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05. 10. 14:00 ~ 잘츠부르크의 시간이다!!
체스키를 출발한 플릭스버스는 오스트리아 국경도시 린츠에서 한번 정차하곤 곧바로 잘츠부르크로 달린다. 체코에서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입국하였는데 마치 충청도에서 경상도로 넘어간 거처럼 아무런 조사나 확인 과정이 없다.


대략 세 시간 반을 달려 버스는 잘츠부르크 중앙역 근처가 아니고, 외곽 지역인 Salzburg South에 정차하고 우리를 내려준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호텔에 미리 모바일티켓을 요청하였더니 30분도 되지 않아 메일에 티켓이 도착했다. 이 게스트 모빌리티 티켓은 호텔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작년 여름 방문한 돌로미티에서도 이와 같은 카드를 받아 사용한 적이 있다.


잘츠부르크 첫 방문지, 미라벨궁
숙소에 다소 이른 얼리 체크인을 받아줘 수월하게 오후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잘츠부르크 중앙역, 버스정류장과 거의 붙어있는 데다 방도 넓고 깨끗해 만족스러운 숙소다. 체크인하기 전까지 예약 취소마저 할 수 있는 조건이어서 더욱 놀랐다.

미라벨정원은 중앙역에서 도보로 가기에 충분한 거리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배경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주인공 마리아와 폰 트랩 일가의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는 장면을 촬영했던 장소로 유명해 관광객들은 마리아가 실제 인물로 이 정원을 매일 걷고 있는 걸 보기 위해 온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 같다.

계단을 유심히 바라보니 영화에서처럼 도레미송을 부르며 계단을 올라가는 관광객은 눈에 띄지 않는다. 대부분 아시아계 패키지관광객들이라 분수 앞에서 사진을 찍고 발빠르기 이동한다. 미라벨정원은 예쁘게 꽃단장한 정원과 분수를 갖고 있고, 중앙역에서 아주 가까운 데다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아 많은 여행객이 찾는 잘츠부르크 명소다.

여기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주요 명장면의 무대로 전 세계에 소개되었으니 방문지로 손색이 없다. 미라벨정원과 더불어 잘츠부르크를 오스트리아 유명관광지로 확고한 지위를 받쳐주고 있는 게 있다. 바로 모차르트 마케팅.


모차르트에게 잘츠부르크란?
“잘츠부르크가 모차르트를 만들었지만, 빈이 모차르트를 완성했다”
모차르트는 바로 여기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뒤 곧바로 빈으로 진출한 게 아니고, 소년기와 청년기 대부분을 이곳에서 지냈다고 한다. 잘츠부르크는 신성로마제국에서 드물게 가톨릭 대주교가 다스리는 중심도시였는데 궁정의 후원을 받아 음악교육도 받고, 성당 오르간니스트로 활동한다.

성인이 되면서 잘츠부르크는 그가 갖고 있는 역량을 발휘하기에 “너무 좁고 답답한 지방 도시”였다. 잘츠부르크 궁정 음악가는 사실상 대주교의 하인 같은 지위 취급을 당했고, 자유롭게 작곡·연주 여행을 하기 어려웠다. 그는 성인이 되면서 잘츠부르크를 점점 “좁고 답답한 지방 도시”처럼 느끼게 되었고, 결국 1781년 궁정음악원 지위에서 해고당하다시피 하자 빈으로 그의 활동 무대를 옮기게 된다.


그렇게 떠난 모차르트는 240년이 지난 오늘 그가 태어난 집을 방문하거나, 살던 집을 들어가 보는데 각각 15유로씩 잘츠부르크에게 벌어준다. 수입 치고는 꽤 짭짤하다. 모차르트 초콜릿에 상표권을 받지는 않을지?

유서 깊은 게트라이더거리(Getreidegasse)
모차르트가 살던 모란 집 양쪽으로 쭉 뻗어있는 차 없는 거리.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잘츠부르크 구시가지'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다. 중세 시대 무역 상인들이 상업용 건물을 지으면서 거리가 형성되었으며, 문맹을 위해 글 대신 그림을 넣은 철제 간판이 오늘날까지 곳곳에 걸려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잘츠부르크 대성당에서 모차르트 모습을 그려본다.
게트라이더거리에서 호엔잘츠부르크성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넓은 광장이 나오고 잘츠부르크성당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성당은 성베드로수도원과 이웃하고 있어 구시가 중심을 이룬다. 유럽의 여느 성당이 그렇듯 높이 치솟은 천장 그리고 그 중심석으로 움푹 들어간 돔이 있다. 아름다우면서 경쾌한 선율을 연주하는 모차르트를 잠시 그려본다.

