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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산으로 가자

민둥산 억새산행 - 단풍놀이 대신 억새!!

by 노니조아 2025. 11. 13.

돌리네에서 바라본 민둥산 억새

꿩대신 닭? 2025. 11. 02. 민둥산 억새산행을 다녀오다.
설악산 단풍이 절정이라는데, 비가 온단다. 10월 초부터 한계령 - 대청봉 - 오색 구간으로 산행 겸 단풍맞이를 하려고 주말마다 일기예보를 체크햐였는데. 뉴스를 검색해 설악산 단풍소식을 찾아보는데도 올핸 올라오는 소식이 적다. 하긴 9월 하순부터 주말만 되면  대지와 산하를 질척이며 비가 내렸다.

설악산 단풍이 10월 중순에 절정이라는데 비가 내린다고 한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단풍이야 말로 피크타임을 놓치면 한순간에 부스러지거나 오그라진 손가락처럼 볼품을 잃어버린다. 설악산 단풍은 그 시절이 지나버렸고 남쪽으로 내려가자니 내장산이나 황매산까지 주말에 운전하고 다녀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화려한 단풍 대신 단조롭지만 가을 느낌만큼은 완벽한 억새산행을 가기로 한다, 민둥산으로.

왼쪽 사진은 남과 북이 분단된 것처럼 보이는데 오른쪽 사진처럼 하나가 되길 빌어본다

18,000원 지불하고? 한반도 지형을 감상하다.
일요일 아침 중부고속도로를 차는 시원하게 달린다. 중부고속도로 - 광주원주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를 이어달리다 제천에서 영월로 가는 국도로 들어선다. 아직 10:00도 되지 않은 시각이고 민둥산 산행도 넉잡아 세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오랜만에 강원도 땅을 밟는데 민둥산만 보고 가기엔 좀 아쉽다. 영월시내에 있는 청령포는 전에 태백산 다녀오는 길에 들렀고, 도로 표지판에 한반도 지형이 눈에 들어온다. 지도를 검색해 보니 민둥선으로 가는 길에서 잠깐만 벗어났다가 돌아오면 되겠다.

한반도 지형처럼 우리나라 주변국들이 그늘을 드리우는 오늘날의 국제정세가 안타깝다.

주차장에서 850미터 걸어가야 한단다. 도로 옆에 차를 주차하고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주차비를 내고 안내 표지판을 따라 산속으로 걸어가 전망대에 서니 그림처럼 우리나라 지형을 쏙 빼닮은 형태가 내려다 보인다. 절묘하다는 탄성이 나올만치 똑같다. 여러 장 사진과 인증샷을 담고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매장에 가격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이유를 나중에 알았다.

주차자 매점에 한반도빵이란 광고가 우릴 잡아끈다. 이 시골 매점에서 설마 비싸게 받으랴 하며 한 박스를 샀다. 4가지 맛으로 된 카스테라빵이다. 차 안에서 하나씩 나눠 먹으며 가격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16,000원이 카드명세서에 찍혀있다. 왜 매장에 가격표를 붙여놓지 않았는지 이해가 된다. 좀 과할 정도로 비싸다.

산행코스는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표준 코스로...
민둥산 무료주차장에 관광버스와 자가용으로 가득하다. 축제 중임을 알리듯 먹거리장에 열렸고, 한쪽에서 삐에로 분장을 한 약장사가 가라오케를 틀어놓고 손님들과 흥겹게 논다. 먹거리 천막에서 국밥을 말아먹고 곧바로 산행 들머리로 향한다. 한반도 지형에서 꾸물대고 여기 와서 점심까지 먹고 나니 시각이 오후 한 시를 넘기고 있다.

친구가 보내준 산행가이드 그리고 민둥산 들머리 안내판

민둥산행을 결정하자마자 등산 프로인 친구 화에게 코스 안내를 부탁했다. 친구는 중산초교에서 민둥산으로 올라간 다음 밭구덕으로 내려오는 원점 회귀코스다. 점심을 먹고 나니 해는 이미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일단 산행 들머리에 도착해 다시 고민에 빠져본다. 산행 들머리에 서있는 코스 1을 유심히 살펴보고 완경사로 올라가 급경사로 내려오는 코스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코스라 여겨 우리도 그걸 따르기로 한다.

내려오는 길이 지그재그로 나있어 경사를 짐작케한다.

중산초교 들머리를 올라서자 가파른 경사가 계속 이어진다. 내려오는 분에게 얼마나 올라가야 쉬운 길이 나오냐 물으니 10분 정도는 올라가야 한단다.

민둥산으로 올라가는 완경사길은 양쪽으로 나있고 곧바로 올라가면 급경사길이다.

그분 말씀대로 10분 정도 호흡을 거칠게 하고 나니 정상으로 가는 완경사길과 급경사길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를 보니 겨우 400m 올라오는데 그리 헉헉대었나 싶어 헛웃음이 나온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를 덥고 완경사길로 방향을 잡는다.

완경사길답게 느긋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완경사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해발 1,100m 높이를 갖고 있는 민둥산이다. 출렁다리처럼 아래로 약간 늘어진 등로지만 어쨌든 고도를 600여 미터 높여야 하니 오름길은 오름길이다. 다소 지루할 정도로 굽이굽이 느긋하게 올라가는 길이 반복된다. 억새산행을 위해 많이들 오셨다.

