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바다는 일곱가지 색깔을 보여준다 하여 칠색의 바다라고 불린다. 비양도까지 펼쳐진 바다는 흐린 날씨도 불구하고 옥빛을 띠기도 하고 푸른빛을 띠기도 한다. 모래섶에 밀려오는 맑디맑은 물빛은 비양도에 가까워질수록 푸른 빛이 깊어지고 진해진다. 올레길 15코스 한림항에서 고내포구까지는 비양도와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제주시와 공항이 가까운 자연적, 지리적 이점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하여 개발 정도 더욱 활발하다.
올레길 15코스는 두 개의 길을 가지고 있다. 바당길과 마을길로 나뉜다. 한림항에서 곽지해수욕장과 애월을 지나 고내포구까지 바당길로 이어진다. 점점 더 멀어지는 비양도를 그리워하며 여러가지 물감이 물들어있는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다. 마을길은 마을길과 농로길 그리고 난대숲길들을 지나 고내포구에 이른다. 아마 처음 올레길을 찾는 분들은 바당길을 선택하고, 두번째 올레길에 나선 분들은 마을길을 선호하지 않을까? 우리도 다음에 올 때는 마을길로 길을 잡아 숲길과 마을길을 걷게 되리라.
올레길은 제주도 방언으로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 제주도 올레길을 걷다보면 아주 예쁘게 단장된 올레길을 자주 볼 수 있다. 육지에서 이름난 마을길은 주로 오래되어 노후된 담장에 그림을 그린 벽화마을들이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는 곳이 여러곳 있다. 파란색 지붕을 자랑하는 마을도 있다.
하지만 제주도에는 작은 시골마을이나 작은 도시 안에 들어앉아 있는 집들로 들어서는 올레길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집주인의 손길이 닿아선지 집담아래 피어있는 여러가지 색깔의 예쁜 꽃들을 만나볼 수 있다.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 제주도에는 유채꽃이 만발한다. 제주도 어디를 가도 노란색 유채꽃이 넓은 밭에 한가득 피어 관광객을 부른다. 아쉽게도 우리는 여태까지 유채꽃 꽃밭에서 사진을 담아본 적이 거의 없다. 우리가 찾는 5월엔 유채꽃이 대부분 지고난 뒤여서 지다만 꽃들이 남아있는 곳밖에 없다. 올레길 집담이나 밭담 아래 소담스레 얼굴을 들고 우리를 반기는 야생화를 보노라면 결코 올레길이 지루하지 않다.
이렇게 예쁘게 단장된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집은 화산폭발로 분출된 용암이 급속도로 식어가면서 다양한 모습을 한 돌들을 제주도에는 흔하게 볼수 있다. 또한 바다가 가까워 소라, 전복등 바다식량이 널려있다. 이런 재료를 가지고 집을 꾸면 놓은 걸 흔히 만날 수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고자 한곳도 아니고 지자체로부터 돈을 받아서 만든 것도 아니리라. 아기자기하게 단장하고 꾸미고자 하는 삶의 여유를 가진 자라야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올레길을 걷고 있다. 올레길을 걷는 것은 대단한 문화유산을 만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빼어난 절경과 마주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바로 이런 우리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소박한 재미와 따스한 손길이 묻어 있는 생활의 여유를 만나고자 하는 게 아닐까….
한림항을 벗어나서 조금만 걸어가다보면 너른밭 초입에 갈림길이 나온다. 내륙으로 이어지는 마을길과 바다를 끼고 걷는 바당길로 나뉜다는 푯말이 나온다. 이번엔 바당길로 길을 잡았다. 밭담 한가운데를 지나면 다시 바다로 올레길은 이어진다.
제주를 상징하는 해녀는 요즘 고령화 사회가 겪는 현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해녀를 가르치고 기르는 해녀학교가 생겨났다. 제주한수풀해녀학교에서 물질을 배우는 해녀학생들이 화산돌로 가로막은 포구에서 열심히 물질을 배우고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남자 수강생도 보인다. 해녀가 앞으로는 여자만의 전유물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해변을 끼고 이어지는 바당길 옆에는 도시의 자본이 들어와 조성된 식당, 카페 그리고 펜션 등 저마다 차별화된 시설물들이 세워져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특히 젊은 커플들에게 매력적인 시설과 장치를 매장 주변에 구비해놓고 있다. 이곳에서 커플들은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되고 있다.
옥빛 바닷물이 쉼 없이 밀려오는 바다를 끼고 걷는다. 곽지해수욕장을 지날 때면 하염없이 맑은 물이 하얀 모레사장으로 살포시 밀려와 거품을 만들다 사그라진다. 해수욕장 한쪽에서는 서핑강습에 열중인 무리 속에서 서툰 서핑 실력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곽지해변을 지나면서 나오는 한담해안산책로는 15코스 올레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옥빛 푸른 바다가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걸어가는 이 길은 나지막한 절벽 아래 뱀처럼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면서 이어진다. 산책로 끄트머리에는 바다로 불쑥하니 돌출된 곶이 잇고 그곳에는 유명한 카페, 식당 그리고 펜션이 들어서 있다. 한 때 젊은 여행객들에게 필수 방문지로 각광받았던 ‘몽상드 애월’도 그곳에 있다.
애월을 지나 15코스 종착지인 고내포구에 도착할 즈음엔 하루 해가 거의 저물어갈 무렵이었다. 고내포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언덕에는 제주를 방문하면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망고아이스크림집이 있다. 너무 늦고 다리마져 풀어질만큼 많이 걸어 오늘은 여기서 일정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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