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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유럽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7일차, 피렌체에서 티본스테이크를 먹어보는 재미

by 노니조아 2024. 7. 23.

트램과 자동차가 함께 달리는 길 옆에 허츠사무실이 있다.

피렌체는 쉽게 우릴 허락지 않았다.
발도르차에서 비교적 일찍 출발하였기에 렌터카 반납시간 훨씬 전에 도착할 거라 생각하며 여유를 갖고 피렌체 중앙역으로 차를 몰았다. 중앙역까지 3킬로가 남은 지점에서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네비가 가르치는 대로 중앙역 반납 장소 근처까지 왔는데 사무실이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도로입구에 빨간색 둥근원은 ZTL를 표시한다.

이미 네비는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일방통행이라 어쩔 수 없이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지점으로 와 갓길에 차를 세우고, 걸어 다니며 주변을 살펴보는데 아뿔싸!! 렌터카 사무실은 ZTL, 외부 차량 진입금지 구역 팻말이 있는 트램 철로와 자동차가 함께 달리는 도로 옆, 즉 차를 세워놓은 도로에서 우회전해 200여 미터 더 가야 나온다. 긴장에 땀을 쭉~~ 빼며 렌터카를 반납하고 나오니 저녁 다섯 시다.

두오모성당은 그 엄청난 규모때문에 사진에 그 모습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

 숙소로 가는 길이 피렌체 투어길?
허츠렌터카 사무실에서 숙소까지 2킬로 미터다. 우리는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기로 한다. 피렌체 중앙역을 거쳐 산 로렌초성당 그리고 피렌체의 꽃,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지나게 된다. 걸어가면서 자칫 관광명소를 바라보다가 소매치기 밥이 될지도 모를 우려에 백팩에 자물쇠를 다시 확인한다. 그래도 눈앞을 압도하는 웅장하고 화려한 성당들과 거리를 꽉 메운 관광객에 다시 한번 피렌체에 온 걸 실감한다.

피렌체 중심가에선 어느 골목에서든 두오모의 쿠폴라가 보인다

무턱대고 걸었으면 꽤나 지루할 수 있는 거리였을 텐데 유적과 인파들을 헤치고 가다 보니 어느샌가 숙소에 도착했다. 중심가에 위치한 숙소에다 가성비를 반영한 곳이라 좁은 계단을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기가 고역이다. 만약 3층이었다면 다른 곳을 알아보지 않았을까 할 정도다.

두오모 쿠폴라는 463계단을, 조또의 종탑은 414계단을 걸어올라가야 한다.

2024. 06. 13. 조또패스 들고 피렌체 투어 하는 날
어제 카르푸매장에서 사 온 요거트와 야채 과일로 아침을 먹고 본격적으로 투어를 개시한다. 델 피오레 대성당 쿠폴라를 올라가려면 브루넬리스키패스가 필요한데 15일 전인데도 이미 빈자리가 없다. 하는 수없이 조또의 종탑을 오를 수 있는 조또패스를 구매하는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했다.

조또의 종탑에서 바라본 두오모성당 쿠폴라

피렌체 대성당 일원의 주요 명소를 입장하려면 입장권 패스가 필요하다. 대성당 내부입장은 따로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성당 돔의 꼭대기인 쿠폴라, 조또의 종탑, 산 조반니 세례당 그리고 두오모 박물관은 따로따로가 아닌 묶음 단위의 입장권인 패스를 구매하여야 한다.

종탑을 오르다 보면 층마다 쉴 수 있는 평면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에서 브루넬레스키패스는 이 모든 곳을 전부 입장할 수 있다. 그다음 패스인 조또패스는 쿠폴라를 제외한 곳을 모두 입장할 수 있고, 기베르티패스는 쿠폴라와 종탑이 제외된다. 쿠폴라나 종탑은 패스를 구매할 때 입장일자와 시간을 미리 지정해야 한다. 우리는 08:40으로 지정하여 시간에 맞춰 패스를 보여주고 414 계단을 천천히 걸어 조또의 종탑에 오른다.

조또 종탑 정상에 서면 맞은편에 웅장하고 둥근 돔이 눈앞에 버티고 서서 우리를 압도한다. 돔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보인다. 사각의 순회길을 따라가면 피렌체 전경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왼쪽이 박물관에 전시되는 원작이고 오른쪽은 세례당에 걸려있는 위작이다.

