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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자전거 종주

10년을 미뤘던 낙동강 자전거종주3, 마침내 4대강 종주와 국토종주를 완성했네!!!

by 노니조아 2024. 12. 21.

2024. 10. 27. 대장정의 끝으로 향한 열정
아침 이른 시각에 밖을 나와보니 짙은 안개가 세상을 덮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6시 반 이전에 출발해야 낙동강 하구둑까지 여유롭게 라이딩을 할 계획이었는데 10여 미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다. 방으로 돌아와 망설인다, 안갯속을 뚫고 갈 거냐? 기다렸다가 안개가 지워질 즈음 출발할까? 다시 밖을 나와 보니 생각보다 일찍 안개가 밀려나간다.

한달 여정으로 러이딩을 하고 있는 호주 노부부

모텔을 나와 낙동강 우안에 조성된 잔차길울 따라 시원스레 달려본다. 앞으로 봐도 아무도 없고, 뒤를 돌아봐도 달리는 이 없다. 아침마저 거르고 시원하게 뚫려있는 자전거길을 빠르지도 않게 그리고 느리지도 않은 나만의 페이스에 맞춰 페달질을 한다. 10여분 남짓 달리는데 반가운 두 분의 라이더를 만난다. 앞서있던 라이더 앞에 잔차를 세우고 어디서 오셨는지 물어보니 서울에서 출발했단다. 뒤쳐진 라이더까지 합류해 이것저것 단순한 대화를 나눠본다. 두 시니어 라이더 부부는 호주에서 오셨다고 한다. 40일 정도 여정을 한국에서 라이딩할 계획이란다.

박진고개 초입

피해 갈 수 없는 박진고개!
호주 노부부와 헤어져 다시 30여분을 달리니 드디어 맞닥트린 박진고개! 낙동강 자전거 종주길에서 4개의 무시무시한 고개룰 만나게 된다. 다람재고개, 무심사고개, 박진고개, 영아지고개. 다른 고개는 우회로가 마련되어 있는데 요넘의 박진고개는 피해 갈 도리가 없다. 일단 마음부터 다잡아 본다.
“끌바는 죽어도 안돼!!”

박진고개 정상에 설치한 인증포스트

오름길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클릿에 슈즈를 건다. 출발하면서 스스로에게 되뇐다.
‘천천히 그러나 느리지 않게
기어비를 낮춰가면서 허벅지 상하운동에 서서히 힘을 증가시켜 본다. 동시에 클릿에 잠겨있는 발로 밀어내는 동시에 반대편 발로 끌어당겨가며 페달질에 온 힘을 모아 토해낸다.

박진고개에서 바라본 낙동강

크게 갈지자 가파른 오름길에 가쁜 호흡을 토해내며 페달링에 시달리길 대략 10여 분가량? 종주를 다녀온 분들 후기에 있는 중간 휴식처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 마지막 힘을 쏟으며 오르는데 빨간색 부스가 보인다. 그럼 저 고개가 정상? 그랬다. 끌바없이 나는 박진고개에 오른 것이다. 고갯마루 휴식처에서 낙동강을 내려다본다. 마치 대형 거울을 깔아놓은 듯 하늘이 누워있다. 멀리 구름이 산중턱에 게으름을 피우며 누워있다.

되짚어보니 박진고개 정상이 가까워지는 걸 알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길가 벽에 낙서들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낙서가 드문드문 보이다가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엔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다. 나도 그 위에 무언가 소회를 남길까 하다 거두어들이고 다시 채비를 서두른다. 이제 박진고갤 넘었으니 부산까지는 다시 고속도로이리라.

영아지고개를 우회할 수 있는 신전터널

영아지고개도 우회하고
박진고개에서 내리막길은 경사도 급하고 노면도 거칠어 중력이 주는 가속도를 감당하기엔 다소 위험하다. 적당히 제동장칠 반복해서 작동하며 내려와 다시 둔치길을 달리는데 마지막 오름길이 나온다. 영아지고개. 이 길 역시 우회롤 가지고 있으니 머뭇거릴 필요없이 신전터널 이정표를 따라 올라간다.

