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일 (금)
이번 올레길 3일째 되는 날이다. 오늘은 올레길 14코스와14-1코스, 오설록에서 한림항까지 두 개 코스를 묶어서 걸어볼 계획이다. 항상 그러하듯 게스트하우스를 나서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오늘도 맑은 하늘을 보이듯 시내에서 한라산을 볼 수 있다. 제주터미널에서 255번 버스로 한시간 가량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아침 시간이라 승객도 별로 없고, 타고 내리는 손님이 없어 버스는 거침없이 달린다. 40분도 되지 않아 오설록주차장에 도착했다.
오설록티뮤지움은 이번이 네번째 방문이다. 오설록 홈페이지에 소개된 제주 오설록에 대한 소개글을 올려본다.
아름다운 집념
“어느 나라를 가도 나라마다 독특한 차가 하나씩은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의 전통 차문화를 정립하고 싶다.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이자 오설록의 장원인 고(故) 서성환 회장은 천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버린 우리나라의 차문화를 늘 아쉬워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고유의 차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그의 일념으로 오설록의 아름다운 집념은 시작되었습니다.
제주와의 인연
연평균 기온이 14℃ 이상, pH4.0~5.0의 약산성 토양, 연간 강우량 1,600mm 이상의 고온 다습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차나무의 재배 조건에 가장 최적의 산지, 제주. 그렇게 제주와 오설록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돌과 바람이 전부였던 제주의 버려진 땅.
억척스런 제주 사람의 손조차 한 번도 닿지 않은 채 버려진 3곳의 땅을 제주의 자연을 이해하고 극복하며 푸른 꿈을 45여년을 키워온 결과, 제주의 땅은 세계적인 녹차 산지로 손꼽히는 최고의 차 재배지로 거듭났으며 한국의 차문화 정립을 위해 땀과 열정들이 모여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명차 대회에서 매년 수상을 이어가며 한국의 차문화 전파를 위해 오설록의 아름다운 집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꾸다
천혜의 자연과 사람의 정성으로 만든 명차
오설록은 생산에서 재배, 그리고 판매까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최대 규모의 국산 차 브랜드입니다. 오설록은 제주라는 천혜의 자연 안에서 오설록의 자연과의 상생을 통한 따뜻한 과학영농을 통해 최상의 찻잎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방식을 토대로 현대의 기술을 더해 최상의 차를 만들어 가는 것, 즉 전통을 유지하되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오설록의 자세입니다.
제주의 자연으로 가꾼 유기농
오설록의 유기농이란 단순히 가만히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자연 안에서 더 안전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품질을 위하여 자연과 더불어 오설록의 연구와 기술을 더한 선진 유기농법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부터는 오설록 차밭 전체에서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대표 유기농 인증을 획득한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차만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오설록은 한국인의 발효과학의 지혜와 제주의 자연과 정성의 깊이를 더해 한국적이면서도 오설록만의 시그니처 발효법을 완성하였습니다. 한국의 전통 장류에서 추출한 균으로 발효하거나, 제주의 자연소재에서 다시 한번 숙성하여 풍미와 맛의 깊이를 더한 건강한 발효명차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즐기다
차와 제주가 선사하는 삶의 아름다움
하루를 시간과 분으로 조각 내며 바쁘게 살다 보면, 문득 차 한잔의 여유가 간절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좋은 사람과 함께 하면 삶은 더 아름다워집니다.
오설록은 제주의 푸른 차밭, 차문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티스톤과 티뮤지엄, 도심 속 티하우스와 정신없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제주 자연과 정성을 담은 차를 통해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고 일상에 삶의 멋을 더하며, 관계를 따뜻하게 이어주는 가치있는 쉼을 선사합니다.
설탕과 프림으로 믹스된 인스턴트 커피로 길들여진 내게 오설록 차는 참으로 초라해진다.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정겨운 대화를 나누거나, 진지한 사색에 빠져보는 고상한 취향이 어설프게 느껴진다. 오월의 아침 이슬을 먹고 자란 차 잎에서 우러나오는 그 맛은 다소 밋밋해보일지라도 깊고 그윽한 향기로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다스려줄텐데….
나는 언제나 차 한잔이 주는 그 깊고 다스한 맛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오설록티뮤지엄에서 출발하는 올레길 14-1코스는 다른 올레길보다 다소 짧다. 저지오름에 다다를 때까지 대부분 곶자왈지대를 지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 지역 대부분이 개인소유 땅이라서인지 길이 험하지 않고 잘 정돈되어 있다. 3일째 되는 올레길 순례는오설록 차밭에서 출발한다. 오늘은 감귤색 방향표지를 따라가는 역방향 길이다.