두오모박물관과 대성당 성전 안으로
종탑에서 내려와 두오모박물관으로 향한다. 박물관은 두모오성당 뒤편에 따로 떨어진 건물 안에서 있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과 세례당을 건축할 때 사용된 석상들과 돔의 축조과정을 알기 쉽게 전시해 놓았다. 박물관에서 맨 먼저 우리의 발길을 잡아끈 것은 기베르티 작품인 천국의 문이다. 산 조반니 세례당이 지어지고 정문에 설치할 용도로 공모하였는데 기베르티가 선정되어 이 작품을 남기게 되었다. 미켈란젤로가 이 문을 보자마자 '마치 천국의 문을 보는 것 같다'라고 하여 지금까지 천국의 문으로 불리고 있다.

그다음으로 우리를 부르고 있는 작품은 도나텔리가 남긴 '막달레나'이다. 예수님의 유일한 여제자였던 막달레나는 청빈하고 금욕적인 삶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을 보노라면 짠하고 찡한 모습이 그대로 가슴에 와닿는다. 원래 작품은 유리로 보호되어 있고, 그 옆에 관람객이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도록 모작을 세워놓았다.

미켈란젤로는 예수님의 팔을 잡고 서있는 니고데모의 모습에 자신의 얼굴을 조각하였다.

오페라박물관을 가장 빛나게 하는 작품은 바로 피에타이다.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무덤에 설치할 목적으로 만들고 있었는데 결국 미완성으로 남아있다. 바티칸의 베드로대성당에 전시되고 있는 피에타는 미켈란젤로 불과 24세에 완성한 걸작으로 마리아의 슬픔과 숨은 거둔 직후의 예수님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반해 70세를 훨씬 넘긴 나이에 제작한 이 작품은 투박하고 왠지 미완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에서 본인의 모습을 투영하여 놓았기에 작품성에 의미를 갖고 있다. 

쿠폴라돔 안쪽 천장에 그려진 최후의 심판 프레스코화 그리고 카톨릭시계

박물관을 나와 이제 두오모대성당 안으로 들어가 본다. 패스를 갖고 있으면 줄지어 서서 기다릴 필요없이 성당 오른쪽 옆에 있는 입구로 들어갈 수 있다. 하얀 대리석으로 두른 웅장하고 화려한 외장에 비해 내부는 자못 소박하다. 미사를 볼 수 있는 의자들 사이 한가운데로 관람객들이 줄지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건 자판에 12시간이 아니고 24시간으로 된 카톨릭시계로 하루 7번의 기도 시간을 알려준다. 이 시계는 지금도 작동되고 있다. 줄지어 선 관람객의 발길이 더 이상 나가지 못하는 곳에 서면 쿠폴라 천장화를 직접 올려다볼 수 있다.

두오모티켓 판매대 옆에서 돔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브루넬레스키

두오모성당 쿠폴라 돔의 진실
쿠폴라를 완성한 대성당 관람을 마치고 나와 다시 한번 쿠폴라을 올려다본다. 두오모성당은 쿠폴라 돔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140여 년 동안 지붕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이에 이를 완성할 설계자를 공모했고 당시 가장 유명한 건축가인 기베르티가 유력하였는데 예상을 깨고 브루넬레스키가 선정되었다. 그는 고대 로마의 최고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는 판테온에서 착안해 최초의 돔기술을 성당 쿠폴라에 적용하여 완성하였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완성한 돔을 바라보고 있다.

베키오 궁 정문 앞에는 오른손에 돌을 들고 상대를 째려보고 서있는 다비스상과 헤라클레스상이 서있다.

시뇨리아광장과 우피치 미술관에 세워진 조각들
브루넬레스키와 작별하고 관광인파 무리를 따라 시뇨리아광장으로 이동한다. 피렌체의 행정과 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광장엔 시청사로 사용되고 있는 베키오궁이 서있고 그 옆으로 우피치미술관이 이어져있다. 광장 앞에는 높은 첨탑이 인상적인 베키오궁이 자리잡고 있다. 궁정 정문 앞에 누군가를 째려보며 일전을 불사할 듯 서있는 미켈란젤로의 명작 다비드 상과 몽둥이를 들고 누군가를 제압하고 서있는 헤라클레스 동상이 나란히 서있다. 다비드가 돌을 잡고 있는 오른손 손등을 자세히 보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손등을 보는 듯하다.

