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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유럽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6일차, 토스카나를 상징하는 발도르차평원은 영화 글레디에이터 주인공 막시무스의 안식처

by 노니조아 2024. 7. 20.

피엔차에서 바라보이는 발도르차평원

2024. 06. 12. 이른 아침 발도르차 평원으로 달려간다.
토스카나에서는 아그리투리스모 농가호텔에서 묵어야 제맛이다. 특히 발도르차평원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낮고 완만하게 흐르는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 발도르차평원은 초록초록한 색감 속에 추수를 기다리는 바삭바삭한 대지들도 듬성듬성하다. 6월 중순으로 가는 시기라 행여 전부 누런색으로 덮여있으면 어쩌나 하는 기우를 안고 왔는데 여전히 푸른색이 더 넓고 깊어 다행이다.

우리가 묵은 산타 마리아 아그리투리스모와 마리오 할아버지

우리가 묵고 있는 아그리투리스모 산타 마리아 사장님은 마리오 할아버지다. 연세가 여든을 넘겼는데도 아내가 끌고 가는 캐리어를 번쩍 들고 이층에 있는 우리 방까지 옮겨주실 정도로 건강하시다, 우리가 미안해 괜찮다고 극구 만류해도.

아그리투리스모 산타 마리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멋지다.

아침 식사가 7:30부터 가능하다고 하신다. 우리는 8:30에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차를 몰아 발도르차 한가운데로 달려간다. 여행오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포토 스팟을 구글맵에 좌표로 지정해 온지라 구글맵을 켜서 첫 번째 포토 스팟으로 출발.

발도르차 평원의 유명한 포토 스팟들

ㅅ첫 번째 포토스팟은 포지오 코빌리, Poggio Covili
발도르차 평원은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 대평원처럼 끝없이 이어진 지평선이 아니라, 이어지듯 겹쳐진 완만한 곡선 안에 푸른 잔디와 작물들이 펼쳐져있고 사이사이에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때로는 혼자, 때로는 줄지어 하늘로 솟아있다. 그리고 듬성듬성 섬처럼 아그리투리스모가 외로운 듯 사이프러스 호위 속에 흩어져 있다.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 집으로 잘못 알려진 포지오 코빌리

포지오 코빌리는 구글맵에서 ‘사이프러스 길’로 검색해도 나온다. 포지오 코빌리는 아그리투리스모 이름이다. 이곳은 차를 몰고 오다 보면 먼 데서도 뱌로 알 수 있다. 입구부터 이열 종대로 길게 서있는 사이프러스가 느긋하게 숙소까지 올라가고 있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의 막시무스 집으로 알려져 여행객이 찾아왔으나 막시무스집으로 설정된 곳은 여기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하지만 지금도 단체여행이나 개별여행이나 무조건 다녀가는 발도르차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꼽힌다. 이른 아침인데도 우리가 자리를 비켜줄 때를 기다리는 젊은 커플이 있다.

막시무스 집 촬영장소. 입구가 철문에 가로막혀있다.

두 번째 스팟은 막시무스 집과 포데레 벨베데레
포지오 코빌리에서 산퀴리도르차를 지나치기 전에 피엔차 방면으로 접어들어 오분정도 가면 ’막시무스 집‘이 나온다. 도로 옆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서 들어갈 수 없다. 문으로 막아놓았기 때문에 쇠창살 사이에 카메라를 넣고 사진만 찍을 수 있다. 사람들이 왜 포지오 코빌리가 막시무스 집이 아닌데도 반드시 들러야 하는 스팟으로 인정받는지 알 거 같다. 인증샷 장소론 낙제 아닌가, 자신의 모습을 함께 화각에 담지 못하니.

발도르차 최고 명소로 알려진 포데레 벨베데레의 저녁 모습

막시무스집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조금만 피엔짜로 가다 보면 발도르차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인 포데레 벨베데레가 나온다. 발도르차를 가장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히는 포토 스팟이다.

포데레 벨베데레의 아침 풍경

막시무스 집은 아마도 이 포데레 벨베데레 스팟이 없었다면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제저녁 이미 해가 저문 시각인데도 한 무리의 관광객이 소형버스를  이곳에 주차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인데 내가 준비한 렌즈 줌이 부족해 얻고자 하는 사진은 실패했다.

산타 마리아 숙소에서 이탈리아식 아침을
마리오할아버지와 약속한 아침식사시간이 가까워진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오니 할아버지가 정성스레 차려놓은 아침상이 기다리고 있다. 직접 구운 빵과 수확한 과일 그리고 토스토와 요거트, 시리얼로 차려진 식단이 단출하지만 정갈하다.

