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자의 일상이 숨쉬던 동궁, 성정각(誠正閣)
희정당을 나와 이어진 전각으로 들어서려면 영현문(迎賢門)을 거쳐야 합니다. 성정각의 남문으로 '어진 이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어진 이를 맞아 공부에 힘쓰라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성정각은 세자의 교육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왕실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다음 왕위를 이을 세자로 책봉되면 서연이라는 교육을 받게 되지요. 왕위에 오를 때까지 아주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데 세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을 세자시강원이라고 합니다. 이때부터 조선의 국본인 왕자는 임금이 되어 승하할 때까지 지독하고 혹독한 공부의 지옥 속에 살아야 합니다.
성정각은 일제강점기에는 내의원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선정각 앞마당에는 내의원이 사용하던 돌절구을 볼 수 있습니다.
성정각은 단층이지만 동쪽에 직각으로 꺾인 2층의 누(樓)가 붙어 있어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누각 동쪽에 희우루(喜雨樓), 남쪽에 보춘정(報春亭)이라는 편액이 각각 걸려 있습니다. 보춘정이라는 누각에 희우루라는 이름을 하나 더 붙였지요. 희우루는 정조 즉위 원년에 매우 가물었는데 이 누각을 중건하기시작하자 비가 내렸고 또 몇 개월동안 가물다가 누각이 완성되어 임금이 행차하자 다기 비가 내려 희우(喜雨)라는 이름을 지어 기념하였다고 합니다.
2. 공부가 싫었던 세자는 어찌할꼬
조선시대 왕과 세자는 끊임없는 공부에 지쳐 왕노릇(?)하기 무척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임금이 공부하는 것을 경연(經筵)이라고 하고, 세자가 공부하는 것을 서연(書筵)이라고 하였지요. 경연은 중국 한나라때 황제에게 유교경전을 강의한 데서 유래되었지요. 고려 예종(1116년)에 도입되어지만 성리학을 받드는 조선으로 넘어와 제도적으로 완비되었지요. 임금은 임명된 경
연관과 함께 하루에 세번씩 유교경전을 가지고 공부를 합니다. 아침에 하는 조강, 낮에 하는 주강, 저녁에 하는 석강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여야 하지요. 임금에 따라서는 거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임금은 제도화되어 있어 어쩔 수가 없었겠지요.
가끔 사극을 보면 임금에게 불만이 있는 세자가 불만을 표출하는 방법으로 서연에 게을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세자는 공부한 결과를 알아보는 시험을 치르게 되지요. 이를 고강(考講)이라고 합니다. 세자시강원에서 5일마다 고강을 실시하는데 시험 성적은 통(通), 약(略), 조(組), 불(不)로 평가됩니다. 요즘으로 치면 수, 우, 미, 양 이겠지요. 시험 성적은 적은 나무판을 강경패(講經牌)라고 하는데 임금은 이 성적표를 보고 결과에 따라 칭찬과 질책이 나오게 되지요. 이 고강때문에 세자가 시험스트레스로 두통과 불면증을 앓았다고도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성적이 뭔지...
3. 관물헌, 공부에 지친 세자의 숨결이 남아있네
보춘정 뒤에는 왕이 자주 머물면서 독서와 접견을 했던 관물헌(觀物軒)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순조임금 시절 총명하기 이를데 없던 효명세자가 공부하던 사연의 처소로 사용되었던 장소이기도 하였지요. 또한 조선 의 마지막 왕인 순종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흥선대원군이 입궐할 때 잠시 머문 곳이기도 합니다. 위치가 창덕궁에서 아주 높은 곳에 자리하여 3일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의 핵심본부로 사용된 곳이었습니다. 현재는 관물헌 대신 고종이 어린 시절 써서 걸었다고 하는 ‘집희(緝熙)’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현재 성정각과 낙선재 사이, 후원으로 넘어가는 넓은 길은, 원래 높은 월대 위에 당당하게 자리한 중희당(重熙堂)이 있었던 곳으로, 이 일대가 왕세자의 거처인 동궁(東宮)이었습니다. 동궁일대에는 많은 건물이 있었으나 중희당은 1891년(고종28)에 없어졌고, 중희당과 연결된 칠분서(七分序), 6각 누각인 삼삼와(三三窩)와 승화루(承華樓)등이 남아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복도로 연결하여 서고와 도서실로 사용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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