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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돌로미티

탈고안될 돌로미티여행 D+5. 최고봉 마르몰라다를 바라보며 걷는 비엘 달 팡 트레일 그리고 마주쳤던 다양한 군상...

by 노니조아 2025. 7. 19.

오른편으로 만년설을 이고 서있는 돌로미티 최고봉 마르몰라다

2025. 06. 28(토) 빵의 길로 불리는 비엘 델 판(Viel del Pan)을 트레킹한다.
오늘은 토요일. 월요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시작된 우리 여행도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로 접어든다. 계획대로라면 오늘은 한숨 돌리며 휴식을 갖는 일정이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돌로미티 날씨가 미덥지 않아 맑을 때 부지런히 돌잖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며.

오늘 걷는 길은 일명 빵의 길이라는 비엘 델 판 601 트레일이다. 중세 시대에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세금을 피하기 위해 밀과 빵 등을 운반하던 길이었다고 전해지면서 비엘 델 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트레킹 들머리는 파쏘 포르도이에서 시작하거나, 돌로미티 남부 거점도시 카나제이(Canazei)에서 곤돌라를 타고 Col dei Rossi로 올라가서 걸을 수 있다. 슈퍼섬머카드가 있으니 우리는 당연히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다.

돌로미티를 여행하다보면 싸이클을 즐기는 라이더와 늘 마주친다

존경심을 불러오는 라이더...
자전거에 진심인 내게 경사가 만만치 않은 파소(Passo)를 힘차게 페달질하는 라이더가 부럽기만 하다. 한동안 사이클을 타고 4대 강 종주와 국토종주를 하고, 매일 40여 킬로를 출퇴근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돌로미티에 와서 구비구비 헤어핀 고갯길을 헉헉대며 올라가는 라이더를 차를 몰고 가는 내게 한 가지 물음을 가져온다. 나도 저 라이더처럼 이 긴 고갯길을 올라갈 수 있을까?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글쎄~~~~ 하는 답이 돌아온다.

때로는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올라가는 부부도 만나게 되고, 뒷모습은 영락없는 청춘으로 보이는 데 가속 페달로 앞서가 뒤돌아보면 우리 또래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라이더도 자주 지나치게 된다. 언덕길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는 무리를 자세히 보니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전기자전거다. 작년 트레치메 세 봉우리가 선명해지는 언덕길을 자전거, 아마도 MTB로 기억하는데 그곳까지 험한 길을 타고 올라온 무리를 보면서 정말이지 유럽은 자전거에 진심인 라이더가 정말 많구나 싶었던 기억이 난다.     

콜 데이 롯시(Belvedre, 전망대)로 올라가는 곤돌라 탑승장

카나제이 곤돌라에 휴대폰을 놓고 내렸네!!?? 
카나제이 주차장에 차를 놓고 곤돌라로 비엘 델 판 트레일이 시작되는 콜 데이 롯시(Col Dei Rossi)로 올라가는데 친구 목이 휴대폰을 곤돌라에 놓고 내린 거 같다고 한다. 곤돌라 운행 담당에게 사정을 얘기하니, 아래로 내려가려면 10분 정도 걸리니 아래 담당자에게 찾아보도록 연락하겠다고 한다. 친구 재는 화장실에 놓고 나왔을 수도 있으니 자신이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 보겠다고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곤돌라 운행 담당자는 우리에게 손짓하며 휴대폰을 찾았고 지금 올라온다고 한다.

카나제이에서 콜 데이 롯시로 가려면 뻬콜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야 한다.

해프닝은 무사히 휴대폰을 되찾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유럽을 여행할 때 소지품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고, 특히 휴대폰은 손에서 떨어져 있으면 남의 물건이 되기 십상이라는 불문율이 돌로미티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긍정의 추억을 남기고 여행을 이어간다.

마르몰라다산군과 비엘 델 판 트레일이 거침없이 드러난다.

콜 데이 롯시가 왜 전망대로 불리는가? 
케이블카에서 내려서자 우리들 앞에 드러나 모습은 만년설을 이고 서있는 웅장한 암봉, 바로 돌로미티 최고봉 마르몰라이다. 이탈리아어로 전망대를 Belvedere라고 하는 데 바로 우리가 케이블카로 내린 곳이 콜 데이 롯시라는 지명과 함께 Belvedere라는 이름을 함께 사용한다. 마르몰라다 암봉을 바라보면서 걷을 수 있는 비엘 델 팡 트레일이 푸른 옷을 입고 누워있는 Col del Cuc 산군 허리로 이어지는 모습은 이제까지 보아온 풍광과 확연히 다르다.

 


601트레일 중간기착지 Viel dal Pan 산장까지 4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내일 트레킹 예정인 피츠 보에(오른쪽 암봉)와 셀라 산군(중간 암봉) 그리고 사소룽고(왼쪽 암봉)이 한눈에 조망된다.