핀란드에서 자가용을 몰고 휴가온 커플이 식사를 마치려고 한다. 여기서 2주 동안 묵으면서 발도르차를 걸어보려 한단다. 한 나라도 아니고 한 마을에서 2주 동안 휴가라니!! 요즘 늘어가는 한달살기가 저런 거 아닐까? 여유가 느껴진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피엔짜
마리오사장님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 피엔짜로 출발한다. 작은 마을이 통째로 세걔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중세 로마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탈리아에만 적용되는 ZTL이 적용되기에 차를 마을 외부에 마련된 주차장에 놓고 걸어 들어가야 한다.

피엔차 중앙광장과 골목길 모습

중세 로마의 도시모습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걸 이내 느낄 수 있다. 좁다란 마을길 양 옆으로 언제 지어졌을지 쉬이 가늠이 되지 않는 고색창연한 주택과 건물이 나란히 이어지다가 마을 중앙에 이르러 넓은 광장이 나온다. 광장에는 으레 높은 종탑과 망루를 갖고 있는 성당이 자리한다.

피엔차성벽에서 내려다 보이는 발도르차평원

토스카나의 도시들 대부분이 그 지역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구릉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외곽은 잦은 도시 간 전쟁의 방어를 위해 마치 성벽이 견고하게 두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발도르차 평원은 커다란 풍경사진을 연출한다. 성당이 드리운 그늘에 앉아 있으면 평원을 훑으며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앉아있고 싶어진다.

세 번째 포토 스팟, 글레디에이터 마지막 촬영장소
막시무스는 코모두스와 벌인 최후의 결투에서 승리한다. 하지만 결투 전날 코모두스가 낸 자상과 당일 결투에서 입은 충격으로 서서히 의식을 잃고 죽어간다. 막시무스가 죽어가면서 이미 죽은 그의 가족이 있는 집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촬영한 곳이 바로 성벽 아래에서 걸어가면 나온다.

어제저녁에 다녀왔지만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 차를 몰고 가본다. 차를 세워놓고 과수원과 초원 사이로 난 내리막길을 한참 가야 한다. 조금 내려가는데 정오로 가는 태양의 열기에 금세 땀이 쏟아질 거 같아 그만 발길을 돌린다.

네 번째 포토 스팟, 치프레시 디 산 퀴리코 도르차
피엔짜를 출발해 산 퀴리코 도르차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시에나 방면 도로를 타고 무심코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이어지는 구릉에 사이프러스가 무리를 지어 서있다. 이런 포토 스팟들은 넓은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적당한 곳에 차를 안전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차를 세운 곳에서 사이프러스가 서있는 곳까진 걸어서 10분 남짓 걸린다. 올라가면서 길 맞은편 방향을 바라보았다. 느릿하게 오르는 평원 가운데를 하얀 비포장도로가 호젓하게 걸어간다. 그 한가운데 어느 곳에 한 그루 사이프러스가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듯 서있다.

마지막 스팟, 크레테 세네시로
미리 조사한 포토 스팟 마지막 장소는 크레테 세네시다. 산퀴리코 도르차에서 시에나 방면으로 달리다가 산 죠반니 다소방면으로 네비를 설정하고 가야 한다. 너른 평원의 마루금으로 이어진 도로를 30분가량 달려야 한다. 산 죠반니 다소를 통과하는데 성당 아래 넓은 공터에 과일을 팔고 있는 로드샾이 나온다. 잠시 차를 새우고 납작복숭아, 자두, 체리를 샀는데 씻을 곳을 바디 랭귀지로 알려준다.

길거리 가게에서 산 신토불이 납작복숭아와 체리를 먹어가면서 능선길을 달려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한다. 차를 세우고 초원을 조금 걸어가니 인터넷에서 본 모습이 그대로 완벽한 S자 사이프러스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발도르차의 여늬 사이프러스 명소와 달리 우리 앞에 펼쳐진 장면은 국도에서 평원 중간에 오롯이 서있는 바코레노 아그리투리스모까지 이어진 S구비 길 양편에 일정한 간격으로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마치 군인들이 도열해 서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해가 석양에 걸려질 시각에 연출되는 풍경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라는 어느 사진작가의 감상이 딱 그대로의 모습이다.

우리도 바코레노 글자판에서 포즈를 취해본다. 당초 이곳은 어제 해거름 무렵에 오려고 계획했는데, 치비타 디 반뇨레죠와 아씨시에서 일정이 지체되는 바람에 오지 멋했다. 더구나 오늘은 렌터카를 저녁 다섯 시까지 피렌체에 반납해야 하니 일몰에 크레테 세네시 모습을 앵글에 담아 볼 기회는 더 이상 유의미하지 못하다. 서둘러 주차장으로 돌아와 피렌체로 향하면서 토스카나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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