하지만 이 성당은 다른 대성당처람 천장에 화랴한 프레스코 성화가 채색되어 있지만 굵고 높은기둥 대신 두툼한 아치형 기둥이 받치고 있다. 창문에도 스테인드글리스를 걷어내고 맑은 유리창이다. 그동안 보아왔던 고딕양식이 아니라 아름다운 곡선과 장식을 자랑하는 바로크양식이다. 여기도 역 성당을 상징하는 파이프오르간은 빠져있지 않다.

성당을 나와 광장 한켠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내가 성당을 바라보며 입구에 숫자가 쓰여있다며 지피티에 그 의미를 찾아본다.
774 : 이 자리에 처음 성당이 세워진 시기.
1628 : 현재의 바로크 양식 Salzburg Cathedral가 완공·봉헌된 해.
1959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복구 완료를 기념하는 연도.
성당은 전쟁 중 폭격으로 돔 일부가 손상되었고, 전후 복원 공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호엔잘츠부르크성으로 오르는 길
성당을 나와 산 위에 요새처럼 버티고 있는 성채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자그마한 광장에는 금빛으로 채색된 둥근 지구 위에 한 남자가 성채를 바라보고 서있다. 독일의 작가가 기증한 작품이다.

성채를 올라가는 방법이 두 가지. 후니쿨라를 타고 성채까지 바로 올라가거나, 구시가 입구에서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는 방법. 우리는 걷기로 한다.

성채로 올라가는 데 때마침 여러 개의 종들이 마치 악보에 맞춰 연주하듯 연신 울려댄다. 거의 10분 정도 종소리가 구시가에 울려 퍼진 거 같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18세기 무렵 벨기에에서 제작된 35개의 종을 달아놓고 이 지역 음악가가 작곡한 곡을 연주한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함께 할 시간이다. 가족의 품으로 갈 시각을 알려주는 걸까?

종탑들 서있는 구시가 모습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기에 사진 어플을 눌러 설명문 번역 내용을 읽어본다. 잘츠부르크를 다스리던 대주교들이 무질서하게 팽창하는 도시를 허물고 바로크풍 양식으로 재개발? 하였다는 내용이다. 도시개발의 원조격이다.


호엔잘츠부르크성(Festung Hohensalzburg)
1077년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명으로 외부 침략에 대비해 건축된 철옹성이다. 요새는 건축 이래 단 한 번도 점령당하지 않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된 랜드마크로 알려져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입장권을 구매해 안으로 들어가 본다. 높은 산 위에 축성된 여늬 성채와 다를 바 없는 모습들을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보며 지나간다.

상채 안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유적 그리고 유적들이 담고 있는 서사와 얘깃거리가 있으리라. 햐지만 오늘 방문한 우리에게 이역만리타국땅의 유적들이 갖고 있는 서사나 이야기는 인류사적으로 유의미한 별표가 붙어있지 않는 한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오직 빼어난 경치 혹은 멋진 전망이 대신할 뿐이다. 호엔잘츠부르크성채도 마찬가지다.


성채 안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Recktrum으로 올라가면 360도 서라운드뷰를 감상할 수 있다. 남쪽 방면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을 이고 있는 알프스 산들이 보이고, 서쪽엔 숲이 우거진 부속성채 너머로 공항이 보인다.

북쪽은 말 그대로 도시 조망이다. 잘자흐강이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잘츠부르크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어제까지 눈에 익숙했던 오렌지색이 아니라 대리석으로 지은 회색빛 도시다.

아참, 39년 전 오늘 아내와 결혼했지.
전망대에서 내려와 넓은 공지를 지나는데 원형고리를 던져 가운데 말뚝에 집어넣는 게임을 할 수 있는 놀이기구가 있다. 아내와 번갈아 집어넣기 내기를 해본다. 나는 반만 성공, 아내는 두 번째 시도에서 깔끔하게 성공


놀이기구 옆 안내판에 이렇게 쓰여있다.
”사랑의 던지기!
교황 니콜라스 1세는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반지에 시작도 끝도 없듯이, 부부의 관계와 하느님과의 계약은 영원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결혼 39 주년 되는 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에 어버이날을 묶어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그동안 나와 함께 살아와 준 아내에게 고맙다. 아이들도 훌륭하게 키워주고.


저녁은 강 건너 일본식 라면집을 찾아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밖을 내다보는데 비가 쏟아진다. 아! 내일까지 비가 오려나? 안되는데. 할슈타트는 해가 쨍하게 나와 있어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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