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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산으로 가자

예봉산-운길산 종주, 한라산이나 지리산 종주 전에 체력점검하기 좋은 코스가 아닐까?

by 노니조아 2022. 11. 13.

예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운길산

2022년 11월 11일, 예봉산과 운길산을 이은 종주산행

다음주에 한라산 종주산행을 계획하였다. 한라산은 함박눈이 쌓인 겨울에 가야 제 맛인데 부득이 늦가을 산행으로 잡았다. 올레길을 세 코스 남겨놓은 채 2년을 보내려하니 왠지 숙제를 끝내지 못한 것처럼 찜찜하다. 그동안 발목을 잡고있던 바쁜 일들이 한꺼번에 마무리되다 보니 갑자기 시간이 남아돈다. 아내의 생일을 핑계삼아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였다. 제주도를 가면 또한 한라산을 올라야 제 맛이기에 올레길 종주에 덧걸어 한라산 종주를 일정에 포함시켰다.

우리들의 나들이 출발점, 400년 느티나무

예봉산에서 운길산까지 걸어가려면 산행에 소요되는 시간이 제법 길기에 서둘러 집을 나선다. 늘 그러하듯 400년 느티나무에 오늘 하루 무탈하게 산행을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건네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원점회귀 산행이라면 차를 가지고 갈 수 있지만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니 대중교통이 제격이다. 집을 나서서 대중교통으로 1~2시간이내에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산들이 서울을 에워싸고 있다.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불암산, 수락산, 청계산, 관악산, 검단산, 예봉산, 운길산, 남한산 등등 고도 600미터를 넘는 산들 안쪽에는 북악산, 남산, 안산, 인왕산 등은 불과 1시간내외에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소소한 푼돈으로 하루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이번 산행은 녹색코스, 예전에 자주 오르던 철문봉코스는 청색코스 그리고 종주산행의 시작은 노랑색코스

검단산에 비해 산행코스가 다양한 예봉산

강동지역을 대표하는 검단산과 예봉산은 주말마다 많은 산객들이 즐겨찾는다. 두 산 모두 산행 출발점에서 정상까지 1시간에서 시간반이면 오를 수 있다. 라이딩에 빠지기 전에는 집에서 가까운 예봉산과 검단산을 자주 찾곤하였다. 그당시 집을 나설 때까지 검단산이냐 예봉산이냐를 결정하지 않고 버스에 오를 때 결정하기도 하였다. 검단산은 정상을 찍고 내려오거나 용마산을 연결하여 산행을 할 수 있다.

팔당역 출발점에서 바라본 예봉산 정상과 율리봉

하지만 예봉산은 팔당역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도 다양할 뿐더러 예빈산과 운길산을 좌우로 연결하여 제법 긴 종주산행을 할 수 있다. 종주산행을 하다가 지루하거나 산행중 변수가 생기면 곧바로 하산을 할 수 있는 코스도 곳곳에 이어져 있다. 팔당역에서 예봉산을 바라보면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다 굴다리를 지나면 산행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산행 출발점에서 정상까지 1.8km

예봉산 강우레이다관측소 사무실까지 이어진 아스팔트길이다. 아스팔트가 끝나는 지점에서 산행들머리가 시작된다. 팔당역에서 예봉산 정상까지 가장 짧은 코스는 경사가 만만치 않아 율리고개방향으로 난 계곡코스로 잡아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랜만의 산행인지라 등산로마져 혼동하고 말았네...

산행 들머리를  출발하자 곧바로 오름길이 나온다. 오름길에는 참나무 낙옆이 두텁게 덮여있다. 유난히 예봉산에는 참나무가 많은 것 같다. 오름길을 조금만 오르게 되면 이내 계류가 흐르는 다소 평평한 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속에 산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계곡은 나오지 않고 계속 가파른 등로가 이어진다. 하는 수 없이 폰으로 현위치를 확인하니 계곡코스가 아니고 가파른 지름길 코스 옆으로 난 산길이다.

예봉산 강우레이다관측소에 물자있와 긴급호송을 위한 괘도가 신설되어 있다.

우리가 오르고 있는 등로는 예봉산 강우레이다관측소로 이어지는 궤도레일과 나란하게 나있다. 오름길 오른쪽으로 궤도가 쭉~ 이어지고 있다. 계곡길은 이제 저 아래 멀리 떨어져 있다. 하는 수 없이 현재 코스로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늘을 드리워줄 무성한 잎도 다 지고나니 햇볕을 바로 받아 오르니 땀이 비오듯 흐른다.

예봉산정상에 세워진 강우래이다관측소

잠깐잠깐 휴식을 가지면서 가파른 등로를 한시간 반가량 오르니 드디어 예봉산 정상이 코 앞에 나타난다. 언제 세워졌는지 강우레이다관측소가 보이고 궤도를 따라 오르는 케이블카가 보인다. 정상에는 아직도 감로주를 마실 수 있을까? 하면서 정상으로 내달린다.

산행을 시작한 지 한시간 반만에 도착

정상에서 팔던 감로주는 없었다. 땀을 쏟아내며 힘겹게 오른 정상에서 마시는 한 잔의 꿀맛같은 甘露酒는 피로를 줄여주는 減勞酒요, 나이듬을 줄여주는 減老酒며, 살면서 나도 모르게 스며든 화을 줄여주는 減怒酒라 산객들이 불렀다. 그래서 술막 주인은 한사람에게 두 잔이상을 팔지 않았다, 혹시 모른 하산중 사고를 막고자 하는 배려로.

