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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유럽

[동유럽 체오헝 12일] 여행 3일차, 프라하 구시가 투어_체르니 작품들을 따라가는 즐거움

by 노니조아 2026. 5. 21.
해가 진 뒤 구시청사 광장모습

카를교와 구시청사는 아침, 저녁 빠지지 않고 방문.
숙소가 카를교 근처에 있으니 매일매일의 일정에 관계없이 카를교를 지나 구시청사광장까지 한 바퀴 돌고 오는데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방문하는 시각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카를교와 프라하성, 그리고 블타바강과 시청 광장.

특히 카를교에서 구시청사광장으로 가는 길은 프라하에서 가장 핫한 구간으로 전 세계에서 방문한 여행객으로 늘 붐빈다. 길바닥도 아스팔트가 아니고 조각돌을 박아 만든 길이라 걷는 게 쉽지는 않지만 밤에 내린 비가 도로를 적시고 있어 보안등에 반사되는 모습이 제법 환상적이다.

특히 아침에 상큼한 색깔을 뽐내는 프라하성은 더욱 선명하다. 프라하에 도착하던 날 저녁, 그다음 날 아침, 저녁, 다시 오늘 아침에도 카를교에 올라와 천천히 걸어본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카를교와 프라하성

2026. 05. 07. 금요일, 구시가를 여행하는 날
프라하 3일 차. 카를교를 기준하여 동쪽에 위치한 구시청사와 화약탑을 지나 바츨라프광장까지 갔다가 오후에 프라하성 위에 있는 스트라호프수도원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다. 바츨라프광장에서 스트라호프수도원으로 갈 때는 데이빗 체르니의 설치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포함시켜 놓았다.

프라하에 오면 다양한 디자인의 트램이 궤도를 달리는 모습에 금방 익숙해진다. 공항에서 구매한 3장의 티켓 중에서 오늘 두 번째 티켓을 사용할 예정이다. 우리는 트램을 타면 항상 맨 뒤 칸 끄트머리로 간다. 맨 뒤에서 트램과 만나고 헤어지는 차량과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에 내가 정말 프라하로 여행을 왔구나 하는 자각을 갖게 한다.

카를교 교탑 전망대를 올라가려면 아치 왼편에 입구가 있다.

루프탑대신 타워에 올라보자.
카를교 동쪽교탑 개방시간은 10:00-19:00이다. 밋밋하게 S자로 굽은 카를교와 프라하성을 한 화각에 담으려면 무조건 이 교탑에 올라가야 한다. 보다 괜찮은 사진을 얻으려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시간에 올라가야 하는데 개방시간과 맞지 않는다. 아마도 동절기에 방문해야 가능할 거 같다.

타워로 올라가는 길은 처음엔 넉넉하다가 뱅글뱅글 돌아올라간다.

교탑을 대신해 구시청사 타워에 올라 프라하 전체를 조망해 본다. 교탑이나 이 타워에 오르려면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기본요금이 350CZK, 한화 25,000원에다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탄다면 100CZK를 추가로 내야 한다. 09:00-10:00 사이 개방 첫 시간대에 입장하면 정상요금의  50%이기 때문에 되도록 이 시간대를 이용해 보자.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틴성당과 광장 모습

엘베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가더라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 정도로 계단이 많지 않다. 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프라하를 360도 조망할 수 있다. 프라하성도 바라보이고, 이따가 가볼 바츨라프광장과 박물관도 찾아볼 수 있다. 구시청사광장 맞은편의 틴성모성당이 바로 앞에 서있다. 날씨가 조금만 더 맑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천문시계 한곳으로 모여든 관광객의 시선들

구시청사는 벽에 붙어있는 천문시계 때문에 800년 가까이 견뎌온 고딕양식 건축물이라는 가치가 묻힌 유적이다. 1분 동안 작동하는 천문시계의 세리머니를 보기 위해 매시각 정시에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시계 앞으로 모여든다. 전망대에서는 천문시계가 작동되는 광경을 바라보는 여행자를 내려다보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정시가 되면 시계 위에 있는 두개의 창문이 열리면서 12사도가 차례로 지나간다.

