교가 나온다. 카를 4세에 의해 세워진 길이 520m, 폭 9.5m 규모의 다리로 다리인데 건설당시 오랫동안 홍수로 인해 다리가 계속 소실되어 좀 더 견고하게 하기 위하여 우유와 게란, 와인을 회반죽에 섞어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다리 난간 양쪽에는 각각 15개씩 30개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성경에 나오는 인물과 체코의 성인들이다. 그 중에서 체코의 순교 성인, 성 네포무크 성인은 이 다리에서 거꾸로 떨어져 숨졌는데, 그 떨어졌던 지점에 손바닥만한 청동십자가가 난간에 박혀있고, 또 성인의 동상에도 떨어져 순교하는 모습을 동판에 새겨놓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동판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비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얼나마 많은 사람들이 만졌는지 황동이 반들반들하게 빛나보였다.

 

그 중에서 성 존네포무크 성인은 이 다리에서 꺼꾸로 떨어져 숨졌는데 그 떨어졌던 지점에 손바닥만한 청동 십자가가 난간에 박혀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손을 올려 놓고 소원을 빈다. 그리고 네포무크 조각상에도 당시 떨어져 순교하던 모습을 동판에 조각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그 곳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빈다.

 

어제 밤 프라하성의 야경에 푹~ 빠졌던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와봤다. 밤이 아니고 환한 대낮에. 대낮에 까를교 너머에 보이는 프라하 성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하는 장난끼가 빌동하였는데, 막상 와서 보니 낮에 보이는 경치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야경이 압권임은 부인할 수 없다.

까를교를 마지막으로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짐을 가지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규모는 그리 크지않아 보였고, 대한항공과 코드셰어하고 있는 체코항공이 함께 서울노선을 운항한다. 면세점에서 와인 유리 세공품과 프라하를 이미지할 수 있는 소품 몇개를 사고 게이트로 와 탑승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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