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복더위에 돌로미티로 피서를 와야겠어!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 해발을 체크하니 1,200미터다. 밀라노에 머물던 옛 회사동료가 SNS에 남기길 한낮 수은주가 36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린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걸어도 땀이 날듯 말 듯하다. 트레일의 평균 고도가 2,000미터를 넘나드니 걷다가 그늘에 앉으면 청량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앞으로 지구는 여름에 더 달아오를 테고 더위를 피할 도피처가 필요하다.

돌로미티에서만 열흘을 보냈다. 정확히 말하면 숨 막힐듯한 돌로미티 트레킹 명소 10곳 중 9개를 9일 동안 줄기차게 걸어 다녔다. 2024년 6월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일정 14일 중 4일을 이곳 돌로미티에서 보냈다. 그때 받은 감동이 너무 커 2025년 6월 고교 절친과 함께 오로지 돌로미티만 선택해 다시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에 돌로미티에 도착한 날이 6월 15일이고, 올해는 6월 24일이니 불과 열흘 차인데 기온 차가 너무 대조적이다. 작년 이맘때 트레치메는 녹지 않은 눈이 트레킹에 지장을 줄 정도였는데, 올해는 눈은 구경할 수도 없다. 해발 3,000미터 피츠보에 산장으로 가는 길에 10평 남짓한 넓이에 잔설이 남아있다. 앞으로 한여름 복더위를 피하려면 선택해야 한다. 뉴질랜드냐? 돌로미티냐!

돌로미티 한달살이 프로젝트?
돌로미티에서 한달살이가 가능할까? 몇 년 전부터 태국 치앙마이, 베트남 달랏으로 여름 무더위를 피해 한 달 살기가 유행이다. 이들 장소는 산악 고원지대로 한여름에도 선선한 날씨를 제공해 주어 인기가 높다고 한다. 다만 트레킹이나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겐 골프나 즐기는 이들 장소가 그다지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돌로미티는 숙소에서 한 시간 거리에 별천지 같은 풍광을 만끽하며 편안히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도처에 널려 있다. 예를 들어 축구장 8천 개 넓이를 자랑하는 알페 디 시우시 평원에는 3박 4일을 트레킹 할 수 있다고 한다. 트레킹에 실증이 날 즈음엔 전망 좋은 산장이나 그늘에 비치된 나무 의자 혹은 풀밭에 자리를 깔고 한없이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경제적 부담만 감당할 수 있다면 이보다 훌륭한 피서지가 또 있을까?

1. 항공료는 경유편 혹은 항공 마일리지로 해결! -> 30만 원 ~ 100만 원
그래서 두 번의 방문으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돌로미티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고 가정할 때 대략적으로 비용을 추산해 보자. 비용항목을 꼽아보면 항공료, 숙박비, 교통비, 식자재비 그리고 관광지 입장료와 잡비를 들 수 있다. 이들 비용 중에서 가장 큰 게 항공료와 숙박비일 것이다. 항공료는 언제 예약하느냐, 그리고 직항이냐, 경유편이냐에 따라 가격은 차이가 크게 난다.

얼리버드, 6개월 전에 경유편으로 예약하면 1백만 원 수준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돌로미티로 들어가려면 밀라노보다 베네치아가 교통편과 시간면에서 상대적으로 낫다. 베네치아공항에서는 코르티나까지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밀라노에서 볼차노까지 가는 고속열차가 있는데 한번 환승해야 한다.

항공료를 가장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바로 항공사 마일리지 프로그램에 가입해 항공 탑승기록과 신용카드 사용액에 따라 적립해 주는 마일리지 포인트를 이용하는 방법. 우리 가족은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를 공유함은 물론 저마다 사용하는 신용카드 사용액에 따라 매달 마일리지가 꼬박꼬박 적립된다. 마일리지로 조기 예약하면 30만 원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밀라노 왕복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참고로 돌로미티 항공권에 대한 블로그를 첨부한다. [돌로미티 자유여행 꿀팁 2] 항공권은 언제 발권해야 가장 저렴한가?



