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6. 11. 로마에서 토스카나로 가는 날
오늘은 로마에서 토스카나로 이동하는 날이다. 로마 테르미니역에 있는 허츠(Hertz) 사무실에서 렌터카 서류를 작성하고, 사무실에서 알려준 대로 100여 미터 떨어진 주차장에서 차량을 인수받는다. 보험 풀커버로 하였으나 인수받은 차량을 꼼꼼히 동영상으로 촬영을 마치고 첫 번째 방문지를 Waze에서 검색해 목적지로 설정하고 출발!
배정된 차는 오펠사의 준중형 Mokka 모델인데 출시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새 차다. 카플레이어가 자동으로 연결되니 모니터에 휴대폰 검색 지도가 그대로 표시되니 걍 운전만 하면 된다. 이젠 이탈리아에만 적용되는 ZTL(Zone Traffic Limited)만 조심하면 된다. ZTL을 미리 알려주는 WAZE 어플을 구글맵을 대신해 장착했다. 로마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올라서서 달리는데 휴게소가 나온다. 우리나라 휴게소에 비하면 지극히 소박한 수준이어서 간단한 음식과 주유 그리고 쉼터가 고작이다. 늦은 아침 겸 점심으로 샌드위치, 피자 그리고 샐러드를 주문해 야외 식탁으로 가져왔다.
토스카나 첫 방문지는 천공의 성으로 알려진 치비타 디 반뇨레죠
이번 여행에서 토스카나는 1박 2일 일정이다. 농가호텔로 알려진 아그리투리스모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발 도르챠 평원과 아씨시 그리고 피엔짜를 돌아볼 계획이다. 물론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시에나와 아레초, 오르비에토 등등 이름이 제법 알려진 도시들이 많이 있으나 돌로미티에 할애된 시간으로 이번엔 딱 이틀만 잡았다. 지금 로마를 벗어나 두 시간가량 달리면 도착할 곳이 바로 치비타 디 반뇨레죠.
치비타 디 반뇨레조는 지금도 침식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17세기 발생한 지진으로 도시가 거의 붕괴되어 지금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으나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의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10여 명의 주민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가히 비현실적인 모습 그대로다. 이 도시로 가려면 주차장 차를 놓고 걸어가거나,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20여분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걷기로 한다.
치비타 디 반뇨레죠 마을을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고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입장료도 적지 않은 금액이거니와 아씨시가 오늘 일정에서 메인이기에 카페 벨베데레 전망대에서 마을 전경 사진을 찍고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마을의 모습은 피엔짜에서 상상해 보기로 한다.
빈자의 성인 프란치스코성인이 계신 곳, 아씨시
천공의 성에서 한 시간 반가량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차를 몰고 가는데 낯이 익은 마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씨시에 도착한 것이다. 멀리서 보는 데도 성프란치스코성당이 다른 건물과 달리 눈에 확 들어온다. 마을 전체가 ZTL 구역이라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 미리 프란치스코성당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을 목적지로 설정하였다. 차를 주차하고 프란치스코성당 안내판을 따라 걸어간다.
원래 아씨시의 서쪽 즉, 지금 이 성당이 세워져있는 이 자리는 원래 나병환자나 죄인들을 묻는 공동묘지로 죽음의 언덕으로 불렸다고 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베풀었던 성 프란치스코는 자신의 유해를 이곳 공동묘지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성인으로 추대된 그를 위해 공동묘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상부성당엔 조또의 프레스코화가 있고, 하부성당엔 그분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상부성당 앞에는 넓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고 정원 끝자락에는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말을 탄 성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기마상이 서있다. 젊은 시절 훌륭한 기사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은 것을 반성하며 낮은 자를 위해 싸우는 그리스도의 기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형상화하였다고 한다.
정원에서 내려다보이는 하부성당 앞에 긴 회랑과 그 뒤로 넓게 펼쳐진 아씨시평원이 시원스런 조망을 선사한다. 평원에서 언덕으로 치고 올라오는 바람마저 상쾌하다. 성당을 벗어나 코뮤네 광장으로 걸어가는 길 양 옆으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다.
아씨시의 중심, 코뮤네광장 그리고 그 아래에 세워진 누오바성당
성당에서 코뮤네광장까지 도보로 10여분 거리다. 광장에는 세 마리 사자가 지키고 서있는 분수대가 서있고 그 주변으로 식당과 시청사 건물 그리고 미네르바신전이 자리잡고 있다. 늦은 아침을 먹은 지 시간이 많이 지나선지 배가 고파온다. 우리는 야외에 파라솔이 있는 자리에서 이른 저녁을 주문한다.
코뮤네광장에서 작은 계단과 소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소박한 성당이 나타난다. 세심한 눈길이 아니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평범한 성당인데 마당 그늘진 곳에서 학생들이 앉아 수사가 하는 설명을 귀담아듣고 있다. 그늘진 담벼락에 두 분의 동사이 서있다. 그 두 분은 바로 프란치스코성인의 부모님이다. 성당이 앉아있는 이 자리는 원래 프란치스코성인 태어나, 자란 곳이다. 프란치스코성인이 태어난 곳이라는 의미와 부모님의 정성으로 인해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한다.
오늘 일정은 산타 키아라성당까지 올라가보는 것인데 발도르차에 있는 숙소까지 이동할 시간을 고려할 때 아씨시의 일정은 여기서 마감하여야 할 거 같다. 성 프란치스코성당에서 코뮤네광장을 거쳐 산타키아라성당까지 완만한 오르막 지형을 이루고 있는데 누오바성당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바람에 산타 키아라성당까지는 급한 되비알을 올라가야 하는 수고가 우리를 주저않히고 말았다.
해가 거의 질 무렵 발도르차에 있는 숙소에 도착한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자마자 다시 차를 달려 발도르차평원을 달려본다. 제일 먼저 가볼 곳은 'Gladiator Shooting Spot' 으로 알려진 곳이다. 특별한 건물도 없이 넓은 평원사이로 난 길이라, 구글지도에 지명 대신 좌표로 설정해 놓은 목표지점으로 차를 달려본다. 늦은 저녁시간인데 몇몇 사진을 좋아하는 관광객들이 드론도 날리고 삼각대에 올려진 카메라를 열심히 작동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초록초록한 벌판이 아니라 누렇게 변해가는 색깔을 보니 글래디에이터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시기가 바로 이때였지 싶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상기하며 로마에서 시작한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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