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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아시아

가고시마에서 골프라운딩시 이런 관광코스는 어떨까요?

by 노니조아 2023. 2. 10.

한겨울에도 골프가 가능한 가고시마
일본 지도를 펼쳐보면 큐슈는 북쪽으로 후쿠오카와 벳부가, 중부에 구마모토와 나가사키가 위치해 있다. 미야자키와 가고시마가 남쪽에 위치해 있고 후쿠오카에서 가고시마까지는 280키로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3시간가량 소요된다.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제주도와 비슷한 위도에 후쿠오카와 벳부가 위치한다. 육지보다 따스한 기온을 띠는 제주도에서 겨울시즌 라운딩을 즐기는 골퍼들에게 코로나가 가로막았던 해외골프로 서서히 눈을 돌리고 있다. 겨울시즌 골퍼들이 자주 찾는 곳은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동안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큐슈지역이다.

큐슈는 여름에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명소를 가지고 있다. 바로 구마모토현에 속해있는 아소산은 이중 화산 폭발로 생성된 칼데라분지에 둘러싸여 있다. 이 칼데라분지에 자리잡고 있는 골프장은 제법 선선한 날씨로 인해 많은 골퍼들이 한여름에도 많이 찾는다. 가고시마는 구마모토현 아소에서 남쪽으로 불과 200키로 전후의 거리다. 자동차로 달리면 불과 두시간 남짓 걸린다. 결국 여름골프의 성지와 겨울 골프의 성지가 불과 두시간거리에 붙어있다.

제주도보다도 위도상으로 한참 아래에 위치한 가고시마는 겨울시즌 골프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날씨를 보인다. 12월에서 2월까지 평균 기온이 최저 4 ~ 7도, 최고기온은 12 ~ 14도 분포를 보인다. 겨울시즌엔 비가 내릴 확율도 적어 겨울 골프를 즐기기에 그다지 춥지않은 날씨를 보인다. 우리나라 초봄과 비슷한 정도로 보면 될 정도의 날씨여서 길게 시간을 낼수 없는 사업가나 직장인들이 2박3일이나 3박 4일 정도를 다녀올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문제는 항공편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인천과 가고시마 훅은 미야자키를 운항하는 항공편이 매일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모두 중단된 상태다.최근들어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속속 운항이 중지되었던 노선들이 다시 재개되고 있지만 가고시마나 미야자키는 아직까지 운항 재개 소식이 없다. 금년 봄 이후에는 다시 재개되지 않을까?

코로나가 발생하기 직전에 다녀온 2박3일 가고시마 골프여행
코로나가 막 시작하려던 11월 마지막 주말에 2박3일간의 골프여행을 준비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로나가 팬데믹으로 확장되지 않고 단순한 감기바이러스 수준일거라는 예측들이 있었으므로 여행에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이전에 쿠마모토 아소 골프는 골프라운딩에 중점을 두었다면 가고시마는 라운딩후 주변 관광과 함께 일본 전통료칸을 숙소를 선택하였다. 일반적인 숙박지인 호텔에 비하면 료칸은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첫날 일정은 공항 인근 골프장에서 라운딩하기로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가고시마에 내린 시각이 11:10이다. 아담한 규모의 공항이라 짐을 찾고 예약한 렌터카까지 받는데 30분정도 걸렸다. 네비에 골프장을 찍고 출발하니 대략 25분가량 걸린다. 항공권을 구매하고 나서 바로 실행한 것이 골프장 예약. 라쿠텐 고라(https://gora.golf.rakuten.co.jp/)를 통해 도착 첫날 골프장은 비행기 도착시간을 고려하여야 했다. 공항에서 되도록이면 가까워야 하고, 후기도 비교적 나쁘지 않아야 하고, 가장 중요한 도착시간에 맞춰 예약이 가능한 곳이어야 했다. 다행히 12:20 티엎 시간이 비어있는가고시마국제골프장으로 예약하였다.

가고시마국제골프장에서는 사쿠라지마화산을 자주 보게된다.

일본 골프장을 방문해보면 이따금씩 당황스러울때가 있다.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도착하였는데 의례 나와서 골프채를 받아주어야 하는데 아무도 없다. 주변을 두리번하며 찾아보니 골프백을 직접 가지고 카트대기장소로 가야 한다고 안내한다. 여기 골프장은 이런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구나 하며 라운딩을 시작하였다. 11월말인데도 페어웨이와 그린이 아직까지 제 빛깔을 가지고 있어 한결 산뜻해 보인다. 날씨는 더없이 청명하고, 기온은 말그대로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골프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9홀을 마치고 클럽하우스에 가니 우리가 예약한 것은 쓰루 플레이라고 한다. 9홀이 끝나면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갖는 게 일반적인데 반해 점심을 먹는 휴식시간없이 계속 플레이를 이어가는 걸 쓰루플레이라고 한다. 비행기에서 주는 기내식으로 아침을 겨우 해결하였는데 점심도 먹지 못하고 18홀을 쫄쫄 굶어가며 겨우 라우딩을 마쳤다. 담부터는 쓰루플레이 여부를 확인해 먹거리를 빠뜨리지 말아야겠다.

