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촌 구석구석/유럽

2001년 2월 아이들과 함께 한 서유럽 4개국 여행 - 10일차, 여행의 마지막은 근위병교대식

by 노니조아 2020. 2. 17.

1. 버킹검 궁에서 열리는 근위병 교대식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날이다. 로마를 시작으로 스위스와 파리를 거쳐 런던으로 이어지는 일정에서 마지막 날이다. 오후 늦게까지 마무리 투어를 마치고 바로 숙소에서 런던 히드로공항으로 갈 예정이라 아침에 미리 짐을 꾸려놓아야 했다. 11시반에 거행되는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위해 숙소를 나섰다. 기왕이면 괜찮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일찍 나섰다.

  근위병 악단을 필두로 교대식에 참석하는 행렬이 버킹검궁을 향해 대오를 맞추어 걸어들어왔다. 이모습을 보기위해 몰려든 관광객의 안전과 행사가 혹시 방햐는 받지않을까를 우려하여 경찰들이 말을 타고 다니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악단을 이어서 말을 탄 근위병이 들어오고, 마차가 호위를 받으며 맨 마지막에 입장을 하여 버킹검 궁안으로 들어갔다. 궁 안에서 오후에 버킹검 경비를 맏을 근위병 교대식이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가 서있는 곳에서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2. 여행을 마무리 하면서

   근위병 교대식이 끝나자 교대식에 참석한 기병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Horse Guard로 내려가 경비를 서고 있는 근위기병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아이들이 살그머니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이제는 별일 아니라는 듯 무관심하게 서있다. 제임스파크로 자리를 옮겨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내게는 여행일정이 마무리되어가는 마당이라 그냥 머리를 비우고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주기로 하였다.

   회사에 열흘간의 휴가를 얻어 아이들과 유럽여행을 출발하였다. 아내도 함께 왔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았을텐데, 그놈의 직장이 뭐라고... 시기적으로 유럽 여행을 갖기에 겨울은 썩 좋은 계절은 아니다. 춥고, 낮의 길이도 짧아 여행지별 시간 활용이 적절지 못하다. 두툼한 옷을 입어야기에 들거나 끌고 다닐 가방도 제법 커야만 했다. 다만 성수기가 아니어서 가격적인 메리트는 있는 편이다.

   이번 여행기간 중에 딸아이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는데, 여행을 오는 바람에 졸업식에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을 기회도 가질 수 없었다. 청주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한 뒤 얼마 못다니고 천안으로 전학왔다가 다시 서울로 왔다. 초등학교만 세번을 옮긴 셈이다. 아들도 초등학교를 청주에서 시작해 천안으로 전학와서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한 뒤 일년만에 서울로 올라왔다. 내 직장 때문에 아이들의 학창시절이 자꾸 조각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들녀석은 초등학교 동창으로 만나고 있는 친구가 하나도 없다.

썩 능숙치 못한 영어지만 여행을 하는 내내 크게 낭패를 보거나, 어려움에 처하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더구나 아이들이 엄마 체력을 닮아선지 아프질 않았던 게 가장 큰 행복이었다. 처음에 시차 적응을 못해 졸음에 지쳐버린 딸아이도 이내 시차를 극복하였고, 아들녀석은 표정 변화 하나없이 꾿꾿하게 잘 다닌다. 이따금씩 시키는 심부름도 곧잘 헤내고...

이번 여행이 앞으로 있을 가족여행의 시발점일 것이고, 그 첫단추가 아주 알차게 꿰진 것같아 흐믓하고 즐거웠다.

 

런던의 오후 일정을 자연사박물관에서 공룡의 꼬리를 만져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숙소에서 짐을 챙겨 히드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전철에서 차창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해질 무렵의 평화로움에 잠겨 있다. 무질서와 기다림으로 악명높은 히도로공항 출국심사를 인내하여 드디어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 좌석에 몸을 누였다. 피로가 엄습해온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