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07. 02. 돌로미티여행 마지막은 트레치메 일출
숙면의 밤은 기대하지 않았다. 하늘에 떠있는 침대처럼 이층 침상이 어른 한길 높이인 데다 좁은 침상은 몸을 공굴리기조차 부족하다. 잠버릇이 단정치 못한 걸 아는 탓에 잠을 청하기가 부담된다. 선잠 자듯 여러 차례 뒤척이길 반복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가 지나고 있다. DSLR카메라, 리모컨, 트라이포트를 챙겨 밖으로 나온다. 웅장한 세 봉우리로 넘어가는 은하수를 찍을 참이다.

작년 3월 뉴질랜드 남섬의 데카포호숫가에서 맞은 은하수에 감동된 흥분을 여기 트레치메에서도 꼭 사진에 담고 싶었기에 쇠뭉치인 DSLR과 삼각대를 챙긴 것이다. 헌데 하늘을 보니 분명 은하수가 흐르는 듯한데 선명치가 않다. 구름 혹은 수증기가 대기를 채우고 있는 탓일까? 산장 현관에 켜진 외등을 피해 뒤로 돌아 한참을 올라가 하늘을 올려다봐도 은하수는 보이질 않는다. 맞다! 새벽녘엔 은하수가 지고 없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구름 때문에 하늘이 가렸고 새벽엔 은하수 저물어 벼린 걸 몰랐다. 한껏 기대한 은하수 영접을 접고 다시 침상으로 오른다.

어차피 잠을 자긴 글렀고 해서 몇 번을 뒤척이다 다시 밖으로 나온다. 새벽 4시 반이 지나고 있다. 지금부터 일출을 기다리자. 야외 테라스 테이블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장노출로 트레치메를 찍어본다. 하늘은 어느새 푸른색으로 서서히 여명을 밝혀오고 있다. 치마 그랑데 머리에 구름이 걸려있고, 검푸른 하늘에 새벽별이 총총하다.

SNS성지에서 트레치메 일출을 맞이한다.
숙소로 다시 올라가 친구 화를 깨운다, 조금 있으면 일출이 시작되다고 알려주기 위해. 친구는 피곤한지 그냥 더 자겠다고 한다. 로카텔리산장에 오면 반드시 올라가 봐야 하는 포토스팟이자 SNS성지가 있다. Google Map에는 'Grotta delle Tre Cime'를 치면 나오는 곳이다.


동굴에서 바라보이는 트레치메는 로카텔리산장을 방문하는 여행객에겐 반드시 거쳐가는 필수 코스. 산장에서 다소 가파르지만 5분 정도거리다. 가파른 내리막길은 돌조각에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동굴은 여러 개가 있는데 동굴 안에 카레라를 올려놓을 정도 돌이 있는 곳이 명당으로 꼽힌다. 일출이 다가오면서 숙박한 여행객들이 하나 둘 모여 동굴로 올라온다.


동굴에서 카메라 앵글을 잡고 조절하는데 친구 화가 올라왔다. 내가 깨우는 통에 그만 잠을 잃어버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올라왔다고 한다. 마침 트레치메 몸통이 붉은 기운으로 물들고 있다. 봉우릴 두르고 멈춰 선 구름에도, 백운암 표면에도 새날을 밝히는 아침 햇살이 수줍은 듯 내려앉아 있다. 로카텔리산장 숙박이 베풀어준 혜택을 친구들과 골고루 나누어 본다.

아침을 먹고 가야 하나?
산장은 7시부터 아침을 제공한다. 짐을 챙겨 출발 준빌 마치니 6시 반이 조금 지난 시각이다. 아우론조산장 주차장까진 대략 1시간 반정도 걸리니 가능하면 빨리 가야 밀라노에서 점심을 먹고 두오모성당을 볼 수 있다. 아니 그것보다 티본스테이크를 먹으려면 두시 전까지 밀라노에 들어가야 한다.


결국 아침을 포기하고 이른 하산길에 나선다. 돌로미티에서 걷는 마지막길이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게 푸르다. 우리가 돌로미티로 들어온 날부터 어제까지 8일 동안 맑고 푸른 날씨를 선물로 받았다. 물론 어제 오후 잠깐의 예외도 있었지만 그건 여행에 풍미를 더해주는 조미료. 정말 가벼운 발걸음이다.

101 트레일을 걸으며 다음을 기약?
어제 로카텔리로 들어온 길은 길고 힘들었다. 오후 시간인 데다 오르내림 진폭도 컸다. 그에 반해 101 트레일은 완만하게 오르내림이 있다. 더불어 트레치메 세 봉우리를 줄곳 바라보며 걷는다. 완벽한 자태를 보면서 천천히 걷는 길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101 트레일을 따라 하산하다 보면 트레치메 암봉이 서서히 겹쳐지는 모습으로 변한다. 그러다가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거의 하나의 봉우리 모습으로 변신한다. 봉우릴 쳐다보던 친구 재가 손가락으로 봉우리 가리키며 소리친다.

“꼭대기에 작은 트레치메가 또 있어”
우리 모두 그가 가리키는 델 올려다보니 정말 트레치메 세 봉우리 미니어처가 서있다. 관찰력이 참 좋은 친구다.

Forcella Lavaredo라는 고갯마루에서 라바레도산장으로 내려가는 경사가 급한 지름길로 들어선다. 라바레도 산장까지만 내려가면 나머지 구간은 완전 평지다. 산장 뒤로 이어진 평지 너머로 날카로운 암봉이 서있다. 어제 비를 맞아가면 방문한 미주리나 암봉군(Cadini dl Misurina)이다. 맑은 아침에 다시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

라바레도산장을 조금 지나면 작은 교회가 서있다. 교회에 가까이 갈 즈음 오른쪽 발이 안으로 굽어 걷는 모습이 다소 불편해 보이는 여행자가 스틱에 의지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그분도 우리처럼 트레치메 트레일을 걸어가면서 자연이 주는 감동과 거기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에 취해 힘들다는 생각도 잊은 것 같다.

2025. 07. 02. 08:40. 9일간 이어진 돌로미티 여행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주차장에 서있는 렌터카에 도착한 우리는 짐 정리를 미루고 일단 출발한다.

청명한 날씨, 게획된 스케쥴 80% 달성, 10개 명소 트레킹, 자연의 위대함에 대한 감동과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빼어난 풍광. 이번에 우리가 한 여행을 한마디로 하면,
축복과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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