둘째날 라운딩 후 모래찜질에 료칸에서 가이세키요리까지
가고시마 시내에 위치한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가고시마시 남쪽방향 이부스키를 가다가 중간 정도 거리에 자리한 키이레골프장에서 두번째 라운딩에 나섰다. 어제 골프장에 비해 해저드도 많고 오비지역도 많다. 일본 골프장은 해저드와 벙커는 우리나라보다 많지만 오비는 상대적으로 적다. 플레이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지형이 안좋거나 위험한 곳이 아니면 오비지역은 없다. 홀과 홀 사이를 나무로 경계를 만든 평평한 지형에는 오비 말뚝이 없다.

8:26분 티업이라 11시도 되지 전에 전반 라운딩을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점심까지 포함된 가격으로 라운딩을 예약하였다. 맥주 한잔을 곁들여 점심을 먹고나서 라운딩하고 있는 골퍼를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 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나가야 할 시간이다.

라운딩을 마치고 곧바로 이부스키로 차를 몰았다. 라운딩하면서 땀도 나지 않아 이부스키 사라쿠 회관에서 검은모래찜질을 받기로 하였다. 유카타로 갈아입고 머리에 수건을 두른 후 모래에 누우면 직원들이 열심히 삽으로 모래를 덮어주고 10~15가량 찜질을 하게 된다. 지면 아래로 뜨거운 해수가 흐르는 이부스키의 모래는 언제나 뜨거운 열기를 뿜고 있어 저절로 찜질이 된다. 기분 좋을 정도로 뜨끈한 검은 모래를 덮고 조금만 누워있으면 바로 온몸에서 땀이 배출되기 시작하는데 이때 손과 발만 살짝 빼놓으면 조금 덜 답답하게 느껴진다. 라운딩에서 온 피로와 뻐근함이 찜질 후 개운하게 풀린 느낌? 그리고 모래 속에 파묻혀본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노랑 우체통으로 유명한 니시오오야마역은 일본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철도역이다. 역사도 따로 없고 주변에 인가도 드문 무인역이지만 철도 마니아들에겐 인기가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간이역에 대한 향수처럼 규슈 최남단 역이란 의미도 있고 아날로그 감성도 느껴지는 곳이라 잠시 들러 기념사진을 남긴다. 해질 무렵 카이몬산을 배경삼아 노랑우채통에 기댄 사진을 남기고 숙소로 이동한다.

노천온천으로 가는 길이 운치 만땅이다.

둘째날 숙소는 노천온천과 가이세키요리로 유명한 전통료칸에서. . .
이부스키관광을 마치고 예약한 숙소에 당도하였다. 일본으로 골프여행이나 업무출장에 묵는 숙소는 늘 비즈니스호텔이었다. 관광을 목적으로 오사카나 교토를 방문할 때는 따로 료칸을 숙소로 잡아서 묵기도 하였던 기억을 되살려 두번째 날 숙소로 료칸에다가 가이세키요리까지 추가하였다. 일본 료칸은 요금체계와 서비스가 일반 호텔과 다르다. 부부가 한 방에 묵더라도 두사람 요금을 내야한다. 료칸은 대부분 노천온천이 기본 부대시설로 제공되고 아침과 저녁이 달려나온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예약된 자리에 앉으니 저녁으로 제공될 가이세키 요리 메뉴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메뉴에 있는 요리가 하나씩 나오자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게된다. 가이세키요리는 료칸이 속해있는 지역의 특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해 제공되는 저녁 정찬이다. 일본 특유의 깐죽대듯이 감질나게 나오는 음식과 양이지만 메뉴가 마무리 될 즈음에는 불쾌하지 않은 포만감으로 식사를 마치게 된다.

료칸에서 누린 호사는 지불한 비용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노천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넓은 다다미방에서 푹 자고나면 온몸에 개운함을 느낀다. 특히 일본 료칸에서 제공되는 룸 사이즈가 일반 호텔과 영 다르다. 아무리 허접한 료칸이라 하더라도 왠만한 고급호텔의 슈페리어급 룸과 사이즈가 맘먹는다. 넉넉한 방이 주는 여유가 아마도 일본 료칸의 숨어있는 1인치가 아닐까...

마지막날,
짧은 골프여행에서 마지막날은 여지없이 바쁠수밖에 없다. 호텔 체크아웃도 해야하고, 라운딩을 마치고 공항으로 이동하여 렌터카 반납에 출국수속까지. 하지만 이번 여행은 이런 소란스러움을 미리 회피하도록 일정을 짰다. 료칸에서 일어나자마자 노천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늦은 아침까지 먹고 라운딩에 나섰다. 예약한 골프장은 공항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가고시마리조트골프장이다. 가고시마만 한가운데 떠있는 사쿠라지마섬에는 오늘도 화산활동으로 산정상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10:26분 티업으로 라운딩을 시작해 1시가 못된 시간에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오후 티업을 나가는데 사쿠라지마화산 정상이 심상치가 않다. 분출되는 화산재와 연기가 여태까지 보아왔던 규모가 아니다. 골프장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대수롭지 않은 듯 한달에도 몇번씩 저 정도 폭발이 일어난다고 한다. 다른 방문객들도 그저 라운딩 준비에만 열심이고 우리처럼 화산폭발엔 영 무관심이다.

라운딩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겨울에 핀 무지개를 본다, 그것고 마른 하늘에서 피어오른. 겨울 시즌에 방문한 가고시마에서 3일은 다행히 비도 내리지않는 맑은 날씨에 기온마져 온화해 골프와 관광 모두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특히 이부스키에서 경험은 골프가 아닌 색다른 여행의 경험이었다. 다음번 겨울에도 가고시마에 라운딩을 하기로 하고 돌아왔는데 아직까지 가보질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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