 베키오궁 앞에는 옛날 스위스 용병들이 머물던 자리란 의미로 이름붙여진 로지아 데이 란치라는 야외전시장이 있는데 여기에도 유명한 조각품들이 서있다.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서있는 '페르세우스', 로마인이 사바나의 여인을 강탈하고 있는 모습을 연출한 '사바나 여인의 납치'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작품은 원작이 아니다. 원작은 미술관에 따라 전시되어 있다.

이번 여행에서 돌로미티 5일 일정을 포함하는 바람에 피렌체 투어일정을 부득이 하루 반나절로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연유로 르네상스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메디치가문에 물려준 작품들을 전시하는 우피치미술관 내부 관람을 포기하였다. 더구나 인문학 특히 미술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란 게 중고등 시절 미술책에 등장하는 작품의 이름을 알고 있는 수준이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만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피치미술과 외벽에 세워진 당대의 명사들, 르네상스 3대 미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종탑을 설계한 조또, 데카메론의 저자 보카치오 그리고 군주론 저자로 알려진 마키아벨리의 입상을 감상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알베르토 몬티가 소개한 알 오스테식당. 25% 할인쿠폰을 사용하였다.

피렌체에서 꼭 먹어야 하는 티본스테이크
두오모성당과 시뇨리아광장을 다니다 보니 어느덧 오후 늦은 시간이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티본스테이크를 경험하러 가야 할 시간이다. 그제 오후에 미리 예약을 해놓은 식당이 있는 피렌체 중앙역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이 식당은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티 친구가 운영한다고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식당이다. 한국인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아 메뉴를 살펴본다. 티본 스테이크 1.2kg, 봉골레 파스타 그리고 토스카나에서 유명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주문한다.

미리 썰어서 나온 스테이크 한 조각을 접시에 가져와 두, 세 조각으로 잘라야 입에 넣을 수 있다. 와인을 곁들여 먹는 스테이크는 거의 익히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입 안에 넣고 맛을 음미하는 질기지 않고 오히려 녹아내리듯 물컹 씹히는 맛이 연신 포크질을 당긴다.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 와인을 적셔가며 우리는 가장 럭셔리한 저녁 정찬을 즐긴다. 식사가 마무리될 즈음에 처음 우리는 안내한 직원이 디저트를 권한다. 에스프레소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는데 직원이 한마디 한다, 공짜라고....

비대면 와인바인 WINE WINDOW

피렌체에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는 어떤 의미?
이번 여행을 오기 전에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두번 정도 보았다. 헤어진 연인이 10년 뒤에 두오모 성당 쿠폴라에서 다시 재회하는 장면은 많은 연인들에게 로망으로 각인시켜주기에 충분한 서사를 안겨주었다. 우리는 이 영화의 포스터를 찍은 그 장소를 찾아 가본다. 가던 중간에 길가에 길게 늘어선 줄이 있고 그 줄 맨 앞엔 작은 창이 있는데 'WINE WINDOW' 팻말이 붙어있다. 전염병이 창궐할 당시 와인을 즐겨찾는 애호가들이 비대면으로 와인을 사서 마시던 그 현장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비대면 와인바를 소환한 것일까?

메디치 1세의 동상이 서있는 산티시마광장(Piazza della Santissima)에 도착했다. 광장에서 기마상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난 골목끝에 두오모성당의 쿠폴라가 보인다. 영화 포스터에는 연인이 쿠폴라를 사이에 두고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우리는 심각한 대신 영화의 포스터와 비슷한 장소에서 유사한 포즈를 앵글에 담아본다. 토스카나에선 글레디에이터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피렌체에선 냉정과 열정사이가, 로마에서 로마의 휴일이 방문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준다. 

해가 많이 기울면 가야 하는 명소가 있다. 바로 피렌체의 하이라이트,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올라간다. 두오모성당과 베키오궁 첨탑이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연출하는 중세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 우리는 땅거미가 내려앉은 피렌체를 내려다본다. 서서히 조명이 켜지고 아름다운 피렌체 야경에 젖어들면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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