콜 데이 롯시에서 프레다롤라산장(Rifugio Fredarola)으로 가는 길에 벨베데레가 보여주는 풍광을 유감없이 만끽한다. 사방을 둘러보는데 탄탄한 근육질 골격을 자랑하는 피츠 보에, 셀라산군, 싸소룽고 암봉과 마르몰라다 암봉이 시원스레 조망되고 그 아래로 푸르른 초원이 행복한 그림으로 다가온다. 

다소 단조로와보이는 트레일이지만 단순함이 주는 감동이 자못 크다

집밥을 먹는 그 기분, 비엘 델 판 트레일
프레다롤라산장에서 시작해 비엘 델 판산장(Rifugio Viel del Pan)으로 가는 601번 트레일은 이제까지 걸어번 트레일과 많이 다르다. 길은 외길이고 지극히 단조롭다. 오르내림도 적고 길 옆으로 빼어난 돌조각 하나 나타나주지 않는다. 하지만 걷는 내내 마주치는 사람들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배어 나온다.

최고봉 마르몰라다(좌측)과 비엘 달 판산장과 멀리 페다이아호수로 이어진 트레일

톡 쏘는 장면도 없고, 자극적인 풍경도 없는데 걷는 내내 자꾸 지나언 길을 돌아보고, 깊이 내려간 계곡 건너에 버티고 선 마르몰라다를 지치도록 바라본다. 아무리 눈길을 줘도 질리지 않는 이 풍경. 그래 집밥을 먹는 기분이다. 이런 생각 속에서 멀리 바라보니 오늘 트레킹의 반환점이 보인다. 비엘 델 판산장과 페다이아호수가 보인다.

산장 오른편으로 마치 한덩어리 식빵 모양을 한 Sas da Ciapel봉우리.

우리가 빵봉으로 명명한 Sas da Ciapel 2557
비엘 달 판산장 주변 잔디에 앉아 준비해 온 점심을 먹으며 이후에 이어질 트레킹코스에 대해 상의한다. 산을 좋아하는 화는 트레일 601보다 정상으로 난 길에 도전하고픈 표정이다. 능선길 정상으로 난 길(Col dei Cuc)을 따라 시원스레 펼쳐진 조망을 걷고 싶은 마음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한다. 히말라야 6500 고지를 다녀온 그이기에 더욱 간절하리라.

'죽은 놈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하며 친구 재와 목은 산장에서 맥주 한잔하며 경치를 감상하고 화와 나는 산장 뒤에 있는 봉우리로 향한다. 봉우리 모양이 먹음직스런 식빵처럼 생겨 우리는 '빵봉'이라 이름을 붙여주었다. 빵의 길에 우뚝 솟아오른 빵봉! 붙여놓고 보니 트레일 지명과 봉우리 이름이 절묘하다. 해발 고도가 2,557m니 2,437m 산장에서 출발하면 고도를 120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빵봉과 산장 뒤에 서있는 능선 사이에 안부가 있어 난 거기까지만 동행하기로 한다.

빵봉 아래 안부에서 내려다 본 파소 포르도이 헤어핀 도로와 피츠 보에

깜냥껏 살아보기가 쉬울까?
안부에 올라서니 아랍바(Arabba)에서 파쏘 피츠로이로 올라오는 구절양장 헤어핀 도로가 선연하게 조망되고, 그 뒤에 서있는 피츠 보에 자못 웅장한 관우처럼 장엄하게 다가온다. 가파른 길에다 풍화작용으로 떨어져 흩어진 잔돌들이 걸음을 더디고 불편하게 한다. 빵봉을 오르겠다는 화를 중간 능선부까지 배웅하고 난 길섶에 주저앉아 도로멍(?)을 빠져본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아래를 조망하며 저 헤어핀 도로를 헉헉거리며 페달질에 온 힘을 쏟고 있을 라이더가 보이는 듯한데, 그들의 힘겨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굉음을 내며 사뿐히 올라가는 바이커들이 갑자기 얄미워진다. 

빵봉 정상에 오른 화와 산장 뒤에 능선길인 Col dei Cuc

세상은 깜냥껏 사는 거라 어느 소설가가 말했는데 맞는 말이다. 라이더에겐 아무도 힘겹게 페달질하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직 지 좋아서 하는 거니.....빵봉 꼭대기에 올라 나를 부르는 저 친구도 마찬가지 아닌가 난 엄두가 나질 않는데 친구는 저길 걸어 올라가지 않으면 몸살이 날 거 같은 간절함을 누가 말리랴. 친구가 빵봉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나도 산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에게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마주한 두 커플....
프레다롤라산장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이상 주변 경치에 빠져들지 못하고 길 위에서 만나는 다양한 모습에 눈길이 간다. 아이를 등에 배낭처럼 메고 트레킹을 즐기는 부부가 마르몰라다를 바라보고 서있다. 비까지 피할 수 있는 배낭보에 앉아있는 아이들 눈망울이 해맑아 보이고 이들을 업고 있는 부부도 행복한 미소로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아빠 등은 물론이고 엄마 등에도 아이가 업혀있다. 그리고 엄마 손에는 셰퍼드종의 성견 목줄까지 들려있다. 부부가 공동경영체! 여자가 어떻게 힘들걸? 하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하다.

