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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산으로 가자

도봉산 송추-여성봉-오봉 단풍산행, 단풍이 벌써 지고 있네!!!!

by 노니조아 2022. 11. 7.

오금역인근에 곱게 물들은 은행나무 가로수

2022년 10월 28일, 도봉산으로 늦가을 단풍산행에 나섰다.
지나고 보니 근 일년동안 아내는 혼자였다. 직장을 다닐 때는 주말이나 연휴에 함께 어디라도 다녀왔는데, 작년 가을 퇴직한 이후로 주말마져 아내와 함께 보낸 날이 거의 없는 거 같다. 퇴직은 하였으나 밥벌이삼아 벌려놓은 일들이 있어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에 매달려 보내게 되었다. 아무리 밥벌이가 중하다고 하지만 주말마져 아내를 혼자 집에 내버려두다니 너무한 처사임을 문득 깨달았다.
벌려놓은 일들이 하나 둘 마무리되면서 자연스레 찾아온 여유가 아니었음 아직도 일에 매달려 정신을 못차릴뻔 하였다. 볼일이 있어 오금역 어름으로 걸어가는데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쪽빛 하늘을 배경삼아 멋을 부리고 서있다. 아아! 벌써 단풍이 지고 있을 시절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갑자기 단풍구경이라도 하지 못하고 이 해를 보낼 뻔했구나 싶었다.

여행을 떠날 때 늘 출발지점이 되고 있는 400년 느티나무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내일 단풍구경차 산에나 가자면서 북한산이나 도봉산행을 꺼내니 아내는 "가까운 남한산성 놔두고 멀리 갈 필요가 있어?" 하며 시큰둥이다. 아침에 일어나 도봉산행을 강제하니 마지못해 따라나오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오랜만에 함께 산행이라 즐거운가보다. 집을 나서서 늘 그러하듯 400년 느티나무에 출행을 알리고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여 구파발에 도착하였다.

이미 단풍 절정을 넘겼으나 늦깎이 단풍이 우리를 반긴다.

왠만하면 구파발역에서 북한산성입구까지 전철을 놓는 것이 어떨까?
구파발에서 송추유원지로 가는 버스정류장에는 등산객차림들로 만원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버스에 오르다 보니 자리가 없어 한 대를 그냥 보내고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다행히 얼마 기다리지 않아 버스가 오고 다행히 우린 탑승할 수 있었다. 은평뉴타운을 관통하는 버스는 제한속도 30Km에다 뉴타운 아파트단지를 가가호호 방문하듯 촘촘히 붙어있는 정류장에서 정차를 반복하고 드디어 간선도로로 나선다.간선도로를 쌩하니 달려 북한산성 입구에 멈추자마자 시루에 꽉 차있던 콩나물 뽑히듯 대부분 승객이 내려 버스안이 훵하다.

이미 져버린 나뭇잎이 길을 덮고 있다.

주말이 아닌데도 산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은평뉴타운 주민들은 버스 타는게 고역이라며 주민으로 보이는 분이 기사님에게 에맬무지로 화풀이한다. 기사님은 친절하게 불만처리 직통번호를 알려주며 '제게 하소연하셔도 해드릴 게 없어요, 그 번호로 전화해서 불편함을 얘기해주세요..." 하는 품이 기사님도 힘든 모양이다. 주중에도 이러면 서울시에서 뭔가 대안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버스편을 증편하거나, 구파발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지하철을 연장하는 방안을 강구하면 어떨까 싶다. 북한산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라면 고려해봄직하다.

