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06. 27. 세체다, 산타막달레나 그리고 아돌프 문켈 트레일
밀라노공항에 내린 이후 오늘까지 아침을 여는 날씨는 늘 맑고 청량했다. 마치 비가 온 다음날 쨍한 모습 같은 아침이 날마다 이어지니 여행은 자연스레 유쾌한 웃음과 함께한다. 오늘 아침도 예외 없다. 도로공사로 인해 한 시간 가까이 우회하는 지루한 시작이지만 친구들은 지역방송을 개국? 하고 우리 여행을 중계하는 이원 생중계 놀이로 키득키득!!

세체다 케이블카 주차장은 벌써부터 만원인가? 입구부터 차가 밀린다. 세체다로 올라가는 곤돌라는 Funes까지고 여기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정상에 오른다. 케이블카가 정점에 다다를 무렵엔 깎아지른 듯 서있는 절벽이 우리들 쪽으로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착시를 불러온다.

아, 세체다(Seceda)! 믿기지 않을 풍경….
오늘 우리가 세체다에서 갖게 될 트레킹 코스는 Seceda 2500 - Seceda 2518 - Trail 6 - Trail 1 - Trail 2B - Rif. Pieralogia - Trail 2B - Trail 13B / 13 - Rif. Firenze - Col Raiser로 대략 3~4시간을 예상한다.


케이블카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일제히 언덕길을 따라 올라간다. 세체다에서 가장 높고 조망터이자 숨 막힐 듯 경이로운 대자연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곳, 바로 세체다 2518이다. 여기에 서면,

뒷모습은 깎아지른 침봉을 하고 있으면서 앞모습은 초록초록한 옷으로 예쁘게 단장한 경이로운 오들레산군과 마주하게 되고,

날카롭게 솟구친 봉우리들에서 시원스레 흘러내려온 푸르른 평원엔 드문드문 앙증맞게 엎드려있는 축사와 산장을 트레일이 유유히 이어주고 있다. 흘러내려간 평원 끝자락엔 단단한 근육을 자랑하는 싸소룽고 봉우리가 장엄한 광경에 정점을 찍고 서있다. 돌로미티 홈페이지에서 이 광경을 단 두 단어로 말한다, INCREDIBLE SCENERY!!

세체다 2518에 서있는 십자가 앞에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게 허락해 준 아내, 응원을 아끼지 않는 장성한 아들과 딸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과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빌어본다.


세체다 암봉 뒷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들여다보려는 부질없는 욕심일까? 철조망을 넘어가 사진을 찍는데 명찰을 단 분이 위험하다며 올라오라고 한다. 세체다 관리인일까 하면서 위로 올라온다.
세체다가 우리에게 선사한 진한 울림을 파노라마에 담아본다. 친구는 “우리에게 이런 자연 풍광을 최소한 하나 정도는 줘야지 않아? ㅆㅂ”하며 짙은 불평을 내뱉는다.


정먈 Incredible scenery에서 벗어나 본래 트레일코스로 들어선다. 피에라롱기아산장(Rifugio Pieralongia)까지 이어진 트래일은 침봉 아래를 밋밋하게 가로질러 가는 길이라 특별히 체력을 요하진 않는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여행객들을 만나면 자기 나라 언어로 인사하거나 만국공통 인사말 Hi~~~ 를 나누며 지나간다.

금강산도 식후경!
피에라롱기아산장(Rifugio Pieralongia) 뒤애는 쫑긋 세운 두 귀모양 바위가 서있다. 산을 좋아하는 친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니어처 마이봉’이라 부른다. 한 시간가량 걸어온 거 같아 우리는 적당한 곳에 자릴 잡고 앉았다. 점심울 먹기엔 이른 시각이지만 아침을 7시에 먹었으니 배가 고파올 때는 맞다.

샌드위치, 납작복숭아, 사과 그리고 청포도와 음료수로 가벼운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누린다. 우리처럼 자유여행을 온 여고 동창그룹 중 한 분이 셀카놀이하는 걸 구경하다 보니 일어날 시간이다.


마이산 미니어처를 배경으로 그룹 셀카를 찍고 Col Raiser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밋밋하게 흘러내리는 재형을 따라 다소 지루할 정도롤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선장을 잘못 만나 친구들이 개고생!
산장에서 출발한 우리는 계획한 트레일 13B를 잊고 Col Raiser 이정표만 생각하다 보니 트레일 4B로 들어선 걸 한참 뒤에 알아차렸다. 아니다! 나만 알아차렸고 친구들은 나만 의지하고 가니 맞는 길인줄 알고 있는 거다. 어쩌랴! 길을 잃고 걸어도 마냥 즐거운 걸.


콜 레이저(Col Raiser)에서는 산타 크리스티나로 내려가는 리프트가 있고, 아침에 우리가 내린 세체다 2500으로 올라가는 리프트 승강장도 같은 위치에 있는 걸로 착각했다. 이 착각은 일행들에게 왔던 길을 되짚어 올라가는 짜증스러운 고행을 불러오게 한다. 다행히 산꾼친구의 적절한 판단으로 세체다로 올라가는 승강장을 찾을 수 이어 다행. 온 길을 되짚어갈 힘을 보충하기 위해 산장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켠다.

세체다 2500 케이블카 탑승장 앞에 마당에서 다시 한번 세체다! 믿기지 않는 풍광을 눈에 꾹꾹 눌러 담고 나서 언제 다시 여길 올 수 있으랴! 하는 아쉬운 작별을 남기고 하산.

유럽인이 사랑하는 아돌프 뭉켈 트레일(Adolf Munkel Trail)
아돌프 문켈 트레일은 우리나라 여행사 상품에는 들어있지 않은 코스로 자유여행자들도 많이 찾지 않는다. 하지만 유럽인들에게 갸쟝 사랑받는 코스로 소개되고 있다. 오전에 다녀온 세체다 침봉 뒷덜미 아래 숨겨진 명소다.

세체다에서 산타막달레나까지 40킬로도 안되는데 거의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거의 오후 4시가 가까워지는 시각에 트레킹을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트레킹은 다음으로 미루고 대신 돌로미티가 숨겨놓은 인스타 성지를 다녀오기로 한다. 평화로운 마을 한가운데 산타 막달레나교회가 앉아있고, 그 뒤로 하얀색 오들레 침봉이 날카롭게 서있는 고요한 광경이 전 세계 사진작가를 불러 모은다.


주차장에서 이 명작을 찍을 수 있는 뷰 포인트까지 20여분을 걸어야 한다. 중간에 서있는 교회룰 둘러본다. 마당 에는 공동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분의 유족인지 두 분이 묘지 곁에 서서 얘기를 나눈다.

뷰 포인트에 도착해 더위도 식히고, 이 평화로운 모습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휴식을 가지면서 오늘 하루동안 경험한 벅찬 감동울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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