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나라 구석구석/제주도로 간다

[가파도올레길] 5월의 가파도는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가 지천이다

by 노니조아 2020. 5. 28.
반응형

드디어 가파도를 간다. 이번 여행 첫날 숙소를 잡고나서 이내 가파도를 가려고 운진항으로 이동하였는데 좌석이 없어 어쩔 수 포기했었다. 미리 예약하지 않은 결과였다. 그제 일기예보와 올레길 코스를 검토하여 인터넷으로 승선권을 예약하였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경우 출발하기 30분전까지 터미널에 와서 승선권을 발권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제주시에서 운진항까지 거의 한시간20분가량 소요되어 시외터미널에서 7시 버스를 잡았다. 구름이 거의 지표면까지 내려앉았다. 제주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짓고있는 드림타워빌딩이 짙은 구름에 싸여있어 기단부만 보인다. 이른 아침이라 타고 내리는 승객이 별로 없어 버스는 생각보다 이른시각에 도착할거 같다.

 

발권을 마치고 승선장으로 가니 출항을 앞둔 배들이 정박해 있다. 운진항에서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운항하는데 마라도까지 운항하는 배는 무늬부터 화려하다. 햇살이 나오면 안개는 대부분 걷히게 마련인데 오늘 아침 하늘을 가리고 있는 건 안개가 아니고 구름이었다.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을 시각인데도 해를 볼 수가 없다.

09:00시에 부두를 떠난 배는 10분 정도 지나 가파도항에 도착하였다. 섬을 한바퀴 도는데 대략 두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정보에 따라 돌아오는 배는 11:20분 걸 예약하였다.

 

이른 아침이라 승선하시는 분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상동포구에 하선하자마자 가파도를 상징하는 화산암 장승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멀리 송악산자락과 형제섬이 보인다. 날씨가 맑았으면 송악산 기슭에 자리한 전망대가 보일텐데

 

올레꾼들이 줄지어 스탬프 포스트에 서있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스탬핑하기로 하고 바로 올레 리본과 간세가 이끄는 방향으로 출발, 마을로 들어서니 정갈하게 다듬어진 집담사이 올레가 맞이한다.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오렌지색 지붕 아래 하얀 벽화가 그려진 담과 담 사이에 황토빛 포도가 이어져있다. 파란 하늘만 여기에 더한다면 정말 예쁜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마을을 벗어나 바당길을 잠시 걷다보면 큰 왕돌이 마치 바다로 굴러가려는듯이 서있다. 보름바위다. 큰 바람을 일으킨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름이 3~4미터에 이르며 바위 위로 올라가거나 걸터앉으면 태풍이나 강풍이 불어 재난을 일으킨다고 해 신성시하고 있다. 행여라도 호기심에 올라가지 마시길

 

보름바위에서 바당길을 따라 가다보면 이번에는 흡사 고양이를 닮은 바위가 서있다. 제주도말로 고냉이돌이라 설명이 간세등에 걸려있다. 고냉이돌을 끼고 섬 중앙으로 올레 리본이 우리를 안내한다. 섬 표고가 50m밖에 되지 않는 평평한 지형인 가파도에서 그나마 높은 지대로 가는 중이다.

 

어느 집 안마당에는 갖가지 선풍기 폐품을 활용해 만든 조형작품이 죽~~ 늘어서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화산암과 어울려 멋스러움을 풍기며 지나는 올레객에게 작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제주를 걸어서 다니다 보면 작은 소품들을 활용하여 집담 아래나 위 혹은 안마당에 정성스레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설치해놓은 걸 자주 볼 수 있다.

 

섬 한가운데 오똑하니 자리한 소망 전망대에서 방문객들은 준비된 소품들을 활용해 다양한 구도와 포즈를 사진에 담을 수 있다. 평생 동반자이자 영원한 친구 아내와 함께 커플의자에서 한 컷.

 

가파도를 방문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아방(아저씨)과 인사도 나누고, 어린 삼춘과 정겹게 부둥켜안고 서로의 체온도 나누고 . . . . .

 

누렇게 보리가 익어가는 가파도를 여기선 조금 높은 위치에서 조망할 수 있다. 막 익어가기 시작하는 보리밭은 연두빛을 잃어가고 있고, 이미 익어 추수를 기다리는 밭은 푸른빛이 밭이 이랑에만 남아있다. 보리밭 끄트머리에 마을이 모여있고 그 뒤로 멀리 송악산과 우리가 떠나온 운진항이 옅어져 가는 구름 아래 보인다. 여기서부터 가파도 올레길은 절반이 꺾인다.