2. 가성비 높은 숙소를 찾아라. -> 135만 원 ~ 180만 원
한달살이 예산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숙박비다. 2인실 기준 일박에 20만 원을 잡을 경우 6백만 원이고 한 사람당 3백만 원이 필요하다. 숙소를 구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게 위치다. 오르티세이나 코르티나는 워낙 유명해 일 년 전에 예약을 해도 가격이 성수기와 크게 차이가 없다. 대중교통만 연결된다면 이들 도시에서 좀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를 선택하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봄직하다. 우리가 두 번 방문 시 선택한 숙소는 돌로미티 중부지역에 위치한 알타 바디아(Alta Badia)에 있는 펜션이다. 두 사람이 묵을 수 있는 방에다 조식을 제공하고, 저녁에는 공용주방에서 취사해 먹을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서 30일 기준 숙박비가 12만 원 x 30 일 = 360만 원. 한 사람당 180만 원이다.

자유여행을 계획할 때 숙소는 대부분 Air B&B 혹은 예약 대행사인 Booking.com, Agoda, Hotels.com 등을 이용한다. 이들 중개사이트는 단기 여행에는 유용하지만 한달살이 같은 장기 숙박지를 고를 때는 조건에 맞는 숙소를 제공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구글지도에서 숙소를 고를 도시를 먼저 선택하고, 지도에 나와있는 숙소를 하나씩 클릭해 보면 숙소가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홈페이지에 있는 메일이나 전화로 숙박여부와 가격을 절충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숙소의 형태를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가격정보와 예약 가능여부도 숙소에 따라 확인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위 사진의 경우, 2인실에 주방이 딸려 있는 경우, 60유로로 가격이 나와 있다. 이를 한 달로 계산하면 9만 원 x 30일 = 270만 원이고. 한 사람당 비용이 135만 원이 된다. 이렇게 구글지도를 이용하면 생각보다 저렴하면서 가성비가 우수한 숙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가격만 고려하면 부대 비용을 놓칠 수도 있다. 음식을 직접 해 먹을 수 있는 주방을 제공하느냐?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마트가 숙소 가까이에 있느냐도 중요하니 놓치면 안된다.


3. 한달살이라면 렌터카는 무리! 그렇다면 대안은? -> 게스트 카드!
그리고 또 한가지. 숙소에서 대중교통, 즉 버스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스트 카드를 제공하느냐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30일 동안 렌터카를 빌린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여행과 지도에서 검색해 보면 거의 3백만 원 수준이다. 한달살이로 돌로미티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쪼개어 촉박하게 다닐 필요가 없다. 하루에 한 곳을 느긋하게 트레킹 하면 된다. 게스트 카드를 제공하면서 숙소는 대중교통 주차장에서 가까우면 금상첨화!

숙소에서 대중교통으로는 시간적으로나 위치상 아주 불편한 곳으로 트레킹을 가야 한다면, 이들 장소들만 묶어서 단기 렌터카로 다녀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레치메를 가거나, 브라이에스호수 혹은 소라피스호수, 돌로미티 최고봉 마르몰라다를 간다면 볼차노공항에서 렌터카를 3일 정도 빌려 여행할 수 있다. 돌로미티에서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주차비도 상당하다. 카나제이처럼 곤돌라를 이용할 경우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곤돌라를 이용할 때는 3유로에서 40유로 주차비를 시간당으로 지불해야 한다. 결국 이런 비용은 게스트 카드를 이용하면 아낄 수 있다.

4. 식대와 식자재 비용은? -> 대략 150만 원 정도..
지난 6월 친구들 포함해 4명이 돌로미티 여행에서 11일 동안 지출한 비용을 토대로 비용을 추산해 볼 수 있다. 당시엔 숙소에서 아침을 해결하였고, 점심은 샌드위치와 과일, 음료수를 마트에서 구매하였기에 트레킹 중에 산장에서는 맥주나 커피, 혹은 피자를 구입해 먹었다. 저녁은 당연히 숙소에서 해결하고. 물론 저녁을 세 번 정도 근처 식당에서 매식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총지출 비용을 4명을 나누어보니 40만 원이 소요되었다. 이를 30일로 환산해 보면 대략 120만 원 정도다. 30일 내내 주방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없으니 5일에 한번씩 식당에서 사 먹는다고 계산하면 대략 150만 원 정도??