굴참나무 단풍도 봐줄만하다

가을 분위기를 한껏 뽐내기라도 하듯 노란 단풍이 저물어가는 늦가을 햇살을 받아 환하게 웃고 있다. 이렇게라도 단풍구경을 놓친 아쉬움을 달려가며 완만한 등로을 이어간다. 그래도 샛빨간 아기단풍이 줄지어선 아름다운 단풍터널을 걷지 못한 아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 

완경사 중간쯤에 매점이 나온다

완경사가 마무리되어 가는 지점에 매점이 나온다. 날씨가 예상한 거보다 싸늘해 매점에서 휴식을 갖다 보면 흘린 땀으로 한기가 올 거 같아 오른던 길을 계속 이어간다. 일기 예보를 신뢰하다 보니 준비해 온 옷이 너무 얇아 아내 패딩 조끼까지 뺏어? 입고 오르지만 순간순가 한기를 느낀다. 매점을 지나면서 보여지는 하늘의 면적이 넓어진다. 정상이 가까워지고 있음이리라.

마지막 오름길끝에서 시야가 시원하게 터지고 정상이 보인다

민둥산 억새 속으로 . . .
갑자기 시야가 확 터지면서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키가 큰 나무들은 거의 사라지고 누런 황소가 누워있는 모습이다. 무거웠던 발걸음이 갑자기 신이 난다. 아내에게 다 왔다고 하며 힘을 내 올라간다.

순광을 받아 누런색 억새밭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로에 산객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버스를 타고 온 산객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시각이라 번잡하지 않아 좋다. 하늘에 조각구름들이 제법 세게 부는 바람에 빠르게 어디론가 떠밀려 흐른다. 하얗게 피어오른 억새밭을 상상했으나 절정을 지나버렸나? 앙상하게 줄기만 바람에 흔들린다.

억새를 보다 멋있게 사진에 담으려면 역광을 받아야 하지!!!

정상으로 향하던 눈길을 돌려 올라오던 방향으로 돌려보니 비로소 보인다. 정상에서 마을이 있는 쪽으로 쭉 내려 뻗은 능선에 하얀색 억새꽃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온 산을 뒤덮으며 억새꽃 장관을 연출하기엔 어딘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힘들게 올라온 보람에 비견할 만하다.

강원도에는 이렇게 높낮이 비슷한 능선이 끝없이 겹쳐져 흐른다

정상석이 서있는 민둥산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발아래 펼쳐지는 풍광 속으로 멀리까지 시선을 던져본다. 가까운 데서 시작해 멀리까지 능선이 포개지고 겹쳐가며 끝없이 이어진다. 저 산그리메가 동해 푸른 바다로 쭉 미끄러져 내려가겠지!!

정상에서 등산로 입구방면을 바라본 모습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다본다. 햐얀색 억새가 나부끼던 자리가 멀어져 있다. 드문드문 억새꽃이 보이지만 왠지 허전해 보인다. 일주일만 일찍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정상석 앞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산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우리에겐 정상 인증은 잠시 보류하고 민둥산에서 봐야 할 또 하나의 명소가 기다리는 쪽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깔데기홀처럼 움푹 꺼져있는 돌리네가 민둥산을 소개한다.

돌리네로 내려가는 길에서 활짝 핀 억새를 만끽한다.
민둥산 지반은 다른 산과 달리 석회암이 받치고 있다고 한다. 석회암은 빗물에 쉽게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암석이 녹으면서 지표면이 웅덩이처럼 움푹 꺼져있는 지형을 연출한다. 지질학에서 이런 현상을 돌리네(doline)라고 부른다. 민둥산 일대의 암석은 약 5억 5천만 년 전에 얕은 바다에서 퇴적된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제대로 피어있는 억새꽃이 돌리네 내림길에 있다

돌리네로 내려가는 길섶에 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억새를 배경을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다. 올라오던 길과 달리 이곳은 억새꽃이 만발해 있다. 햇빛을 바라보며 역광으로 앵글을 들이대니 환상적인 억새꽃이 화면에 꽉 차게 들어온다.  

아내와 함께 우리도 억새밭으로 들어가 늦가을 산행을 만끽하며 인증샷을 남겨본다. 사진을 찍고 내려오면서 민둥산 억새를 제대로 즐기려면 오후 시간에 올라야 하는구나 하는 팁 하나를 얻었다.

저 배에 혹시 노자가 타고 있을까, 강태공이 타고 있을까??

돌리네 호수로 내려오니 무심한 배 한 척이 혼자서 유유자적한다. 노를 젓는 이도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제멋에 따라 수면 위를 노닐고 있다. 호수라 하기엔 너무 앙증맞은 연못가에 앉아 아내가 준비해 온 과일과 차로 휴식을 가져본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능선끝에서부터 급경사길이 이어진다

하산길은 급경사 코스로. . .
민 민둥산 정상으로 다시 올라왔는데 여전히 정상석 앞에는 인증샷 줄이 이어져 있다. 서울까지 올라가려면 서둘러야 하기에 우리는 옆에 잠시 비껴 서서 인증샷을 남기고 하산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능선 끝자락에서 완경사와 급경사길이 갈라지는데 우리는 급경사코스를 선택한다. 산행코스를 선택할 때는 언제나 올라가는 코스는 되도록 길게, 그렇지만 하산길은 가급적 짧은 코스로... 

급경사길로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있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무와 돌로 만들어진 계단길을 스틱에 의지해 내려간다. 때로는 미끄러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줄까지 잡곷내려가야 한다. 다만 급경사를 선택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등반시간은 총 3:30, 산행거리는 8.4km, 그리고 상승고도는 897m. 애플워치에 등록된 기록이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보았으면 보다 유익했을 정보를 내려와서 발견했다. 민둥산 산행정보를 중산초 아래 광장에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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