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10. 08. 북한산 의상능선 등줄기에 올라본다.
예상대로 번개산행 카톡이 올라온다. 설마 거의 열흘 정도로 긴 추석 연휴를 그냥 보내진 않겠지? 하는 마음을 읽었나? 연휴 기간에 산행을 하잖다. 지체 없이 오케이 하자 우리 멤버 중 진정한 산꾼인 화가 바로 산행코스를 제안한다. 북한산 의상능선이 선정되었다.

수도권에 사는 번개산행 멤버는 셋. 고교동창이면서 같은 반 졸업생. 산행 리더인 화는 히말라야 메라피크 6,437m를 찍고 올 정도로 등산에 찐이다. 어제저녁 갑자기 피부질환으로 참석을 하지 못한 재와 나는 화가 준비한 산행코스에 늘 만족하고 항상 감탄한다. 나는 갔던 코스를 반복하는 스타일인데 반해 화는 같은 관악산이더라도 늘 새로운 코스로. 우릴 안내한다.


의상봉아 내가 간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복장을 다시 갖추고, 스틱 길이를 맞추고 산행을 시작한다. 대서문까지 이어지는 넉넉한 대로 같은 초입길을 걷다가 의상봉으로 오르는 길로 들어선다. 이정표에 의상봉까지 1.3km라 적혀있다. 웬만한 산길에 1.3km면 올라가는데 대략 30분이면 충분할 텐데 하며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뎌본다.

의상능선은 북한산성입구에서 출발해 7번째 봉우리인 문수봉에 이르는 5km 남짓한 거리지만 북한산에서 난이도 최상인코스다. 아주 오래전에 백화사에서 출발해 의상능선을 올랐고, 3년 전에 북한산성 환종주할 때는 중성문에서 가사당암문으로 올랐기에 의상봉은 건너뛰었다. 아주 오래전 기억을 더듬으며 올라가 본다.


시작부터 혼을 뺀다!
백화사길 합류지점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된다. 철계단도 오르고, 너럭바위지대엔 철봉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한참을 쇠줄과 철계단과 씨름하며 올라가는데 속이 메스껍게 올라온다. 시작부터 너무 기력을 소진한 탓일까? 나이 탓일까?

일단 바위에 걸터앉아 호흡도 가다듬고, 속도 진정시켜 본다. 친구는 산행을 하려면 아침을 먹고 와야지!! 하며 걱정 담긴 충고를 한다. 아침을 먹으면 오히려 더부룩하길래 늘 스킵하였는데 오늘처럼 힘을 쏟아야 할 때는 속을 든든히 채워야지 않을까!! 잠깐이지만 쉬면서 가라앉은 숨소리 덕에 속도 어느 정도 진정된 느낌이다. 다시 산행을 이어가 본다.


급하게 질러 오르는 등로가 갑자기 너럭바위지대로 바뀌고 비스듬한 바위 중간에 토끼바위가 서있다. 그 뒤 말끔한 하늘 아래로 인천까지 시야가 눈에 확 들어온다. 바위에 올라 포즈를 취할 필요도 없다. 친구 화는 순간을 포착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사ㅣ포즈를 앵글에 잘도 담아준다. 그는 우리 산행에서 꼭 필요한 사진사다!!


탁 트인 전망을 가까이 당겨본다. 주변이 나지막한 능선으로 둘러쳐진 곳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수도 서울을 방어한다는 영예로운 긍지와 대통령각하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강제당하며 하루하루를 소비하던 군복무시절을 추억하게 만들어준 곳이다. 수방사 훈련소 겸 휴양소다. 사격에 불합격해 논바닥에서 포복한 복장으로
구파발까지 구보로 달려가는 얼차려를 받던 옛 전우들은 어디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토끼바위를 지나면서 된비알 바위 오름길은 넉넉한 오름길로 바뀌고 여유로운 산길이 이어진다. 돌출된 바위 전망대에서 인수봉과 백운대, 원효봉이 손에 닿을 듯 다가선다.


시작이 반이라잖아! 의상능선 다 오른거나 진배없어?
땀을 비 오듯 쏟으면서 올라온 게 겨우 1.3km 란다. 어이없네~~. 하는 푸념과 함께 의상봉 인증숏을 남기고 용혈봉으로 바로 출발! 이제 용혈봉, 용출봉을 지나 문수봉과 대남문까지 치고 올라야 한다.

의상봉을 찍고 용혈봉으로 간다. 북한산에도 순성길이 있다. 12성문 환종주가 바로 그것. 북한산성 4대문과 중성문 그리고 군사용 암문들을 연결해 산행할 수 있는 코스로 일명 12성문 찍고 돌기. 그 환종주를 시작하면 중성문에서 국녕사를 지나 가사당암문에서 의상능선과 만난다.

