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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유럽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4일차, 이천년 전에 만들어진 아피아가도를 걸어보는 날

by 노니조아 2024. 7. 5.

2024. 06. 10. 오늘은 로마 교외로 나가본다.
오늘 여행은 조국의 제단에서 시작한다. 476년 게르만족에게 서로마가 무너지고, 1453년 동로마제국이 오스만제국에 멸망함으로써 2000년의 로마역사는 과거형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탈리아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비토리오 엠마뉴엘레 2세 기념관과 동상

그 후로 이탈리아 반도에는 밀라노공국, 베네치아공국, 시에나공국, 나폴리공국 같은 도시국가들이 서로 경제, 문화적으로 경쟁하면서 성장한다. 1861년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에 의해 현재의 이탈리아로 통일된다. 이 통일업적을 기리기 위해 로마 시내 한가운데면서 옛 로마의 중심인 포로 로마노 옆에 흰색으로 된 기념관을 세우게 된다. 오늘 우리는 바로 이 기념관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기념관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콜로세움과 베드로성당

기념관 옥상에 서면 멀리 배드로성당도 보이고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일부도 보인다. 붉은 대리석 건축물 속에 유난히 하얗게 빛나는 기념관을 나와 캄피톨리노광장과 이웃에 서있는 성당으로 가본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내려다 보면 왜 올라왔는지 알 수 있다.

성당에서 행운의 기운을 받아볼까?
높은 언덕 위에 있어'하늘 위의 성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타마리아 인 아라 코엘리성당으로 오르는 계단을 천천히 오른다, 귀국하는 즉시 로또라도 사면 당첨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성당까지 이어진 124개의 계단은 복권 당첨의 기운을 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옛날 이곳에 돈을 만드는 주조창 자리였다고 한다.

그리고 성당 안에는 병을 낫게 하는 아기 예수상인 산타 밤비노가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것으로 유명하며, 지금은 스테인드글라스와 샹들리에로 꾸며진 내부가 아름다운 숨은 명소다.

복권대신 교황님을 뵙게 되는 영광?
우리는 복권당첨 대신 가족 모두의 건강과 우리 여행의 무탈을 기원하면서 다음 행선지로 옮기려고 하는데, 캄피톨리노계단 아래쪽에서 경찰들의 요란한 경적이 울린다.

성당 계단 중간쯤에서 우리는 차장 밖으로 손을 흔들어 주시는 프란치스코교황님을 알아볼 수 있었다. 선을 흔들어 급히 카메라를 대고 셔터를 눌렀는데 타이머가 작동한다. 이런 낭패가 있나. 사진에 담는 걸 놓친 대신 가까운 거리에서 친견하는 기쁨으로 대신한다.

대전차경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캄피톨리노 언덕에서 포로 로마노를 다시 한번 내려다본다. 고대 로마의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이자 원로원, 법원, 신전들이 모여있던 광장(Forum)이었다. Forum의 어원인 Foro가 붙어 로마인 광장인 포로 로마노라고 불리는 이곳의 많은 유적들은 우리를 보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듯 서있다.  

대전차 경기장 너머에 보이는 유적이 고대 로마 상류층이 살던 팔라티노언덕이다.

1980년대 성탄절에 단골로 틀어주던 영화 벤허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장면이 찰톤 헤스턴이 아슬아슬하게 달리던 대전차 경주다 그 대전차 경주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우리는 왔다. 그 장면 그대로 고대 로마가 대전차 경주를 벌인 그 자리. 지금은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는 곳. 경기장 건너엔 팔라티노 언덕이 자리하고 있다.