남지읍을 지날 즈음 이정표에 낙동강하구둑 종착지까지 100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안동댐에서 여기까지 285.5km란다. 현재시간이 09:30이면 점심 먹을 시간까지 감안해도 오후 세 시 반이면 종점에 도착할 거 같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시간이 18:30, 구포터미널 근처에서 여유있는 자축파티릴 가질 수도 있겠다.

가장 지루한 구간은?
남지읍을 에둘러 흐르는 낙동강 줄기를 따라 지루한 라이딩을 한 끝에 드디어 창녕함안보에 도착한다. 낙동강 종주길 중에서 가장 지루한 코스로 달성보에서 합천창녕보 구간과 합천창녕보에서 창녕함안보를 거쳐 양산물문화관에 이르는 각각 50여키로 구간이지 않을까 싶다. 50분 수업하고 10분씩 쉬는데 익숙해진 일상 습관이 이 구간에선 예외다.

하루 150키로 구간을 체력을 적당히 안배해 라이딩하려면 휴식 인터벌도 아주 중요하다.  어느 지점에서 휴식을 하고 어느 지점에서 어떤 종류로 식사를 해 체력을 충전하느냐에 따라 종주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다. 이제 자전거길 주변 경치는 천편일률이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프랑스 커플과 헤어지고 나서 길을 잃다.
아침에 만난 호주 커플도 반가웠는데 이번엔 프랑스커플이 쉬고 있어 함께 휴식시간을 가져본다.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자전거렌털샾에서 자전거를 빌려 인천부터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하고 있단다. 4대강 자전거종주코스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었을까? 질문하니,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어 한국에 왔다고 한다. 아침에 만난 호주 커플과 오후애 만난 프랑스커플에게 이 자전거종주길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을 남기고 헤어진다.

창녕함안보에서 양산물문화인증센터로 가는 길 중간에 수산대교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수산대교를 건너 강 좌안길로 가는 게 원래 코스였으나 요즘은 수산대교를 건너지 않고 곧바로 우안길로 가는 걸 추천한다. 드라마 우영우에서 소개된 우영우 고목이 있는 마을을 지날 수 있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노무현대통령 묘역도 들러볼 수 있는 길이 강 좌안이다. 그리고 라이더에게 새롭게 등장한 마사마사터널이 있다.

뭔가에 홀린 것도 아닌데 마사마사터널 못미친 지점에서 그만 엉뚱한 곳으로 길을 잡았다. 도로 바닥에 그려진 자전거도로표지를 따라 한참을 달리는데 터널은 나오질 않고 산길로 접어든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오르는데 경사마저 무시무시하다 ‘끌바는 무조건 안되지!!’ 했던 다짐도 무참히 깨지고 결국 끌바로 고개를 넘어 다시 계속 달려보는데 ’낙동강종주길‘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도로 바닥에 자전거길 표지만 계속 이어진다.

결국 자전거를 세우고 지도를 검색하니 이 길로 쭉 가면 낙동강 하구둑까지는 갈 수 있지만 강 좌안에 있는 양산물문화인증센터를 갈 수 없다. 점심 무렵부터 낮게 드리운 구름이 거뭇해지더니 결국 비까지 뿌린다. 무려 한 시간 반이상을 엉뚱한 곳에서 힘을 쏟는 알바를 하고야 겨우 본래 잔차길을 찾았다. 여유있게 종주를 마칠 거란 기대에서 이젠 올라갈 버스시간에 맞출지를 걱정하게 되었다.

굵은 빗줄기도 점점 가늘어진다. 젖은 길 중간중간에 물웅덩이가 있어 달리는 속도가 시원찮다. 부산 시내가 가까워지면서 산책길과 나란한 잔차길에 사람들이 늘어난다. 공원에 자리한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로 갈증을 달래고 얼마 남지 않은 종점을 향해 달린다.

2024. 10. 27. 16:30 국토종주와 4대강 종주를 드디어 완성하다.
낙동강하구둑 중간에 자리한 국토종주 출발점 표지석에 자전거를 기대고 나도 표지석에 의지해 종주 완성을 기념하는 포즈를 취해본다. 10년을 미루어온 국토종주를 마침내 완성한 것이다. 엊그제 상주로 오는 버스 속에서 1박 2일 종주계획서를 최종 점검할 때 밀려왔던 걱정과 우려도 있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종주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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