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뉴브강변을 걸어가면서.
다뉴브강은 그 길이가 2,850km로 유럽에서 제일 강이다. 독일어로는 도나우강으로 불린다. 그래서 독일어권이 오스트리아 음악가 요한 슈트라우스의 대표곡이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다.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강은 다뉴브강과 연결되지 않는다. 블타바는 몰다우강으로 연결되어 북해로 빠져나가고 다뉴브강은 흑해로 흘러들어 간다.


프라하와 부다페스트는 기차나 버스로 세 시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도시지만 강 수계가 다르다. 하지만 이 도시를 흐르는 강은 잔세계로부터 여행객을 불러 모으는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주연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박해받은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박해
다뉴브강변을 따라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가다 보면 강변에서 웅크리고 뭔가를 내려다보거나,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급하게 벗어놓은 듯 구두, 하이힐 심지어 어린아이 신발이 어지럽게 흩어져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을 피해 다뉴브강에 몸을 던지며 벗어놓은 유대인 신발이란다. 유럽에서 히틀러에게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 유대인은 수를 헤아릴 수없다.

전후 독일은 그 만행에 허리 숙여 사죄하고, 배상하고, 또 잊히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와 교육을 지금까지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참혹하게 받은 아픔을 아는 그들의 나라 이스라엘은 같은 조상이었던 그들의 형제들에게 처참한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과연 저 신발들의 주인은 후손들이 저지르고 있는 비인간적인 만행에 무어라 할까? 갑자기 숙연했던 기분이 싹 가시는 이유는 어디서 오는 걸까.

국회의원에 비해 국회의사당이 너무 비대하다.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해 정면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보려고 했지만, 한 화각에 담기질 않는다. 의사당이 강에 바싹 붙어있어 그 사이에 공간이 넓지가 않다. 런던의 국회의사당에서 영감을 받아 1885년에 착공하여 1904년에 완공한 헝가리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이 건물 역시 높이 96m로 헝가리 건국연도인 896년과 1896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의사당의 중심인 돔 홀을 기준으로 양옆에 거대한 회의장이 대칭 구조로 위치해 있다. 원래 상·하원 양원제로 쓰였으나, 현재는 단원제의 199명 국회의원과 그 보좌관이 한쪽 회의장만 사용한다. 다른 한쪽은 주로 관광객에게 공개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일하는 국회보단 돈 버는 상품으로 역할이 더 커 보인다.

오르반정부의 역사 지우기 피해자 너지 임레(Imre Nagy)
너지 임레는 소련의 지배를 받던 1953년부터 1956년까지 수상으로 재임하는 동안 강제수용소 폐지, 경제 정책 수정, 농민들의 부담 완화 등 온건하고 자주적인 '헝가리식 사회주의' 노선을 추진하고, 나아가 소련군의 철수와 바르샤바 조약기구 탈퇴 및 헝가리의 영세 중립국화를 선언하며 소련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는 정책을 펼쳤다. 소련의 지배에 저항하며 독자적인 민주화노선을 추구하는 그는 소련에게는 제거해야 할 정치인일 수밖에 없었다.

1956년 10월 소련의 압제와 공산당의 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헝가리 혁명의 중심에 서게 되지만, 소련군의 대대적인 무력진압으로 수상에서 밀려나 체포된다. 이후 친소정권으로 정부가 넘어가고 1958년 공산당식 비밀재판에 따라 처형되는 비운의 정치가로 생을 마감한다. 30년이 흘러 헝가리에 민주주의가 찾아오자 그는 명예를 회복하고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그리고 국회의사당 옆에 그의 인자한 모습을 한 동상이 만들어져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히틀러 부역자의 피가 흐르는 오르반 정부는 너지의 개혁지향 정책을 폄훼하고 급기야 역사바로 세우기라는 명목하에 그의 동상을 의사당에 떨어져 있는 공원 한 곳으로 옮겨버린다. 어느 나라건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하고 애국한 영웅을 깎아내려서, 자신들과 조상들이 저지른 매국과 반역의 흑역사와 퉁쳐버리려는 치졸한 수구꼴통은 있게 마련인가? 홍범도장군이 너지에게 무어라 위로를 할까?

다시 부다성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호텔로 들어가 해가 넘어갈 때까지 쉬기로 한다. 저녁 무렵 부다성으로 버스를 타고 올라간다. 국립 미술관 앞 전망대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도시에 불빛이 켜지길 기다린다.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다뉴브강이 연출하는 야경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 아름답다.

세체니 다리와 국회의사당을 밝히는 조명이 선명하다. 다뉴브강이 밋밋하게 휘감아 돌지 않고 반듯하게 일자로 흐른다면 도시의 풍경은 어땠을까.

96m 고도제한이 연출한 밋밋한 스카이라인에서 홀로 빛나는 국회의사당과 이슈트반성당 그리고 세체니 다리 교각의 웅장함이 정말 아름답다.

또 하나의 야경 명소, 어부의 요새
부다성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마차시성당과 어부의 요새는 젊은이들의 SNS성지. 특히 아치형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다뉴브강과 국회의사당은 필수 사진 명소. 네오고딕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 만들어낸 결과물.

어부의 요새는 1895년과 1902년 사이에 지어진 방어기지로 7개의 헝가리 지역에 정착한 부족을 의미하는 7개의 원뿔 모양 지붕이 특징이다. 어부들이 요새 근처에서, 다뉴브 강을 건너는 적을 방어하면서 ‘어부의 요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어부의 요새 2층 전망대는 마차시성당 입장권을 사야 올라갈 수 있지만 야간에는 무료로 개방한다. 특히 다뉴브 강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야경을 볼 수 있는 명소다 보니 특별히 배려한 걸까? 그 정도의 배려라기 보단 아직도 공산주의식 경제개념이 남아있는 흔적?, 근무시간이 끝났으니 난 모르겠다는.

마차시성당은 결국 못 들어가네
유난히 흰 벽을 하고 있는 마차시성당은 부다지구의 대표성당이다. 1015년 처음 세워진 후 오스만 투르크가 점령하였을 때는 이슬람사원으로 사용되기도 해 지금도 벽면에 이슬람 문양이 남아있다. 헝가리 왕들의 대관식이 거행된 곳으로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데 우리는 들어가 볼 기회를 놓쳤다.

마치시성당을 외관만 둘러보고 오늘 일정을 마감한다. 하늘이 잔뜩 흐리고 내일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여행 마지막까지 가슴 졸이게 하는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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