철문봉 안부에서 바라본 예봉산 정상

예봉산정상에서 새재고개까지는 내리막이다.

 예봉산에서 철문봉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약간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면 철문봉과 연결되는 안부가 나타나고 작지만 앙증맞은 갈대숲이 나온다. 예전 어느 더운 여름에  팔당역에서 철문봉으로 오른뒤 갈대숲에서 팔당역으로 하산하는 탈출로로 바로 내려가기도 하였던 기억이 난다. 

정약용 삼형제가 학문의 도를 깨우치려 자주 올랐다는 철문봉

갈대숲에서 얕은 비알을 잠시 오르면 이내 철문봉이 나온다. 팔당역에서 바라볼 때 왼쪽으로 능선이 뻗어있고 이 능선을 따라 오르면 맞아주는 곳이 철문봉이다. 조선 후기 실학사상의 중심인물이자 수원화성을 주도적으로 축성한 정약용, 자산어보로 유명한 실학자이자 생물학자였던 정약전 그리고 형제들 중에서 천주교 박해 와중에 결국 순교를 택한 정약종 형제들이 학문의 도를 깨우치고자 자주 올라왔다고 전해진 철문봉 안내표지를 일독하고 이내 가던 길을 재촉한다.

철문봉에 인접한 패러글라이딩 강하장

철문봉을 내려서면 바로 패러글라이딩 강하장이 나온다. 주말이면 동호인들이 장비를 메고 이곳으로 올라 창공을 가르며 하늘을 날아 오르는 모습을 한강 라이딩중에 자주 보곤 하였다. 덕소 가기 전에 있는 그다지 넓지 않은 공지가 이들의 착륙장이다. 강하에 장애가 될 만한 잡목들이 자라지 못하게 망으로 덮어놔서 매끈한다.

강하장에서 적갑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역시 낙엽으로 덮여있다. 우리 앞을 가는 산객 두 분 중 한 분은 맨발이다. 요즘 건강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맨발로 걸어갈 때 얻을 수 있는 여러 건강증진 효과과 알려지면서 심심찮게 맨발 산행객과 마주친다. 나도  집 앞에 있는 천마산을 돌 때 맨발을 도전해봐야겠다. 헌대 앞의 두 분은 새재고개에서 갈라질 때까지 쉬지않고 얘기꽃을 피운다. 남자들의 수다도 여자들 못지 않다.

예봉산에서 적갑산까지 1.7km이니 힘들이지 않고 적갑산까지 왔다. 새재고개 가기 전에 운길산으로 갈라지는 곳까지 가려면 예봉산에서 여기 온 만큼을 가야한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운길산으로 갈지, 새재에서 내려갈지 갈림길에서 결정하기로 하고 산행을 이어갔다. 동반자가 4명으로 늘어났다. 이분들은 새재에서 덕소로 내려가신다고 한다.

참나무들이 무성한 사이로 제법 수령을 자랑하는 소나무가 등산로 옆에서 늠름하게 서있다. 외줄기로 뻗어오르게 소나무인데 이 놈은 풍채가 자못 수려하다.

운길산까지 내쳐 가야하나?

드디어 운길산으로 가는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예봉산에서 거의 3키로를 걸어오는데 1시간반 가량 걸린거 같다.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해가 오후 세 시를 향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운길산까지는 오름으로 이어지는데 해가 떨어지기 전에 정상을 찍고 하산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드는 시각이다. 수종사에서 내려가는 길은 어두워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운길산으로 가기로 하였다.

등산 절대자는 운길산 정상에 있는 데크에서 비박하고 내일 지리산으로 가신단다.

갈림길에 마련된 의자에서 쉬면서 미리 와계신 등산절대자(?)에게 비박하실 계획이냐 물으니 운길산 정상데크에서 오늘밤 비박하신단다. 아직 남아있는 사과를 나눠드리니 그 값으로 멋진 트레킹코스를 추천한다. 자기가 가본 데 중에서 영월에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운탄고도와 한라산 둘레길을 꼭! 꼭! 한번 다녀오시라고 강추를 두번 하시면서 길을 나선다.

새재고개에서 운길산으로 오르는 길이 아주 가파르지 않아도 예봉산을 거쳐오면서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 작은 비알길에도 힘에 부쳐온다. 크고 작은 무병봉우리를 세 개 정도 오르내리니 운길산 깔딱고개 아래에 도착하였다. 한 시간 반만에 2.5km를 올라온 셈이다. 깔딱고개는 철계단과 거친 바위로 이어져 있어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드디어 운길산 정상에 올랐다. 팔당역에서 시작해 다섯시간만에 예봉산과 운길산을 잇는 종주산행에서 성공하였다. 오늘 우리가 찍고 온 봉우리를 헤아려본다. 예봉산-철문봉-활강장-적갑산-운길산까지.

해가 아직도 예봉산 위에 걸려있다. 수종사를 거쳐 운길산역까지는 땅거미가 내리기 전에 도착할 거 같다. 아내와 함께 수도권에 있는 산을 오늘처럼 길게 산행을 가진 것이 처음이다.  아내는 종주산행을 성공리로 완주한 것이 못내 뿌듯한가 보다. 서울 도심이나 인근 산중에서 오늘처럼 길게 이어서 산행을 할 곳이 참 많다. 한양도성길 종주, 사패산-도봉산-북한산 이어가기, 북한산 13성문돌기, 남한산성 일주 등등 마음만 먹으면 참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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