1410년 시계공 미쿨라스(Mikuláš z Kadaně)와 하누쉬(Mistr Hanuš), 그리고 수학자인 얀 신델(Jan Šindel)이 합작하여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곳 말고 다른 곳에 이와 같은 천문시계가 제작되는 걸 시기해 시의회는 시계제작자의 눈을 인두로 지져버렸고, 이에 격분한 하누쉬가 시계 작동을 멈추게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멈춘 시계는 오랫동안 동작을 하지 못하였다.

시계가 작동을 시작한 건 1860년이었다고 한다. 매 정시가 되면 움직이는 12 사도상은 시계를 수리하면서 1866년에 추가되었고 천문시계 아래 캘린더는 1870년에 제작되었다. 천문시계는 정각이 되면 소리가 나며 쇼가 시작된다. 먼저, 위 시계판의 우측의 해골이 종을 당기고, 들고 있는 호롱불을 기울어진 상태에서 수평으로 세우며, 안에 촛불이 있다는 가정을 한다면 촛불이 꺼지게 된다.

해골의 의미를 죽음이라고 본다면, 해골이 종을 치는 행위는 죽음이 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그 옆의 기타 치는 인형, 왼쪽의 지팡이 짚은 인형과 거울 보는 인형이 같이 고갯짓 하는데, 이는 탐욕, 욕심, 증오 등을 가진 인간들을 의미한다. 그와 동시에 위의 두 창문이 열리는데 예수의 열두 제자가 돌아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죽음을 맞는 인간들을 조용하게 지켜본다.

구시청사광장을 지키고 서있는 얀 후스!
그는 종교개혁을 부르짖은 급진적인 혁명가가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 당연한 것을 실천하였던 신학자였다. 체코어로 설교를 하고, 교황의 말씀이 아니고 성경의 말씀에 충실해야 하며, 성찬에 마련된 포도주를 사제만 마시는 게 아니라 신도와 함께 마셔야 한다는 것을 실천하였다는 이유로 로마교황청으로부터 불에 타 죽는 죽임을 당했다.

얀 후스가 주장한 당연한 진실은 100년 후 루터와 칼뱅이 종교개혁을 들고일어나는 마중물이 되었다. 그의 동상 받침에 쓰여있는 글귀를 카메라로 찍어 해석해 보면서 잠시 그에게 머리를 숙여본다.
“Milujte se, pravdy každému přejte”, “서로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모든 이에게 진리를 기원하십시오.”
얀 후스와 헤어져 틴성당 입구를 찾아가 본다.

밤에 보아야 더욱 멋진 틴성모성당

틴 성모마리아성당, Church of Our Lady before Týn
구시가광장에 서있는 고딕 양식의 쌍둥이 타워로 원래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였는데, 14세기에 카를교와 성 비투스 대성당의 건축을 주도한 피터 파를레르가 틴 교회의 건축을 이어받아 1380년에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고딕 양식의 교회로 바꾸었다. 두 타워를 자세히 살펴보면 약간 다르다. 하나는 더 크고 위엄 있어 보이며 아담을 상징하고, 다른 하나는 이브를 상징한다고 한다. 탑 사이의 삼각형
지붕에는 순금으로 된 성모 마리아 상이 있다.

틴성모성당 내부의 모습, 사진 촬영을 제한해도 제단 앞에서는 묵과해준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안내하는 표지가 따로 없어 찾는데 애를 먹었다. 광장에서 성당을 바라보며 앞에 레스토랑과 선물가게 사이로 들어가면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온다. 안으로 들어가면 고딕양식이 가지고 있는 육중한 기둥과 끝없이 올라간 천장 그리고 채광용 좁은 창문이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기도 다른 성당과 달리 입장료가 없어 사진 촬영을 엄격히 제한한다. 따라서 분위기만 느끼고 바로 나올 수밖에 없다.