문도지오름이 드리운 산자락이 오설록티뮤지엄 북서쪽을 담장처럼 두르고 있다. 산자락 일대 야트막한 구릉지대가 저지곶자왈이다. 첫날 11코스에서 만난 무릉-신평곶자왈과 같은 지대에 속해 있는 곶자왈은 안덕면 도너리오름에서 시작해 한림읍 월령리와 대정읍 영락리까지 이르는 한경-안덕곶자왈지대에 속해 있다.
오설록을 방문하는 여행개들중에서 연초록 차밭만 둘러보는 게 아쉬운지 문도지오름까지 트레킹을 나서는 분들이 많다. 신평-무릉 곶자왈을 걸을 때는 거의 지나치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오늘은 많은 분들이 우리와 함께 동행한다. 오설록에서 문도지오름까지 대략 한 시간정도면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올레코스를 돌며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찍는 재미로 걷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 시작지점, 중간지점 그리고 종점을 알리는 표지석에 서있는 파란색 간세 포스트에서 스탬프를 꺼내 수첩에 누르는 순간 순간마다 왠지 모를 기쁨과 뿌듯함이 올라오다. 문도지오름 들러리에 마련된 중간 스탬지점에서 오늘도 우리는 스탬프를 찍고 인증샷을 남긴다.
문도지오름 일대는 개인소유지인가 보다. 방목하는 말이나 가축들이 그 곳을 벗어나지 못하게 돌이나 방책으로 둘러놓는다. 그리고 올레길 방문객을 배려하여 이렇게 한사람만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는 출입구를 만들어 놓았다. 주인분들의 이런 배려에 감사하며 오름으로 올라가는데 장애물이 길을 막는다.
그동안 올레길을 제법 많이 돌아보고 있는 데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말이 막아선 것이다.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말을 밀쳐내고 지나갈 수도 없는 노릇. 말이 비켜주길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소리를 질러 다른 곳으로 몰아야 하나 잠시 망설이다가 ‘이곳 주인이 저 말인데 우리가 조용히 비켜가야 도리겠지’ 하면서 말이 뒷발질해도 맞지않을 정도 길을 잡아 조심조심 우회하여 그곳을 벗어났다.
문도지오름에 오르면 시원한 탁트인 사방을 조망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른 오름과 달리 이 오름 정상은 나무들이 하나도 없고 목초지로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수목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사방을 시원하게 빙~~ 둘러볼 수 있다. 1코스상에 있는 말미오름도 정상부근이 목초지여서 우도와 성산봉 그리고 푸른바다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광을 볼 수 있었다.
오늘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지점인 저지오름과 그 뒤로 아스라이 보이는 바다을 바라본다. 저지오름 방향으로 곶자왈지대와 밭들이 첩첩이 내려다 보인다. 아직 갈 길이 많아 남았구나 싶다.
이번엔 반대쪽 풍광으로 눈을 돌려본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목지대가 펼쳐져 있다. 빼곡히 들어찬 수목지대 사이로 무릉고자왈, 싱평곶자왈 그리고 청수곶자왈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리라. 여기 보이는 지대가 바로 제주 서쪽을 대표하는 한경-안덕 곶자왈지대다. 서제주에 사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 역할을 한다. 새삼 오설록을 여기에 자리잡은 서성환회장의 안목이 대단하다.
“오후 두시 이후 진입금지”
오설록방면에서 문도지오름까지는 사람들의 왕래가 오설록 덕분에 제법 많다. 하지만 저지오름에서 문도지오름으로 가는 순방향 올레길은 상대적은 많지않다. 순방향올레길도 저지곶자왈을 통과하게 되는데 늦은 시간엔 이 길을 되도록 가지 말기를 권한다. 몇 년전에 늦은 시간에 인적이 드문 올레길에서 사고가 난 이후로 이런 안내 표지가 추가되었단다.
올레 13코스 종점, 올레 14코스와 14-1코스 출발지인 저지리 생태마을에 도착했다. 저지리는 저지오름과 곶자왈등 제주도의 생태문화를 잘 간직한 빼어나 경관을 갖추고 있으며, 예술인 마을을 중심으로 문화를 통한 마을 발전을 이룩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2012년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는 영예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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