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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산으로 가자

오서산 산행, 서해 낙조가 아쉬웠으나 친구들과 우정은 돈독해지리!

by 노니조아 2022. 12. 7.

2022. 11. 26. 친구들과 오서산 송년산행을 가다.
40여년 가까이 일터에서 몸과 마음을 소진한 뒤 은퇴하면 무엇으로 일상을 보내야 할까? 소진되어버린 에너지를 다시 충전할 필요는 없을테고, 그렇다고 삼식이가 되어 하루하루를 덧없이 보내는 것은 더더욱 갑갑할 노릇이다. 재테크 능력이 출중해 가만히 앉아있어도 통장에 쓸돈이 넘쳐난다면야 매일매일 친구들과 먹방을 돌던가 그린 위에서 나이스 샷으로 하루하루 일상을 누빌 수 있으련만.

산행 들머리에 친구들과 모였다. 지난 2월 비록 응달진 곳에 남아있는 제왕산 잔설을 밟으며 신년 산행을 가진 뒤 이번이 세번째 산행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미리 보내는 송년산행이다. 직장 현역에서 제대하고 예비역 대열에 들어선 친구도 있고, 준현역으로 현장을 누비는 친구도 있다.

오늘 산행코스를 다시 한번 점검한다. 산행을 주최한 징역사령관이자 이산해 종가의 맞종손 JW가 산행코스를 잡았는데 산꾼인 Mangsan은 이번이 세번째 산행인데 오늘 코스는 처음이란다.

오늘 산행코스는 성연주차장 - 시루봉 - 오서산정상 - 오서정 - 문수골 - 용연교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산촌생태마을을 가로지르는 마을 안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오서산 정상 밋밋한 마루금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아 시덥잖은 산행일꺼라는 선입견이 든다.

하지만 마을 뒤에까지 이어지던 임도를 벗어나 시루봉 팻말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면서 ‘역시 산은 산이구나!’ 하는 탄식과 함께 숨이 가빠오는 비알길이다. 갈잎으로 덮혀있는 등로로 디딤발에 힘을 들어간다. 119구조대원 도움을 받아 내려오는 산객은 미끄러져 어깨가 탈골되었다고 한다. 다리는 다행히 다치지않아 걸어내려올 수 있어 다행이다.

시원하게 땀을 빼고나니 시루봉이다. 발행한지 한시간가량 지난거 같다. 주차장에서 1.6키로 올라왔다. 정상까지 1.1키로 상거한 거리가 남았다.

시루봉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등로를 어지럽힌 굴참나무들을 대신해 잡목과 억새들로 빽빽하여 사방이 확 트인다. 오늘도 Mangsan은 본연의 임무에 열중이다. 산행 가이드하랴, 친구들 산행 모습을 찍어주느라 바쁘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내려받아 자신의 블로그에 빠지지않고 기록한다. 조선시대 사관을 지냈을까?

친구의 정성을 쪼끔 나누려고 셀카봉으로 단체사진을 담아본다. 배경으로 잡은 봉우리애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줄기가 시작된다.

친구들 표정에서 ‘오서산은 그다지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구나!’ 를 읽어볼 수 있다. 시루봉까지만 땀을 쏟으면 이내 오를 수 있다.

주능선에 올라 시원수레 터진 조망을 만끽한다. 날씨가 도와주면 황해를 구비구비 감아도는 느릿한 해안선을 볼 수도 있으련만,

미세먼질 품고있는 대기는 멀리서 그리고 있는 굽이치는 해안선을 가늠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날씨가 맑고 대기를 채우고 있는 공기가 깨끗하면 서쪽 바다로 넘어가는 붉은 낙조로 유명한 오서산인데, 오늘은 황홀한 낙조를 영접하기엔 황색먼지가 너무 우세하다.

정상에 펼쳐진 능선길은 오솔길이 아니라 거의 신작로급이다. 이달 초엽에 올랐다면 장쾌한 억새물결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 산객 도움으로 단체 기념샷을 남겨본다.

Mangsan의 디렉션에 따라 단독샷도 얻어본다. 정상 인증샷은 산을 오른 자에게 부여하는 증명서가 되니까.

오서산에는 정상석이 멀티? 보령시에서 세워넣은 정상석에서 단체샷을 남기고 능선길을 더 진행하면 광천읍에서 인증한 정상석이 또 서있다.

멀리 보이는 오천항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제주에 가면 흔히 마주치는 방사탑 모양을 한 돌무덤을 지나게 되는데 한사람의 지극한 정성으로 만든 두 개의 돌탑이 서있다. 7년에 걸쳐 지게에 돌을 지고 올라 만든 분의 얘기를 들어보자.

”‘평화통일기원탑’이요? 아유, 아는 어르신이 거창한 이름을 “‘평화통일기원탑’이요? 아유, 아는 어르신이 거창한 이름을 지어주시긴 했는데 좋은 이름이긴 하지만 꼭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 탑은 제가 쌓았지만 완성된 순간 이젠 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이 중요한 것이죠. 이 탑이 어떤 분들에게 의미를 가진다면 그 분들에게 각자 중요한 의미로서의 탑이 되면 그만이지요“

그 분은 돌탑을 쌓아올리는 수고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신다. 그저 하고 싶어서였을지언정, 분명 그 분은 가슴 속에 묻어둔 얘기를 나누고 싶지않으셨나보다.

하산길은 어렵지 않았다. 처음 가파른 경사로를 스틱에 의지하면서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마을길로 들어선다. 항상 느끼지만 등로는 길게 잡아도 되지만 하산길은 되도록 짧게,

오늘 하루 산행을 되짚어보느라 오서산 정상을 올려다보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산행에서 얻어온 피로는 이번 산행을 준비한 친구 JW가 마련해준 싱싱한 회와 석화로 말끔히 씻어내는 뒤풀이에서 우리의 우정은 더없이 깊어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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