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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산으로 가자

2022년 송년산행, 검단산에서 즐겁게 마무리하다.

by 노니조아 2023. 1. 8.

2022. 12. 29. 역시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새는 줄 모른다고 했다. 서울로 이사오면서 주말이 달라졌다. 전에 비해 산을 찾는 횟수가 현격히 늘었다. 더불어 수도권 인근에 서있는 산을 오르고 나자 지리산, 설악산, 소백산등 명산을 찾아 주말을 보냈다. 그러다가 자전거에 빠져 한동안 뜸했던 산행을 오늘 동행하는 친구들을 만나 다시 재개하게 되었고, 오늘 함께 송년샨행에 나섰다.

서울로 이사와 맨처음 찾은 산이면서 주말에 가볍게 산행을 가질 때 가장 자주 찾은 산, 검단산 아래 모였다. 산귀신 경지의 친구가 코스를 잡았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검단산을 오를 때 유길준묘를 지나거나 충혼탑을 지나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헌데 친구는 내가 한번도 와보지 않은 코스로 간다. 관악산을 오를 때는 장군바위나 국기봉코스로, 사패산을 오를 때는 선바위를 들러가게 안내하고 , 수락산에 오를 때는 썩은 사과를 맛보게 해주었다.

오늘 산행은 산곡초교가 들머리

그는 소위 남들코스보다 더 멋진 코스로 우릴 안내한다. 오늘 산행은 산곡초교에 차를 주차하고 고추봉 능선을 따라 올라가 고추봉 - 검단산 정상을 거쳐 - 산곡초등학교로 내려오는 코스다. 원점회귀산행이지만 올라간 길을 되짚어오는 코스가 아니다. 전에 올랐던 코스하고는 정반대에서 오르게 된다. 지하철 5호선이 연장되면서 검단산은 대중교통 접근이 어느 산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오늘 우리가 오르는 코스는 그 편리함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산곡초 들머리엔 주차장이 없다?
산귀신 친구는 이전 기억을 좆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였으나 바닥엔 흰색 주차선 대신 노란색 빗금표시로 바뀌었다. 우리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식에서 주차해도 된다!, 주차하면 견인될 수 있다! 아니다! 하면서 옥신각신 하다가 주변에 주차할 공간을 더 찾아보았다. 다행히 산곡초교로 올라가는 길에 공터가 있어 차를 이동하고 산행에 올랐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노랑색 빗금 안에 차를 주차하면 7~10만원 과태료 발급대상이라고 한다.

엊그제 내린 눈은 해가 적게 쪼이는 곳에는 아직도 녹지않고 하얀 눈길로 남아있다. 우리는 언제나 그러하듯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학창시절 우리를 가르치신 은사님 얘기부터, 친구들의 그시절 인상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오른다. 제법 오름의 경사가 있는 데다 눈이 낙엽을 덮어 가리는 바람에 가끔씩 미끈거리며 다리에 힘을 쭉 빼기도 한다.

이번 산행까지 더해보니 칭구들과 9번째 산행이다. 오늘 산행을 이끌고 있는 MangsaTM은 블로그에 산행기록만 300여회가 넘는다. 친구는 산행을 다녀올 때마다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그는 늘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고 도전하다보니 기록으로 남길만 하지만 나는 가본 산을 반복해서 가는 '익숙산행'을 하는 터라 산행기에 올릴 것이 많지 않다. 친구는 혼자서도 잘 다니고, 안내산행도 자주 다닌다. 아마 일주일에 3일은 산행을 가지는 거 같다.

오름길 끝에 다다른 고추봉에 단체 샷

인생 2막을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다.
MangsanTM은 정년퇴직 후 인생 2막을 하루하루 산행과 여행으로 즐겁게 살고있다. 경제적인 여유가 담보되어야겠지만 그보다 우선되는게 인생2막을 즐길 수 있는 자격증이 있어야 할 거 같다. 여행이든 사진이든 아니면 낚시든간에 전문가 수준에 이를 정도의 열정과 지식을 은퇴하기 전에 구비하여야 인생 2막이 도래하여도 당황하지 않고 멋지게 살수 있을 거 같다. 그에 비해 나는 아직까지 경계인 수준이다. 전문가 수준에 한참 못미칠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자립이 시급한 상태...

