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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자전거 종주

10년을 미뤘던 낙동강 자전거종주 2, 달성보에서 합천창녕보를 지나 적포교에서 1일차 마무리

by 노니조아 2024. 12. 12.

오늘 마지막 구간 달성보에서 합천창녕보까지 35키로
달성보 인증센터에서 스탬핑을 하고 이내 출발한다. 오늘 마지막 구간인 합천창녕보까지는 이제까지 달려온 고속도로급 쟌차길이 아니다. 두 개의 업힐구간을 포함해 좁은 산길이 작은 업힐과 다운힐을 반복하는 곳이 잦다고 한다. 욕심 같아선 둘 중 한 곳의 업힐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시간도 예상보다 많이 지체하여 우회길을 선택키로 한다.

달성보를 지나면서 잔차길 옆으로 꽃단지가 길게 이어진다. 이제까지 길 옆에서 반겨주던 코스모스, 맨드라미, 들국화가 아닌 노란색 해바라기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햐바라기가 보내주는 환한 미소에 힘을 얻어 기울어가는 오후를 달린다.

다소 거칠어진 잔차길을 달리는데 바닥에 낙동강하구둑까지 170키로 남아있단다. 내일 달려야 할 거리가 130키로니 아직도 40키로를 더 달려야 목적지에 도착한다. 지금까지 달려온 거리가 110키로 정도? 한강을 한 바퀴 돈 거리다. 체력은 아직 버틸만하다.

도동서원에서 잠시 휴식.
첫 번째 업힐로 알려진 다람재고개가 시작되는 곳에 이른다. 산허릴 끊어서 만든 올라가는 길을 바라보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숲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경사가 그냥 걸어가는 것도 쉽지 않을 듯. 우회로로 알려진 도동서원 터널로 이어지는 차로를 달린다.

다람재고개 대신 도동서원 터널을 벗어나자 바로 도동서원이 나온다. 조선 중종때 혁신의 아이콘이자 비운의 장치가 조광조의 스승으로 알려진 김굉필을 배향하는 서원이다. 조선말 흥선대원군 주도로 펼친 서원철폐의 칼날도 비껴간 이 서원은 그 명성을 대변하듯 400년 된 은행나무가 위엄을 자랑하며 서있다.

서원 앞으로 낙동강이 유장하게 흐르고 있다. 강 건너엔 아담한 동산이 강 위로 오똑하니 서서 서원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는 듯하다. 좀 더 일찍 도착했다면 서원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서원의 구조와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텐데 예상보다 너무 늦어 가던 길을 재촉한다.

나홀로 라이딩을 하면.
길지 않은 늦가을 해가 짧다. 햇살은 따스함이 바랜 채 그저 하늘에 걸려있다. 강둑 아래 둔치에 하얀 갈대꽃이 가벼운 바람에도 몸을 크게 흔든다. 도시 인근을 지날 땐 잔차꾼이 보였는데 한적한 시골길이라 그런가 오고 가는 라이더를 만나기 어렵다. 오늘 목표한 마지막 인증센터까진 어직도 갈길이 멀다.

산행을 할 때도 그렇고, 라이딩을 할 때도 그렇고 혼자 하는 게 익숙하다. 페이스에 쫓기지 않아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하염없이 게으름을 피울 수 있어 좋다. 물론 동행과 케미가 좋아 함께 산행도 하고 라이딩도 하면 더없이 좋다. 지금도 근교 산행은 친구와 동반해 다닌다. 하지만 긴 여정을 할 때는 혼자가 좋다. 힘이 들 수밖에 없는 산행과 라이딩이라 도반에 대한 신경소모를 최소화해야 그나마 목표점을 무난히 도달할 수 있다.

무심사고개도 우회하니 합천창녕보에 도착
사진도 찍고 달릴 때는 들쭉날쭉하는 상념의 구름과 무안의 마음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무심사로 오르는 길 안내판이 나온다. 천하절경이란 안내표지가 험난한 오름길을 선택하라고 유혹한다. 하지만 종주를 준비할 때부터 우회길로 가기로 했기에 미련 없이 우회로로 핸들을 잡는다.

구불구불 농로길, 지방도로를 따라 달린다. 길가에 늘어선 밭자락엔 늦가을겆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에 매달려계신 분들은 하나같이 이미 70고개를 넘긴 지도 꽤나 되어 뵈는 분들이다. 저분들이 빠져나간다면 저 농사처는 누가 이을까? 짧디 짧은 가을해가 야속한 듯 분주한 모습에 감히 사진을 찍을 염치가 없다. 해가 서쪽 산능성이에 얼추 걸린 시각에 합천창녕보에 도착한다.

오늘 묵을 숙소로 적포교에 있는 적교장!
인증포스틍에 들어가 스탬핑하고 나오자마자 명함을 내밀며 자기 숙소에 묵을 것을 권유한다. 예약한 숙소가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기에 따끔히 거절하고 쉬는데 70대 라이더분이 다가와 내가 묵을 숙소에 그분도 묵을 예정이라며 해가 떨어진 줄도 모르고 얘기를 나눈다. 라이더라면 했음직한 종주는 이미 다 섭렵을 했고, 요즘은 생각나는 대로 잔차를 끌고 다닌다고 하신다. 적포교까지 가는 길을 뒤에서 좇아가는데 페달링이 무척 가벼워 보인다. 상당한 수준의 내공을 부러워하며 오늘 하루 상주보에서 합천창녕보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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