가사당암문을 지나면서 용혈봉을 올려다본다. 봉우리는 첨예하고 올라가는 능선이 가파르다. 그 뒤로 연이어 용출봉과 증취봉이 엇비슷한 높이로 잇닿아있다.


쇠줄과 철계단에 의지해 용출봉에 도착한다. 험한 등로에 어느 정도 몸이 적응을 하니 의상봉을 오를 때보단 수월하다.


용출봉과 비슷한 높이지만 다시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간다. 용혈봉까지만 가면 가파른 능선은 다소 누그러지고 산행은 콧노래와 함께하는 구간이 될 수도 있다.


바위마다 붙여진 이름.
용혈봉 정상석은 차라리 할미바위 근처로 옮기는 게 어딸까. 먼저 도착한 친구 화와 함께 할미바위를 무대삼아 여러 장의 인증샷을 남겨본다. 의상봉과 용혈봉을 오르느라 소진해 버린 힘을 재충전이라도 하듯이.

친구와 함께 산행을 톡 하다 보면 바위마다 붙여진 이름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와 함께 산행하며 수락산 썩은 사과바위와 아기 코끼리바위를 만났고, 사패산에선 선바위, 물개바위, 지도바위, 달팽이바위를 소개받았고, 관악산에 오르면서 관음바위, 주먹바위 등등 수없이 많은 바위에 붙여진 이름을 들었다.


봉우리를 하나씩 지나올 때마다 자꾸 지나온 능선과 봉우리를 되짚어본다. 의상봉, 용혈봉, 용출봉, 증취봉. . .


벌써 시들어지는 나의 체력
나월봉 정상에서 조금 비껴간 곳에 오늘 점심 먹을 자릴 찜하고 기다리는데 내가 오지 않는다며 화로부터 전화가 온다. 나월봉으로 오르기 전에 우회길을 택해 그와 갈라진 것이다. 내가 우회한다는 얘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발생한 해프닝. 그의 체력에 비해 내 몸이 벌써 시들어버리고 있나 보다.


나월봉을 지난 안부에서 화가 준비한 점심을 먹고 나한봉을 거쳐 마지막 오름벽에서 땀을 쏟으니 문수봉이다. 의상능선이 마무리되면서 비봉능선과 합류하는 문수봉에서 우리는 만세를 부른다. 한편으론 씁쓸하다, 마음은 아직도 ‘지리산 종주, 까짓것!’ 하지만 몸은 벌써 험한 능선 앞에서 주저거리니…

영조의 승은을 입어 소문에서 대문이 된 대남문
북한산성 정문은 대성문이다. 축조 당시에 대남문은 한양도성의 소의문처럼 소남문이었다. 영조는 산성 안에 있는 향궁을 방문한 다음 들어왔던 대성문이 아니고 소남문을 거쳐 궐로 돌아갔다.

조정은 대왕께서 지나오신 남소문을 그대로 놔둘 수가 없어 북문의 누각을 헐어오고 석축을 크게 하여 지금의 대남문으로 개축하였다고 한다. 한낫 돌문도 임금으로부터 승은을 입으면 신분이 상승한다?

하산길은 역시 즐거워
대성문에서 정릉으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으로 조성되 걷기가 아주 수월하다. 형제봉 방면으로 갈까 망설이던 화는 정릉으로 길을 잡는다. 저녁시간에 합류하는 재와 약속을 지키려면 좀 빠른 길로 가야 한다며.

영취사에 들러 잠시 목을 축인다. 북한산 안에 세워진 절은 돈이 많아선지 대부분의 가람이 신축 건물이다. 어지간한 높이에 있는 절은 나이 들거나 시주가 높은 분들이 쉬이 왕래케 하느라 차가 올라온다. 심지어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절도 있다. 하지만 이 절은 땀깨나 쏟아야 올 수 있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 정안수에서 물 한잔 공양받고 다시 하산길에 오른다.


예년과 달리 가을비가 여름 장비처럼 시시때때로 내린 탓에 계곡에는 물소리가 제법 크다. 잠시 등로에서 벗어나 흐른 땀도 들이고, 목도 축여본다.

친구와 담소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정릉탐방로 입구다. 배낭을 정리하고, 가까운 버스정류장을 찾아 오늘 산행에 함께하지 못한 친구 재가 기다리고 있는 분당 가는 최적의 교통편을 찾아 바삐 움직여 본다.

열흘 가까이 되는 긴긴 추석 연휴도 마무리되어 가는 날에 다소 무리가 되는 산행을 가졌다. 3년 전에는 12성문을 이어걷는 종주 산행을 마칠 만큼 의욕에 걸맞은 체력이었는데 오늘 의상능선에서 그 한계의 시작을 체험하는 날이다. 그래도 담에 친구가 가자고 하면 또 따라나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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