검단산에서 내려다본 팔당댐과 두물머리

고추봉에서 잠시 휴식을 갖기로 한다. 오르면서 가빠진 호흡도 가다듬고, 송년산행인 만큼 여유를 가지고 오르자고 합의한 상태. 각자 배낭에서 주전부리를 꺼내 하나씩 나눠먹으며 여유를 부린다. 울산에 파견내려가 생활중인 감리친구는 자서전을 써내려오고 있는데 절반을 넘겼다고 한다. 친구는 책 출간에도 지식이 있는가보다. MangsanTM이 그동안 올려놓은 블로그를 모아 책으로 내보랜다. 돈도 많이 들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면서 능선길을 걷다보니 검단산 정상이다.

하남시와 서울시내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롯데타워도 보인다.

하늘도 푸르고, 대기도 맑다. 팔당댐 위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가 깨끗하게 조망된다. 멀리 백운봉과 그 뒤로 연해있는 용문산까지 송년산행에 걸맞는 시계를 안겨준다. 반대로 와 서울시내 쪽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 서울을 두르고 있는 산들의 마루금이 선명하고 그 사이 뜬금없이 서있는 롯데타워까지 선연하다.

셀카봉을 뽑아 정상석에서 단체샷을 찍고 정상 아래 평지에 돗자리를 깔았다. 산행중에 먹어보는 커라면 맛은 정녕 비길데가 없으리라. 커피도 마시고, 오랜 시간 우려낸 생강차와 함께 정담을 나누면서 올 한해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나눈다. 감리 칭구는 울산에서 자주 올라오지 못하니 올라올 때마다 함께 산행할 수 있게 서로 일정을 공유하잖다. Good Idea!!!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산곡초 방면으로 들어서니 경사가 아주 급하다.

이제 준비해간 것도 모두 나눠먹었고, 충분히 휴식을 가졌으니 하산준비를 한다. 오던 길을 되짚어 가다가 산곡초방면으로 갈라진다. 헌데 산곡초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내려가는 우리야 괜찮지만 만약 이 코스로 올라왔다면 된비알에 꽤나 거칠어진 호흡에 단내를 풀풀 쏟아냈을 거 같다. 중간중간 지차체에서 계단을 만들어놔서 그나마 오르내리는데 위험하지 않을 정도로 등로가 거칠다.

중간에 장수탑이라는 명패와 돌탑을 만드신 박용석님 이름이 쓰여져 있다.

아까 내려오면서 그냥 지나쳤는데 이번에 만난 돌탑이 예사롭지가 않다. 오래 전에 쌓아올린 거 같지가 않아 자세히 탑신을 들여다 보니 밀양 박씨 어른 혼자서 이 탑을 쌓아올리셨단다. 지금도 저 아래 마을에 살아계시면 99세 되셨을 정도. 위에 있는 탑은 통일기원탑이고 이 돌탑은 장수탑이라 이름을 붙이셨다. 선생님 정성대로 아직도 장수하고 계실것 같다. 몇년에 걸쳐 쏟은셨을 정성은 과연 어디서 발원하였을까, 아마도 우공이산(愚公移山)??

대략 4시간 정도 산행을 즐긴 거 같다. 주차된 곳으로 다시 돌아와 2부 행사장으로 이동한다. 오늘도 함께한 친구들의 건강과 행운이 내년에도 쭉~~ 이어지길 기원해본다. 감리 친구는 내년부터는 잔병치례에서 벗어나길 빌고, MangsanTM은 내년에도 끊이지 않을 산행에 아무런 사고가 없기를 기원하며 올해 마지막 산행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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