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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제주도로 간다

[제주올레14코스] 금능석물원에서 제주의 토속적인 생활 모습과 해학을 함께 느껴보세요

by 노니조아 2020. 5. 19.

2020년 5월 2일 (토)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올레길 14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오늘 올레길 들머리는 금능석물원이다. 금능석물원은 약 40여년을 돌하르방을 제작하는 장공익 명장이 제주생활의 모습들을 돌로서 표현한 작품을 전시해놓은 공원이다. 전에는 입장료를 받았는지 입구에 매표소가 있는데 옆에 매점하시는 분이 무료로 개방하니 들어가 보라고 하신다. 오늘 올레길 투어는 명장의 예술작품을 공짜로 감상하는 행운으로 시작한다.

 

1만평이 넘는 부지에 제주도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화산암 재료를 가지고 제주도 토속적인 생활모습을 작품으로 재현해놓았다. 제주도만의 독특한 생활모습을 사실에 가깝게 돌을 빚어놓은 것도 있고,

 

마을 한모퉁이에서 말둑박기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표정을 리얼하게 표현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말등에 올라타려는 마지막 아이가 바지춤을 잡고 있는 모습이나, 함께 하지 못한 어린아이 혼자 머리를 땅바닥에 박고 있는 모습이 잠시 우리를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어느 미술관을 가보더라도 부부를 소재로 한 작품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부부는 가정을 이루는 기본적인 가족 구조이며 아이들이 생겨나는 전제가 된다. 부부를 소재로 하는 예술작품은 다양한 형상과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남편은 어부이자 농부고, 아내는 해녀와 농사일을 함께 도와주는 동반자다. 부부는 두 몸이되 일심동체이어야 한다.

 

부부가 함께 가정을 꾸려나가려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우리도 올해 가정을 이룬지 서른 세해째다. 그동안 함께 해오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늘 함께 하였고, 항상 무엇이든 같이하는 동반자다.

 

금능석물원에 진열되어 있는 작품들 속에는 단원 신윤복의 작품처럼 남녀상열지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표현한 해학적인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목욕하는 이웃집 아낙을 몰래 훔쳐보는 모습을 그린 작품도 그 하나의 예이다. 또한 제주도만의 자연환경 때문에 나타나는 생활습관도 보여준다.

 

통시(豚地)”, 화산폭발로 형성된 제주도 땅에는 자연스레 지하에 빈틈이 생기고 그 곳에 뱀들이 서식한다. 사람들이 들일을 하다가 큰 걸 해소하려고 자세를 잡으면 뱀이 나와 놀래키는 일이 왕왕 생기며 작품처럼 이상한 자세가 유도한다. 그래서 제주도에는 뱀을 잡아먹는 돼지를 주변에 두어 멀리 가지 못하도록 우리를 친 것이 통시라고 한다.

 

다양한 표정을 조각한 돌들을 쌓아올려 완성한 작품. 천태만상. 세상을 살다보면 울고, 웃고, 화내고, 찡그리고, 즐거워하고 때론 멍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 . .

세상 이치에 어느 정도 눈을 뜨게 될 오십 문턱을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자신의 얼굴에 그동안 살아온 이력이 얼굴에 고스란이 나타나는 나이가 그 즈음이라고 한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았는지, 부정적으로 살았는지, 불 같은 성미로 화난 얼굴인지, 항상 샹글생글 웃음이 가득한 얼굴인지..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석물원에서 시간을 마무리하고 올레길에 다시 올랐다. 올레길 14코스는 중간 스템프지점인 월령포구부터 한림항까지는 바다를 끼고 걷는다. 바다를 끼고 그냥 걷게 되면 심심해할까봐 비양도가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비양도가 떠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모양을 하고 협재해변 앞에 떠있다. 비양도가 있어 14코스를 걷는 내내 심심하지 않다.

 

제주도에서 꽤나 이름이 알려진 협재해수욕장 한켠에 오토캠핑장이 마련되어 있다. SUV차량을 이용하여 해안에 자리잡은 캠퍼들은 이동식 주택만한 텐트를 쳐놓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도 아이들이 어릴 때 동해안으로 여름피서를 갈 때면 텐트를 치고 놀았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텐트하고는 그 규모가 현격히 차이가 난다. 주방과 거실이 분리될 만큼이나 이분들이 쳐놓은 텐트는 그 크기가 다르다.

 

해변을 걷고 있는데 바닷가 바위 위에서 사진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 커플이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이 야외촬영하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부부가 불룩한 배를 두 손으로 감싸앉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미리 바닷가 추억을 선물하고 있는 거 같다. 커플의 아이를 위한 사랑이 참으로 남다르다 싶다. 저런 부모를 만난 아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길을 다시 해안가를 벗어나 마을로 우리를 이끈다. 집담이 마치 한양도성에 성벽을 축조하듯 제법 정교하게 쌓아올려놓았다. 역시나 담장 높이는 이웃사람들과 소통하기에 무리가 없는 높이다. 금능에서 한림까지는 이렇게 해안과 마을길을 들거니 날거니 한다.

 

점심시간이 살짝 넘길 즈음에 우리는 한림항에 도착하였다. 14코스 종착지이자 15코스 출발지에서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비양도를 왕복하는 여객선 터미널과 어항을 함께 하고 있어 제법 번잡하다. 식당을 찾아 들어가니 대통령께서 이곳에서 드셨다는 색다른 메뉴가 걸려있다. 입구에 보니 이곳을 방문한 유명인사 사인을 걸어놓아 손님들의 눈길을 잠시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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