오늘 산행은 송추유원지 - 여성봉 - 오봉 - 자운봉 - 도봉산입구로 잡았다.
대부분의 등산복 차림들이 북한산성입구에서 내리니 버스에는 몇분의 등산객밖에 없고 그나마도 밤골정류장에서 내린다. 밤골은 북한산에서 가장 멋진 숨은벽능선길로 이어지는 산행코스 출발점이다. 우리는 송추유원지에서 내려 오봉탐방지원센터로 10분가량 걸어 당도하였다. 스틱을 꺼내 길이를 잡고 산행들머리로 들어선다. 등산로에는 여름내 푸르던 잎들이 가을색으로 탈색되어 길을 덮고 있다. 단풍도 절정이 꺾여 막다름으로 가고 있다. 평평한 오솔길이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더니 한양도성 성돌로 쓰기에 알맞은 크기로 맞춘 돌층계가 이어진다.

고도를 높여 올라갈수록 아내는 쌩쌩한데 정작 산행을 채근한 나는 힘에 부쳐한다. 서너개의 오르막 돌계단을 지나면서 힘에 부치다 못해 주저앉고 싶어지기에 잠시 쉬어갈 것을 청해보았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언덕받이에서 오늘 첫번째 휴식을 갖는다. 어제 저녁을 몇 숟갈 뜨지 않은데다 아침마져 속이 좋지않아 그냥 내처 산행에 나선게 탈인가 보다. 쉬고 있는데 산아래 군부대에서 군가가 가까이서처럼 들려온다. 지나던 산객이 "왠 군가를 저리 계속 틀고 있지?" 하고 묻기에 "점심시간일꺼예요" 대답해 드리니 "아! 그렇구나" 하는 걸 보니 그 분도 군복무를 정상적으로 마쳤나 보다. 나라 걱정을 참칭하는 위정자들은 별의별 이유를 끌어대어 군복무를 회피하고 저 분같은 범부들은 아낌없이 청춘을 바치는데 . . . .

다시 산행을 나서고 얼마되지 않아 이번에 암벽에 쇠줄까지 마련된 코스가 나온다. 천천히 체력을 안배하면서 오르고 또 오르는데 첫번째 목적지 여성봉은 아직도 멀리 남아있다는 이정표가 기다린다. 두 세개의 급경사 바위길을 오르니 갑자기 우회하는 평지길이 나타난다. 드디어 여성봉 턱밑에 당도한 것이다.

10년전에 왔을 때는 무안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걸 주저한 여성봉

여성봉이라는 이름보다 참신한 이름으로 바꿀 수 없을까?
북한산과 도봉산은 바위가 융기하여 기둥처럼 솓아오른 것처럼 매끈한 얼굴을 한 바위가 많다. 인수봉, 보현봉, 신선대, 자운봉처럼 맨 얼굴을 하얗게 드러내고 서있는 바위봉이 많다. 백악기를 고친 화강암으로 구성된 여성봉은 여성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닮은데다가 이끼가 박혀있는 부분에 빗물이 스며들며 오랜 세월 절리가 진행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가운데 서 있는 소나무까지 더하니 바라보는 사람마다 여러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을 정도로 그 모습이 은밀하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누르는데 괜히 얼굴이 화끈거릴만큼 바위에 조화가 기이하다. 

여성봉 정상에 오르면 오봉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에 서있다. 다섯 개 바위로 된 봉우리가 연이어 서있다. 마치 암반 위에 커다란 암석을 탑을 쌓아올리듯이 서있다. 오래 전에 여길 왔을 때는 암벽등반을 즐기는 매니아가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줄을 매고 건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오늘은 그와 같이 도전하는 분들이 보이질 않아 아쉽다. 

여성봉 아래에서 쉬고 있는데 길량이들이 먹을 것을 기대하며 다가와 앉아있다.

여성봉 앞에 마련된 데크에 앉아 가져와 귤과 사과를 먹으며 땀을 들이고 있는데 고양이들이 다가와 앉아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준비한 것이 과일뿐이어서 녀석들에게 줄게 없다. 이럴줄 알았으면 육포라도 가져올껄 그랬나보다. 사실 육포는 우리집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주전부리다. 이를 손상할 수도 있어서 금기 품목이다. 녀석들은 우리가 줄 게 없는 걸 알면서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몸피를 보니 굶은 것 같지는 않은데.. 오히려 어제 저녁과 아침을 부실하게 먹은 내가 더 고프건만...