사실 식자재비는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한국에서 김치, 누룽지, 라면과 밑반찬을 가져가면 비용은 더 줄 수 있다. 이탈리아 슈퍼마켓인 DESPA는 작은 소도시에도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와인, 소고기, 유제품, 과일과 채소는 우리나라의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싸다. 특히 납작복숭아, 사과, 소고기, 돼지고기 목살은 우리나라보다 절반 수준도 안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음식솜씨만 있으면 식자재비용은 상당히 적게 든다.


4. 관광비용은 곤돌라 구매비용이 전부? ->30만 원
이제 남은 비용은 관광비용이다. 돌로미티는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는 곳이 거의 없다. 다만 해발 2,000미터를 넘나드는 명소들을 올라가려면 곤돌라나 리프트를 탑승해야 트레킹이 쉽다. 곤돌라 탑승장에서 하차지까지 올라가는 트레일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걸어서 300미터에서 700미터 정도 고도를 높여 올라가는 거야? 할 수 있지만 이미 해발 1,500미터에서 2,500미터에서 출발해 500여 미터를 올라가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하루에 한 곳의 트레일을 걸어볼 수 있다. 지난 6월에 세체다, 알페 디 시우시같은 거의 평지를 걷는 데도 약간의 오르막이 나오면 호흡이 편칠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돌로미티를 즐기려면 곤돌라 탑승권을 구매하는 게 답이다.

그렇다면 리프트를 무제한을 탈 수 있는 슈퍼섬머카드를 사야 한다. 한달살이를 한다면 시즌권을 구매할 것인지? 5일권을 한번 구매할 건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곤돌라나 리프트를 타야 할 코스를 미리 정한 다음 현지에 도착해 실제로 트래킹을 실행해보고 나서 자신의 능력에 맞게 선택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다.

파쏘 팔자레고에서 라가주오이산장까지 오르는데 보통 2시간 반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정도 시간은 사실 꾸준히 산행을 해본 수준이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해발고도와 본인의 체력 그리고 허용된 시간에 맞춰 판단할 몫이다. 곤돌라를 이용하지 않고 도전해 볼만한 코스로는 라가주오이, 친퀘토리, 세체다, 비엘 달 판, 알페 디 시우시, 로잰가르덴이 가능하고, 애처에 곤돌라가 없는 코스로 트래치메, 아돌프 문켈, 소라피스호수, 브라이에스호수 트레일들이다.

5. 한달살이 시기는 대략 소서에서 입추 절기
알페 디 시우시 평원에 흐드리지게 핀 야생화는 6월 말에서 7월 초가 쟐정이라고 한다. 푹푹 찌는 복더위를 피해 돌로미티로 피서를 간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24 절기에서 소서와 입추 사이가 최적이지 않을까? 양략으로 7월 초에서 8월 초. 한밤중까지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건만 입추가 지나면서 저녁나절 더위가 힘을 쓰지 못하는걸 올해도 경험한 바.

정리해 보면 7월 말에서 8월 초 한 달을 돌로미티에서 트래킹도 하고 빼어난 풍광에 젖어 한여름 복더위를 피하려면 한 사람당 최소 350만 원에서 500만 원이 필요하다. 라가주오이산장에서 라가주오이 피꼴로까지 트래킹 하면서 만난 패키지여행객에게 물었다.
“며칠 동안 머무시나요?”
”돌로미티 9일, 베로나-베네치아 묶어서 하루, 총 10일 일정인데요?”
“어느 여행사인가요”
“ㅇㅇ여행산데, 오지투어 전문이라 가격이 좀 비쌰요”
“얼마 정도요?”
“아마 다해서 천만원 냈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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