"Are you from KIWI?"
"I'm not. She is KIWI" 
"Are you  Gonnichiwa?"
"NO! we're Korean!"
마주 오는 중년의 남성 하이커 모자에 KIWI 문양이 있길래, 뉴질랜드에서 오셨냐고 물으니 뒤따라오는 여성 하이커가 뉴질랜드에서 왔다고 한다. 자신은 스위스출신이라며 우리는 호주에서 만나 40여 일 동안 유럽을 여행하는 중이란다. 순간 스쳐 지나가는 눈치로 '부부냐고 묻는 게 실수!' 일 거라면서 이런저런 얘기로 나누고 우리는 함께 사진도 찍고 즐거운 여행을 하라고 격려한 뒤 헤어진다.

능선길을 무사히 내려온 화를 맞이하며 산장에서 뒤풀이

오늘은 토요일이지? 능선길과 601 트레일이 만나는 프레다롤라산장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무사히 능선길을 내려온 화에게서 능선길 답사 영웅담?을 들으며 못 올라갈 정도는 아닌데 잡석들이 너무 많아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길이란다. 어쨌든 무사히 내려와 준 게 고맙다. 산장에서 아침에 내린 케이블카 대신 조금 떨어져 있는 다른 리프트를 타고 내려간다. 

산악자전거대회가 진행중이다
산악자전거대회 출발시점이 벨베데레 앞에서 있다

중간기착지에서 곤돌라로 갈아타려고 기다리는 데 많은 여행객이 한곳에 집중해 박수를 보내고 있는 광경에 우리도 합류해 본다. 산악자전거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MTBer들이 각자의 기량을 뽐내며 힘차게 곡면주로로 내리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요일이라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카나제이에서는 올드 카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는 주말의 돌로미티 모습

카나제이로 내려와 주차장으로 길을 건너려는데 이번엔 올드카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주말이라 인파로 넘치는 돌로미티에 색다른 광경을 연출한다, 마치 우리 여행을 축하하려는 듯이.. 카나제이 주차장은 곤돌라 탑승자에겐 주차비가 공짜다. 돌로미티를 여행하다 보면 주차비도 제법 들어간다. 도심지에서 주차비는 당연하고 곤돌라 탑승장 그리고 호수를 방문해도 주차비는 필수. 

전화기부스를 닮은 Telecabin을 타고 사소룽고에 오르다.

파쏘 셀라에는 전화기부스형 케이블카가 있다.   짧은 트레킹을 마치고 건너편에 바라보이는 파쏘 셀라로 차를 몰고 올라간다. 여기서 마치 전화기 부스처럼 생긴 2인승 입식 형태의 케이블카를 경험한다. 이제까지 타 본 것들과는 전혀 색다른 형태의 케이블카다. 이걸 타고 싸소룽고 두 봉우리 사이에 있는 토니 데멧츠산장(Rifugio Toni Demetz)까지 올라간다. 약간 생경한 모습에 어떻게 올라타야 하나 걱정했는데 막상 타보니 별거 아니다. 두 사람이 4미터 떨어져 서있다 케빈이 오면 뒤에 서있는 사람이 올라타고, 이어서 다음 사람이 올라타면 운행담당자가 문을 닫아준다.

운행마감시간에 쫓겨 산장에서는 엉덩이도 붙이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오는 캐빈에 올라탄다. 내려오면서 아래를 보니 걸어서 내려가는 트레커들이 보인다. 친구 화는 한참 동안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말 트레킹에 진심인 친구다.

오르티세이로 넘어가는 관문인 파쏘 가르데나 서쪽 방향 전경
파쏘 가르데나에서 북쪽인 오들레산군 방향 모습

 

돌로미티 첫날 일정을 꼬이게 만든 공사가 마무리되었나 보다. 오르티세이에서 숙소로 가는 파쏘 가르데나 통행이 재개되었다. 돌로미티 고개 중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이곳에서 30분 여유를 주어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로 한다. 친구는 직벽처럼 솟아있는 암봉 끝자락까지 걸어갔다 오겠다고 한다. 해가 아직까지 중천에 떠있지만 시계는 오후 5시를 넘어가고 있다. 돌로미티에서 운행되고 있는 리프트나 곤돌라는 오후 5시에서 5시 반 사이에 대부분 운행을 종료한다. 그 시각에 맞춰 우리 일정도 당연히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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