산행에서 하산길은 짧을수록 좋다?

여성보에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오봉으로 오른다. 여성봉에서 오봉삼거리까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을만큼 평평한 길이다. 오봉삼거리에서 자운봉으로 갈것인가, 바로 하산길을 잡아서 내려갈까 하다가 부실한 조석을 핑계로 하산길을 잡았다. 하지만 이것이 오늘 산행에서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것을 내려오면서 깨달았다. 오봉삼거리에서 하산길을 알려주는 안내표지가 없고 자운봉 방향표지만 있었는데 이를 무시라고 표시판에는 없지만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멀리 우이령으로 내려가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하산길을 잡았다.

오봉삼거리에서 살짝 내려오니 혼자 산행을 즐기는 분이 폰카로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도 주변을 둘러보며 그 분이 찍는 방향으로 시선을 잡아보았다. 커다란 바위가 덩그렇게 앉아있고 그 뒤로 도봉산 정상 봉우리군이 보인다. 사실 자운봉으로 가는 길도 그다지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보여 다시 오봉삼거리로 올라가 자운봉 방향으로 갈까 망설였다. 

하지만 시원스레 자태를 뽐내는 오봉 앞모습에 취해 한참동안 사진을 찍다보니 그 생각을 잊고 그냥 하산길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여성봉에서 바라볼 때 오봉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길께 쭉~ 뻗어내린 매끈한 암봉에 저물어 가는 가을 햇살이 깊게 박히고 있다. 인수봉처럼 암벽등반하는 코스로 손색이 없어보인다. 

하산길을 재촉하여 허기진 배를 채울 요량으로 계곡으로 이어진 길을 내려가는데 샘터가 나온다. '오봉샘터' 라는 표지까지 있고 샘터 안을 들여다보니 약간의 물도 고여있다. 옆에는 플라스틱이나마 표주박도 준비되어있는데 철망으로 막아놓았다. 수질검사에서 음용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나보다. 주변에 오염원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산속의 옹달샘마져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되어서일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날마다 짧아지는 늦가을 햇살에 노랗게 물든 단풍이 우리를 반겨준다. 늦었지만 오랜만에 찾은 도봉산행에서 잎사귀가 오그라들지 않고 예쁘게 물들은 단풍을 보니 그나마 다행이다. 여성봉으로 오르는 북사면 길에는 바싹 마른 잎사귀가 길을 덮었는데, 동남향으로 완만하게 내려가는 우이암방향 계곡엔 아직까지 늦단풍이 산객을 맞아준다. 

오봉삼거리에서 제법 내려오던 길은 다시 우이암방향으로 오름길로 변한다. 가파르진 않더라도 하산길에 오름길을 오르는 것은 역시 힘이 든다. 아직도 도봉산 날머리까지는 2.9km나 남았다고 한다. 하산길을 잘못 잡은 것이다. 산행에서 등로는 길게 잡더라도 하산길은 가능하면 짧게 잡아야 산행이 지루하지 않다. 지리산 천왕봉을 찾는 사람들이 하산길로 중산리를 선택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이암 안내표지에서부터는 죽~~~ 내려가는 길이다. 낙옆이 바위를 가리고 있어 가끔 발목을 접찔려가면서 쉬지않고 하산을 서둘렀다. 자운봉에서 내려오는 등산로와 합쳐지는 지점을 지나니 길이 넓고 편평하게 닦여있어 한결 걷기가 편하고 속도도 낼 수 있다. 떨어지 낙옆이 냇물을 모두 덮을 만큼 늦은 가을에 우리는 실로 오랜만에 도봉산을 찾았다. 막상 내려와 산행시간을 확인해보니 별로 걸은 게 없다. 헌데도 왜이리 힘에 부쳤을까? 세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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