프라하 4대문 역할이었던 화약탑을 지나 바츨라프광장으로
틴성당 오른편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화약탑이 나타난다. 프라하성으로 이어지는 일명 왕의 길로 들어서는 문의 역할을 위해 지어졌으나 중간에 화약창고로 사용하였기에 오늘날 화약탑으로 불린다. 이 탑도 전망대를 따로 가지고 있지만 이미 전망대를 올라가 보았으니 패스하고 곧바로 바츨라프 광장으로 길을 재촉한다. 구글지도를 따라 바츨라프광장에 도착하니 온통 공사판이다. 

국립박물관 앞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면 마치 서울의 세종로를 연상시킨다. 박물관 앞에 성 바츨라프 기마상이 성인 4명의 수호를 받으며 서있고 이 광장도 그의 이름을 따와서 붙여졌다. 바츨라프광장은 체코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중심지로서 프라하 민주화의 상징적인 장소로 유명하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독립선언이 바로 이곳에서 선포되었고, 1968년 ‘프라하의 봄’이라는 자유화 운동도 이 광장에서 노도와 같은 물결처럼 일어났으나 소련의 군사개입으로 대규모 희생을 치렀다. 1898년 수십만 군중이 광장을 가득 메워 공산정권을 몰락시킨 벨벳혁명을 성공시킨 장소가 바로 여기 바츨라프광장이다.

데이빗

체르니 작품을 따라가보니…..
프라하태생의 설치미술가 데이빗 체르니의 작품이 다소 밋밋한 신시가를 걷는데 재미를 가져다준다. 1967년생 현역 작가로서 그가 발표한 작품마다 사회적 반향을 불러오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바츨라프 광장 한켠에서 잠시 휴식을 가진 후 그의 작품들을 찾아 떠나본다.
바츨라프광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견된 그의 작품은 ‘거꾸로 매달린 바츨라프 기마상‘이다. 혀를 내민 채 거꾸로 매달린 말에 바츨라프성인이 태연스레 올라탄 모습이다. 나로선 어떤 의도를 담아 작품을 완성하였는지 알 길이 없지만 다소 의아함은 어쩔 수가 없다.

두 번째로 만난 '움직이는 카프카의 머리(Franz Kafka - Rotating Head)'로 OC Quadrio 쇼핑센터 앞에서 설치된 작품이다. 15분마다 42개의 금속 레이어가 움직이며 카프카의 머리를 각각의 방향으로 빗어낸다. 체코가 낳은 대문호 카프카를 체르니는 여러 개의 조각을 각각 움직여 재창조하고 있다. 동영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담느라 사람들은 한참 동안 작품 앞에서 떠나질 못한다. 

세 번째로 찾아간 작품은 '나비로 환생한 전투기(Butterfly Effect)'이다. Maj쇼핑몰 벽에 두 마리가 붙어 있는데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과 같이 수시로 움직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왕립공군 소속으로 나치에 맞서 싸운 체코의 전투기 조종사들을 기리기 위해 2024년 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전쟁을 나타내는 전투기와 평화를 상징하는 나비의 결합이 무얼 담고 있을까? 

후소바 거리를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매달린 사람

네 번째 작품을 보기 위해 연신 위를 쳐다보고 걷는다. 하늘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찾아보려니 어쩔 수가 없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나무 작대기에 한 손으로 매달려 있는 중년신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명은 " 매달려있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작품이 걸려 있는 높이가 제법이어서 카메라 줌을 잔뜩 당겨야 할 정도다. 지식인 불안과 고뇌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 아침 레트나공원으로 가는 길에 카프카박물관 안마당에 서있는 '오줌 누는 사람들?'도 그의 작품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두 남성이 누고 있는 바닥은 체코의 지도 모양을 하고 있고, 대놓고 오줌을 누는 행위는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며 국가와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직설적으로 비꼬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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