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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제주도로 간다

[제주올레 20코스] 김녕서포구에서 월정리해변까지 비가 오는데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by 노니조아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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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20. 올레길을 완주하러 다시 제주에 왔다
다시 올레길을 걷는다. 2020년 5월 전세계를 강타한 코비드상황은 우리가 계획한 이태리여행을 주저앉히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꿩대신 닭의 심정으로 ‘아직 진행중인 제주 올레’로 Plan B를 선택하였다. 여름으로 성큼 다가선 더위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함께 제주 서남쪽 끝에 모슬포에서 제주시 동쪽 중간에 있는 김녕까지 걸었다. 그리고 오늘 비가 겨울비가 내리고 있는 제주에 내렸다.

첫날 일정은 올레길 20코스를 끝내기
가격이 착한 이른 아침 비행기를 이용하는 바람에 예약한 게스트하우스 여장을 풀고 라운지에서 간단하게 요기까지 마치고 길을 나섰건만 평소 올레길 출발시간과 엇비슷할만큼 이른 시간이다. 게하는 아직도 손님이 많지않아 방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남흘동에서 버스를 내려 20코스 출발지인 김녕서포구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출발!!

김녕서포구 옆에 있는 청굴물

청굴물은 용암대지 하부에서 지하수(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이다. 용암대지의 하부에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점토층이 분포하고 있어 지표에 내린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고 해안선 부근에서 솟아나게 된다. 김녕 해안에는 여러 곳의 용천수가 있지만 청굴물은 그 중에 차갑기로 소문나 여름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 물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 2-3일씩 묵어가곤 했다고 한다.

비취를 품은 바다같은 세기알해변

오늘은 테마를 가지고 걷기로. . .
제주공항에 내릴 때부터 내리는 비는 그칠 기미가 없다. 폰으로 일기예보를 확인해봐도 오후 늦도록 비가 온다고 한다. 여행을 시작할 때의 설레임은 쉬지않고 뿌리는 가랑비를 낭만으로 돌려세울 만했다. 올레길은 꼭 맑은 날에만 걸어야만 할까?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는 날 아름다운 제주도 해안을 두르고 있는 올레길을 걷는다면 운치가 더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알기라도 한걸까, 올레길을 걷고 있는데 집담에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간판이 우연히 눈에 들어온다. ’그래, 비가 좀 오면 어때! 그 정도 불편은 감당할 수 있잖아? 그러니 괜찮아‘ 하는 마음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레길을 걷기로 한다.

올레길은 사람이 다니는 길
올레 20코스가 시작되는 김녕포구는 이름 그대로 해안이다. 여기서부터 김녕해수욕장, 세기알, 성세기해변까지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이어져 있다. 햇볕이 비구름속에 갇혀있는데도 바다는 옥빛을 거침없이 우려낸다. 서우봉에서 내려다본 함덕해수욕장의 쪽빛 바다에 비견될 정도다

길은 시나브로 해안에 성기게 자라는 아끈갈대 사이로 이어지기도 하고

나이가 어려 거친 화산암반 사이로 난 다소 너덜바위 사이에로 연결되고 있다.

올레길을 연 서명숙원장의 의지대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해주는 아스팔트길이 아닌 마을 속에 함께 어울려 사는 이웃과 이웃들이 마실을 다닐 때 바로 이 우리의 이웃들이 다니던 길 위에 올레 리본을 걸어놓았고, 방향말뚝을 박아놓았다.

오늘은 감귤마라톤이 거행되는 날이다. 남녀노소 달리기를 좋아하는 참가선수들이 자신이 목표한 결승지점을 향해 빗속을 뚫고 달린다. 이따금 지긋한 연세로 보이는 분이 보이면 응원을 보내며 우리는 반대로 걸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즉 오늘 달리고 있는 선수들 중에 고등학교 동창도 있었다고 한다. 미리 알았더라면 찬찬히 살펴보고 응원을 보냈을텐데

화산암으로 만든 밭담의 종류도 가지가지
김녕해안도로에서 월정리로 들어서기 전에 밭담테마공원이 있다. 공원 안에는 다양한 밭담을 전시하고 있다. 올레길을 걷다보면 화산이 분출하면서 생성된 돌로 만들어 놓은 여러 형태 담과 마주치게 된다.

밭담보다 규모가 큰 잣담

마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집담, 마을 주위에 흔히 볼수 있는 밭담 그리고 밭 한가운데 산소를 두르고 있는 산담이 그것이다. 여기에 더해 잣담이 있고, 외담이 있고, 잡굽담이 있다.

해녀들이 불을 피우거나, 옷을 갈아입는 불턱

더불어 흔히 널려있는 화산암으로 생활에 필요한 시설물을 만들기도 하였다. 불턱, 방사탑, 환해장성, 통시등을 공원에 전시하고 있어 한번 들러보면 제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테마공원을 지나면 올레길은 해안을 벗어나 마을 속으로 들어간다. 마을 안으로 접어들면 잘 가꾸어놓은 밭담의 실제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마치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는 전시장을 돌아보는 착각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비만 오면 괜찮다. 바람까지 부는 바람에 우산을 받쳐쓰고 있음에도 바지는 물론이고 자켓까지 젖어온다. 마침 때도 됐고 젖은 옷도 말릴 겸 점심을 먹기로 한다. 점심을 먹는 동안 행여 비라도 그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가지면서. 식당 이름이 그럴듯하다. 라면 전문점, ‘바다를 바라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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