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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돌로미티

트레치메 트레킹 2. 로카텔리산장으로 가는 길, 시계방향으로 트레킹해야 돌아올 때 체력부담이 덜하다.

by 노니조아 2025. 7. 29.
작은 연못에 쟘겨있는 트레체메

2025. 07. 01. 15:40. 로카텔리산장으로 고고씽~~~
돌로미티는 종일토록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 는 정설이 맞아떨어진 게 천만다행. 천지를 흔들어대던 천둥번개와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사라졌다. 마치 친구 재의 기도에 하늘이 응답하듯이. 미주리나 뷰포인트에서 돌아와 대기하던 친구들과 합류해 본격적인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트레킹을 향해 출발~~~~

아우론조산장에서 105트레일을 따라 걷는 길

시커먼 구름으로 덮였던 하늘은 어느새 맑게 개여 파란색이 도드라지고 중간중간 뭉게구름이 해맑게 먼 암봉 뒤에 걸려있다. 해발고도가 2,200m를 넘나드는 데도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은 어느 초원을 걷는 거 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여유롭다. 길섶에 노란 얼굴을 들고 피어있는 민들레?가 우리를 반겨준다.  

작년 6월말에 왔을 때는 할미꽃이 제법 보였는데 올해는 보이질 않는다.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RAVAREDO)....트레치메 공식명칭이다. TRE CIME는 이탈리아어로 세 봉우리란 의미인데 가장 높은 CIMA GRANDE(big peak)가 2,999m, CIMA OVEST(western peak)가 2,973m 가장 작은 봉우리인 CIMA PICCOLA(little peak)가 2,857m에 이른다. 돌로미티 전체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는데 트레치메가 항상 대표 심벌로 등장할 정도로 가장 유명한 명소로 꼽힌다.

저 오름길을 싸이클을 타고 올라오는 라이더도 많다.

돌로미티가 자랑하는 명소들은 대부분 곤돌라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야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트레치메는 버스를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빌려 아우론조산장까지 올라와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다. 트레치메 세 봉우리가 우뚝 서있는 멋진 장면을 볼수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물론 대부분의 방문객은 주차장 반대편에 숨어있는 로카텔리산장까지 다녀온다. 이처럼 다소 접근성이 좋은 연유로 새벽 일찍 방문해 일출을 바라보거나, 은하수를 감상하며 내려가는 별난 방문도 가능하다.   

트레치메 트레킹은 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다소 덜 힘이 든다.

트레치메 트레킹은 시계방향으로.....
아우론조산장 아래 주차장을 출발해 로카텔리산장까지 트레치메 세 봉우리 주위를 한바퀴 돌아오는 게 트레킹의 정설. 여기서 문제는 어느 방향으로 도느냐가 문제. 101 트레일 - 105 트레일을 연결한 아우론조산장 -> 라바레도산장 -> 로카텔리산장 -> 랑가름산장 -> 아우론조산장 방향으로 도는 반시계방향이나, 그 반대로 105 트레일 - 101 트레일을 이어가는 시계방향이 있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바라보이는 암봉 아래까지 치고 올라가는 105트레일

105 트레일은 거리도 길고 고도를 200미터가량 내렸다가 400m가량을 다시 치고 올라가는 코스가 있어 다소 평탄한 101 트레일보다 체력적 부담이 크다. 따라서 자신의 체력과 시간을 감안해 코스를 결정하여야 한다. 작년에 혼자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101 - 105 트레일로 돌았는데 아우론조산장으로 오는 길이 무척 지루했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우리는 로카텔리산장에서 일박을 하기에 105 트레일을 택한다. 내일 아침 기왕이면 힘이 덜 드는 코스로 탈출하기 위해. 

산비탈에 조성된 등산로는 멀리서 보면 위험한데 실제론 리어카가 지나갈 정도로 넓다

K-Pop의 위력!
초원지대가 끝나는 지점에서 길을 오른쪽으로 90도 꺽여들어간다. 우뚝 선 봉우리표면이 침각되면서 떨어져 나오는 돌쪽들이 급경사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 경사면 허리춤으로 트레일이 띠처럼 이어져나간다. 경사면으로 난 길에서 아래를 보니 악마의 입으로 빨려 들어갈 기세처럼 아찔하다.

랑가름산장(왼쪽)과 산장에서 바라보이는 빨간지붕을 한 로카텔리산장

경사진 길이 끝나는 곳부터는 다시 구불구불하지만 평지로 이어지고 있어 걸어가는 데 부담이 없다. 아우론조산장을 출발한지 40분 정도에서 우리는 잠시 휴식을 가져본다. 랑가름산장은 옛날 목동들이 휴식을 갖던 곳이란다. 산장지기에게 맥주를 주문하고 결제를 하는데,
“Corean?”
“Yes, we came from Korea”
하고 대답하니 곧바로
”안년하새요~~“하며 함박웃음을 건넨다. 이 산골 깊숙한 곳에 위치한 산장에도 K-Power가 침투한 걸까?

