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의 고문?
꼬박 11시간을 밀폐된 기내에서 견디는 게 결코 쉽지가 않다. 한창 열정적으로 일하던 젊은 시절엔 대륙을 가로질러 가는 장거리해외출장이 동료 직원들 사이에 부러움을 사는 특혜다 보니 힘든 걸 느껴보지 못하였는데 어느덧 나이테가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온 나이에다 생리기구도 노후되어 긴 시간을 좁은 의자에 파묻혀 있는 게 여간고역이 아니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 주는 설렘이 이런 물리적인 불편함을 상쇄시킬 만큼 거뜬히 받아내고 있다.
항공사가 제공하는 식사서비스와 면세품 판매가 지나고 취침 모드로 전환해 메인 조명이 꺼진다. VOD 가 제공하는 영화를 골라 첫 편을 보고 두 번째 오펜하이머를 보는데 졸음이 쏟아진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는데 잠이 든 듯하다가 이내 깬다. 이렇게 두세 시간이 지나고 비몽 간에 지나간 오펜하이머를 처음부터 돌려 세 시간에 걸쳐 다 보고 났는데도 동쪽 하늘은 칠흑이다.
내가 창가 좌석을 선택한 이유
오클랜드까지 1시간 반가량을 남긴 시각, 창문으로 바라보이는 하늘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다. 새카만 암흑으로 채워진 1만 미터 대기에 푸른빛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새벽 여명의 푸른 숨결이 두텁게 드리운 장막을 서서히 걷어내고 있다. 카메라에 렌즈를 장착하고 셔터를 눌러본다. 푸른 기운이 렌즈 핀홀 사이를 쏜살같이 통과해 CCD 센서에 융착한다. 그렇게 얻은 모습을 LCD 칭으로 재생해 보면서 해가 떠오르길 기다려본다. 이 모습을 얻기 위해 항공권을 구매하자마자 주날개가 바라보이는 동쪽 방향의 창가 좌석을 선점해 놓은 이유다.
오클랜드국제공항은 김해국제공항 규모다. 2024. 09:10, 11시간 비행을 마친 육중한 기체가 활주로에 털썩 내려앉는다.
까다로운 입국수속을 마치고
eGate에서 셀프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으러 벨트트레이가 돌고 있는 가니 벌써 캐리어들이 주인을 기다리면 돌고 있다. 그리 오래지 않아서 우리 일행 짐을 모두 찾아 보안검색대로 이동한다. 우리는 미리 음식물 지참을 배제하였다. 치치로 가는 비행기가 11:40이라 여유가 거의 없어서다. ‘신고물품 없음’ 대기줄에 섰건만 일행 모두 검색을 마치는데 30분이나 소요된다.
공항셔틀로 오클랜드 국내선으로 이동해 크라이스트처치행 티켓을 발권한다. 발권하는데 국내선이라선지 여권을 요구하지 않는다. 13:10분 크라이스트처치(현지인은 줄여서 치치라고 부른다)에 내려 공항 밖에 있는 APEX 렌터카에서 예약한 렌터카 인수까지 마치니 대략 두시가 넘어간다.
뉴질랜드 여행의 시작, 정원의 도시 치치,
기내식을 먹은 지도 꽤 시간이 흘러 뱃고래가 허전하다. 숙소로 가는 길에 밑반찬과 한식 재료를 사기 위해 한인마트에 들렀다. 마침 한인마트 옆에 베트남 식당이 있어 허기를 채운다. 입국심사에서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국에서 음식과 찬거리를 준비하지 못하다 보니 한인마트에서 살 것들이 많다.
예약한 숙소에 여장을 풀기 바쁘게 본격적인 뉴질랜드 야행이 시작된다. 당초 계획한 오늘 일정은 숙소에서 헤글리공원과 보타닉가든을 산책하듯 둘러보고 지진으로 무너진 치치대성당과 임시성당까지 둘러보는 것이다. 하지만 저녁식사를 위해 장을 봐야 하니 헤글리공원과 보타닉 가든만 보기로 한다.
크라이스트처치, 통상 치치로 불리는 이곳은 인구 40만 규모로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다. '영국 밖에서 가장 영국다운 도시'면서, '정원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진 이유는 영국 옥 스포드 출신들이 건립한 데서 유래한다. 하지만 2011년 2월 22일 진도 6.3의 지진이 도시의 모습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지금도 지 진으로 무너진 피해를 복구하는데 시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헤글리공원(Hagley Park)은 CHCH 도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로 공원 안에는 6만 평이 넘는 식물원(Botanic Garden)과 미술관이 들어서 있으며, 에이븐 강(Avon River) 공원을 감아 돌며 흐른다. 공원을 거닐다 보면 보통 성인의 대여석 아름이나 되는 나무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PAKnSave에서 소고기 등심과 야채, 갖은양념을 한 소스에다 어렵게 뜸을 들인 하얀 쌀밥으로 뉴질랜드 첫날 만찬 속에서 앞으로의 여행에 무탈을 염원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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