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스크림 들고 베드로 성당으로
시스티나 예배당 투어를 끝마치자 바티칸 박물관 문닫을 시간이란다. 벌써 3시 가까이 되었다. 6시간을 투어 하였건만 우리는 얼마나 보고 느끼고 간 것일까… 투어참가자를 이끌고 성베드로 성당으로 향했다. 가면서 역사와 맛을 자랑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잠시 들러 가이드가 한턱 내겠다고 한다. 브라보콘 만한 것이 아니라 다먹으면 한끼 요기가 될 정도의 양이 듬뿍 담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로마와 바티칸을 경계하는 담밑의 길을 따라 베드로 광장에 들어섰다.
로마시대에는 원래 전차경기장으로 조성되었으며 광장 한가운데엔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밸리스크가 우뚝 서 있다. 팡테온이나 나보나 광장에 서있는 오벨리스크엔 이집트의 상형문작가 새겨져 있으나 여기 것은 교황의 지시로 모두 삭제되어 버렸다. 광장을 에워싸고 있는 회랑의 4열 원주는 보는 위치에 따라 4열로 보이기도 하고 하나로 보이기도 한다. 르네상스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조각가 베르니니의 주도하에 재건축된 베드로 성당은 바티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초대 교황으로 일컬어지는 성피에트로를 위해 건축되었다. 성당의 머리가 되는 132m가 넘는 코폴라는 올라가기도 힘들지만 올라가서 내려다 보는 로마시내와 베드로 광장 조망은 더없는 압권이다. 베드로 성당을 들어가기전에 화장실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 큰거 용무가 있어 나홀로 방에 들어가 용무도 처리하고 복대와 지갑에 각각 현금과 신용카드를 다시 확인하고 방을 나와 가이드의 뒤를 따랐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 예수를 안고 시름에 잠긴 마리아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품 피에타와 성 피에트로의 입상들을 두루 관람하고 아이들과 코폴라에 올라갈 입장료를 지불하려고 매표소 입구에서 지갑을 찾는 순간, 아차 싶었다. 지갑이 없다. 아무리 뒤져봐도 없다. 치기를 당하지도 않았는데 지갑이 어디갔단 말인가.. 순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다행이 복대는 그대로 있고 어느 정도의 현금과 또 다른 신용카드가 있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지만 그래도 지갑에 있던 신용카드와 현금이 아깝고 낭패였다. 여행을 오기 전에 신용카드와 현금을 복대와 지갑에 각각 분산하여 보관하기로 하고 지갑에는 당일 현금 지출이 예상되는 적은 현금과 주로 사용키로한 신용카드를 넣어두는 식으로 위험을 분산하기로 하고 오늘도 그 방법을 따랐던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소매치기를 당한 것은 아닌지, 여하튼 어디인지를 우선 알아내고 찾아야 한다는 생각의 연속들이 불과 30초도 안되는 사이 머리 속에서 빛의 속도보다도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아!! 맞아! 아까 성당에 들어오기 전에 볼일차 들렀던 나홀로 방(?) 휴지 걸이에 지갑을 올려 놓은 채 그냥 나온 것이라는 확신이 서자 머뭇거릴 필요도 없이 그 곳으로 내닫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에게 영문을 설명할 사이도 없이 지갑이 있는 곳으로 빨리 갈 수 밖에 없었다. 매표소를 벗어나 100m가 넘는 성당내부를 마라톤 선수가 출발선을 힘차게 딛고 뛰쳐나가 대로를 가로지르듯이 달려나갔다. 제발 그 방에 내 다음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기를.. 설령 방문을 하였더라도 성당이라는 신성한 곳에 오는 사람이 설마 남의 물건에 손을 댈까 하는 자기위안을 머리 속에 기원삼아 염원하며 그 방(?) 쏜살같이 달려가 문을 열어졎혔다. 본능적으로 두 눈이 휴지걸이에 닿자 휴~ 하는 안도의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내 가오리 지갑이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채 거기 그렇게 앉아있었고, 나는 순간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그득히 밀려오는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아침 호스텔에서 가져온 실망감이 일순 이순간의 고마움과 한꺼번에 상쇄되는 듯 했다.
이미 입장시간이 마감되었다는 매표원 할아버지의 얼굴표정에 대고 나는 어떻게 좀 해달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짜증스런 듯이 티켓을 툭 던져주었다. 성당지붕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오른 뒤에야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내려 돔으로 이루어진 코폴라를 오르기 위하여 나선형으로 좁게 만든 300여개의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돔에서 내려다 보는 베드로 광장과 갈색톤으로 도배된 로마시내를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었다. 어제 투어하였던 포로로마노, 콜로세움, 엠마누엘2세 기념관, 팡테온 등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베드로 광장과 광장 앞으로 난 도로의 형상이 열쇠를 닮았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서야 왜 열쇠 모양의 구도로 건축하였는지 이해가 갔다. 이 곳이 바로 베드로가 묻혀있는 곳이 아닌가.
코폴라에서 내려와 자전거나라의 장백관 가이드 그리고 오늘 함께한 일행들과 작별의 인사를 하고 우리는 다시 성당내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지갑분실 해프닝으로 경황없이 지나쳐버려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을 보상하듯이 베드로가 묻혀있는 단과 그 주위를 장식한 화려하고 위엄서린 제단, 성당내부를 여러개로 나누어 제각각 예배를 볼 수 있도록 구획한 소예배당 그리고 피에타상을 다시 감상하였다. 성당 옥상에 건축된 돔의 원주와 똑같은 크기의 원주가 성당바닥에 대리석으로 그어져 있는 곳으로 가 아이들과 함께 쭉 동그라미를 그리며 돌아보았다. 밖으로 나오니 벌써 땅거미가 내려앉아 있었다. 광장에서 성당의 멋진 야경을 디카에 담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다. 야간 열차편으로 베네치아로 이동하자면 바삐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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