몰타기사국 열쇠로 보이는 베드로서당 쿠폴라

바티칸을 색다르게 보는 방법
대전차 경기장에서 로마의 7개의 언덕 중 하나인 아벤티노언덕에 오르면 또 하나의 소국인 몰타 기사국의 수도원이 나타난다. 수도원 정문의 열쇠구멍, 일명' 비밀의 열쇠구멍'으로 이곳을 통해 베드로성당 모습을 볼 수 있다. 몰타기사국의 영토를 지나 또 다른 나라인 바티칸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독특한 장소다. 대전차경기자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려면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벤티노언덕에서 바라보이는 로마시내와 바티칸

몰타기사국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Terrazza Belvedere Aventino, 아벤티노 언덕의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에 서면 그저께 다녀온 베드로성당과 오전에 다녀온 비토리오 엠마뉴엘레 기념관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로마 최고의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 바로 아래엔 테베레강이 흐르고 주변은 로마 시내와는 확연히 다른 현대식 주택가가 자리하고 있다.  

쿼 바디스(Quo Vadis? 주여 정녕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대전차경기장에서 걸어 올라와 베네치아 광장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아피아가도 입구로 바로 가는 버스를 탑승한다. 거의 40여분 가량을 버스를 타고 온 곳은 성 세바스티아노성당이다. 기독교가 박해를 받을 때 순교한 이들을 임시로 묻은 곳을 카타콤베라고 하는데 이 성당도 카타콤베를 가지고 있다. 카타콤베는 미로처럼 되어있어 가이드 안내 없이는 입장이 불가능하고 가이드는 한국어서비스가 없다고 한다. 우리는 카타콤베 입장을 포기하고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성당 안에는 화살에 맞아 순교한 세바스티안성인의 유해와 석조물을 전시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성지순례를 오신 분들을  위한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성당에서 발견한 발자국! 거기엔 Quo Vadis?라는 설명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예수님 발자국으로 알려진 것이 왜 이곳에 있을까? 설명에 의하면 바울과 베드로의 유해가 잠시 이 성당에 모셔졌었다는 얘기와 함께 우리는 아피아가도로 길을 나선다.
 

세바스찬성당에서 시작하는 아피아가도 순례
성당 앞을 지나는 차도를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고대 로마시대 고속도로 아피아가도 (Via Appia Antica)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기원전 312년 2차선 도로 건설된 간선도로로서 이 길을 따라 로마제국이 번성을 이어갔다.

2천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아피아가도

로마의 성문인 산 세바스티아노 문을 기점으로 풀리아 지역에 있는 브린디시까지 연결되었는데 총 560km에 달한다. 이 길 양 옆에는 수많은 로마 귀족들의 무덤이 있다. 로마 성 안에는 무덤을 만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길에 기독교인들의 무덤인 카타콤베가 있다.

로마에 남아있는 수도교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
거의 2.5킬로를 넘게 아피아가도 불편한 길을 걸어가야 수도교 유적지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아피아가도를 적당히 걷다가 우버택시를 부를 계획이었다. 어플을 켜고 우버를 부르니 40여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고, 버스 정류장까지 우리가 이동해야 한다.

로마 시내에선 볼 수 없는 현대식 아파트

결국 우버택시를 포기하고 버스로 이동하는데 합의하였으나 아내가 많이 지쳐 보인다. Acro di Travertino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가져본다. 그런 다음 버스를 타고 수도교를 만날 수 있는 로마의 변두리 마을에 내린다. 유적으로 넘쳐나는 시내와 달리 변두리로 나오니 현대적인 시설로 건축된 아파트를 본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성당 뒤로 넓게 초원이 펼쳐진 곳으로 가자 초원을 가로지르는 석조 건축물이 길게 뻗어있다. 우리 찾아보고자 했던 바로 그 수도교다. 수도 로마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한 수도교는 지금도 그 건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테르미니역에서 전철을 타고 30분만 달리면 바로 만날 수 있다.

로마를 방문하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타짜도르 커피숖

로마 교외로 나가 2천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그 건재하게 남아있는 아피아가도와 수도교를 직접 발로 걷고 눈으로 확인해 보는 수고로 인해 많이 피곤한다. 돌아오는 길에 판테온 옆에 있는 타짜도르 커피숖을 들렀다. 진하고 쌉싸름한 에스프레소를 한 잔 시켜 설탕을 약간 뿌린 다음 단숨에 마셔본다. 마치 오래된 로마노처럼. 그리고 기념으로 커피 한 봉지를 구매한다, 가족 중에 커피마니아가 있어 선물을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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