 

익어가는 보리밭 사이로 난 밭담길을 걸어가다보면 보리밭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주민들이 소품들은 중간 중간에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밭에는 제발 들어가지 마시라는 당부의 푯말도 세워놓았다. 주민들이 마련한 정성과 배려를 생각해 보다 멋지게(?)’ 사진찍자고 밭으로 들어가다 보리를 훼손하는 잘못은 범하지 않는 예의 정도는 갖추는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소망전망대에서 상동포구쪽으로 보리밭 사이길을 가로질러 내려오다가 올레 리본은 가파도 동쪽 바당길로 안내한다. 하동포구까지 이어지는 바당길은 송악산, 한라산 그리고 형제섬이 계속 따라온다. 이따금식 마라도에서 출발해 파도를 가르며 송악으로 가는 유람선도 볼 수때가 있다.

하동포구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점에 제단이 있다. 매년 정월에 날을 받아 이곳에서 제를 올리던 곳이다. 나라의 안녕과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는 자연에 의지해 살아온 우리 조상의 풍속이다. 조상신, 지신, 해신 등을 경배하여 자연재해를 막아주고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고 의지한다.

 

하동포구에 서있는 올레스탬프를 찍으면 10-1코스 가파도 올레가 마무리 된다. 하지만 가파도는 보너스 올레길이 있다. 바로 하동포구와 상동포구를 일직선으로 이어주는 가파도 관통길이다. 이 길은 1.3km에 불과하지만 길 양편에 볼거리 많다.

 

해변에 지천으로 널린 톳으로 염료삼아 옷감을 물들이는 재미에 푹~빠진 생공방집이 나온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가파도가 나와 시청할 때 본 바로 그 집이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주를 마음껏 펼치기 위해 이곳 가파도에서 옷감 염색 재미 속에 빠져사는 행복한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나는 무슨 재주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어디에 가서 어떤 종류의 행복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아담하지만 예쁘게 단장한 마을길에는 벽화가 그려져있네요. 걷고 있는 길바닥에는 쓰레기조차 보이지 않아 정갈합니다. 주민들은 방문객에게 가파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주전부리나 특산물을 팔고 있기도 합니다.

 

파란 잔디가 깔려있는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보이질 않네요. 코로나사태로 등교가 허락되지 않아 운동장이 휑하니 비어있어 안타깝네요. 하루빨리 코로나사태가 진정되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날이 와야 할텐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스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해봅니다.

 

다 헤진 장갑 속에서 다육이가 자라고 있네요. 농삿일에 사용했음직한 장갑이 다 헤지면 버리고 말텐데 어떻게 그걸 활용하여 속에 흙을 채우고 다육식물을 심어 가꿀까 하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을까? 집담 위에다 펭귄을 올려놓고 방문객을 즐겁게 해줄까 하는 마음은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시멘트 공간 속에서 경쟁하고, 시간을 다투며 사는 각박한 일상 속에 파묻혀 있다보면 해가 중천에 걸렸는지 석양이 발갗게 물들어가고 있는 저녁인지 조차 모르게 하루가 간다. 그 속에서 여유를 찾는 게 쉽지않다. 그래서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 여행을 떠나는 것일게다. 이번 여행도 그 일부에 해당할테고 . . .

 

사람들이 많아 가파도에 도착해 올레길 출발 스탬프를 미루어놓았었다. 첫배로 입도한 여행객들이 다시 돌아갈 배를 타러 모여들기 시작한다. 올레 패스포트에 스탬핑하고 승선장으로 갔다. 문득 마라도는 왜 올레길 코스에서 빼놓았을까? 가파도-마라도를 연결한 올레길도 괜찮아 보이는데...

 

해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대기 속은 물기가 남아있어선지 시계가 맑지는 못하다. 오히려 사진에 담긴 산방산과 한라산이 수묵화처럼 신비롭다. 승선하기 전에 가파도에서 보여지는 제주도 모습을 사진에 담고 운진항으로 돌아왔다.

가파도를 한바퀴 돌아보고 나서 남은 인상은 딱 하나다.

 

"조촐하게 차렸지만 담백하고 영양이 듬뿍 담긴 아침상을 받은 느낌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