아까 오던 길에 중년의 외국 여성은 우리와 지나치면서,
”안녕하세요~~“하며 밝게 인사를 건네는 상황에 우리 모두는 어리둥절했는데 산장에서도 같은 경험을 한다. 때론 우릴 지나치며 ‘곤니찌와~’ 혹은 ‘니하우’ 할 때도 있이지만 이렇게 다짜고짜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는 걸 들으니 한편으로 뿌듯하게 차오르는 뭔가를 느낀다.

앞으로 가야 할 길(왼쪽) 넓은 초원에 백운암 돌로 이름을 그려놓은 걸 많이 볼수 있다.(오른쪽 사진)

105 트레일! 정말 쉽지 않네.
시원한 맥주를 한잔하고 다시 산장을 출발한다. 길은 다시 내리막길로 변하고 넓고 평평한 초지를 건너서 거칠게 조성된 오르막이 이어진다. 오르막길에 지그재그 구비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된다. 여기서 봐도 로카텔리산장으로 올라가는 길이 만만해 보이질 않는다. 친구 화는 벌써 저 아래에서 우리가 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산체력은 정말 단단해 보인다.

화각이 부족해 트레치메 반영 전체를 담지 못한 DSLR
폰카로 담은 전체 트레치메 반영

개활지를 건너면서 잠시 길에서 벗어나본다. 길에서 벗어난 곳에 두 개의 물 웅덩이가 있고 그중 조금 큰 웅덩이에 카메라 앵글을 잡아본다. 가져간 DSLR 렌즈로는 화각에 트레치메 반영 전체가 들어오지 않는다. 작년에 왔을 때도 바로 이곳에서 반영을 찍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본 것이다. 한참 앞서서 걸어간 친구 화도 사진을 좋아하는데 평지에서 지그재그길이 아닌 언덕바지 지름길로 올라가는 바람에 이곳을 안내할 수없어 아쉽다.

드디어 지그재그 오름길 아래 도착한다. 호흡을 두세 번 크게 하고 천천히 오름길로 발을 내딛는다. 위를 올려다보니 저 위 난간에 이미 도착한 산객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들이 왜 그리 부럽던지... 거친 호흡을 밭으며 땀까지 쏟아내고 오르는데 정말 쉽지 않은 105 트레일이다. 십여분을 굽이치는 돌길을 올라오니 드디어 우리 앞에 로카텔리 산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후련한 마음에 친구들과 함께 트레치메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산장으로 들어간다.

로카텔리산장은 17:30에 체크인 마감한다네~~.
산장 안으로 가 체크인 시도한다. 이층 입구에 체크인 데스크에 자리가 비어있기에 1층 식당으로 가 체크인을 문의하니 17:30에 체크인이 끝났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여섯 시를 넘어가고 있다. 아차! 내가 체크인 시간을 미리 확인하지 않은 거였다. 친구들은 밖에서 대기하며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난감한 상황이 돼버렸다. 내심 독일도 아닌데 '설마 마감됐다고 예약하고 돈까지 지불한 우릴 쫓아내겠어~~~' 하는 배짱으로 제법 매니저 포스를 내며 식당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아줌마(?)에게 다가가 체크인 시간을 몰라 늦었다고 하며 매달렸다.

"우선 식사부터 하고 체크인 나중에 하겠다며 저녁식사 명단에서 우리를 확인하고 자리를 배정해 준다. 휴~~~ 가슴을 쓸어내라며 친구들을 불러 자리를 잡아주고 나서야 마음이 놓인다. 하마터면 돈까지 낸 숙박에서 쫓겨날 뻔했다. 이번 여행에서 이번까지 몇 번의 실수를 한 거야!! 스스로 질책해 본다. 나중에 친구 화가 털어놓은 얘기... "만약 숙박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아우론조 주차장까지 한 시간이면 돌아갈 수 있으니 해가 많이 남아있는데 뭘 걱정해. 그냥 내려가서 어제 묵은 Lamiri에서 자면 되지" 하며 내가 우왕좌왕할 때 친구들에게 이렇게 위안을 주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니 매니저가 오늘 우리가 잘 침대를 배정해준다. 배정된 침대에 짐을 풀고 1층에 마련된 데크에 앉아 하루를 돌아본다. 방은 도미토리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임의로 배정한다. 침상은 2층으로 되어있는데 올라가기  만만치 않은 높이다. 미리 준비해 간 정보완 달리 침대에 베개도 있고, 이불도 제공되어 따로 보온용품이 필요하지 않았다. 저물어가는 트레치메를 바라보며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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