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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구석구석/유럽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자유여행] 9일차, 왜 돌로미티를 위해 남부투어를 포기하고, 나아가 다른 일정마져 축소하였나

by 노니조아 2024. 7. 27.

2024. 06. 15.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로 간다.
과연 이번엔 어떤 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내가 체크아웃 준비할 시간에 렌터카를 인수하러 메스트레역으로 잰걸음으로 길을 나선다. 구글맵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 8시 허츠사무실 문을 여는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다. 사무실은 메스트레역 앞에서 오른쪽 길로 5분 거리다.

허츠 골드회원으로 가입한 데다 미리 예약을 해놓아선지 일처리가 막힘이 없다. 서류에 서명을 하고 메스트레역 옆에 있는 주차빌딩 5층에서 우리와 5일 동안 함께할 애마와 만났다. 미국 포드사의 준중형 포커스가 기다리고 있다. 풀커버 보험이지만 차량 외관과 내부를 찬찬히 살펴보는데 크게 문제 될 만한 흔적이 없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계기판을 보는데 주행거리가 6천 킬로가 채 되지 않는다. 아마 출고된 지 3개월? 이번에도 신차급이다.

몽클레어매장이 이번 여행의 유일한 쇼핑
일단 차를 몰고 주차장을 내려와 숙소에서 아내를 태우고 오늘 첫 목적지로 향한다. 메스트레에서 약 30여분 파도바 방면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몽클레어빌리지는 몽클레어  공장에 딸린 할인매장이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한 쇼핑시간이자 여행을 오기 전부터 꼭 들러보기로 한 곳이다, 아이들이 여행에 보태준 노자돈에 대한 보상을 위해서.

날씨가 크게 찌푸리고 있다. 쇼핑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하는 바람에 돌로미티로 들어설 때가 오후 두 시를 지나고 있다. 산세가 깊어지니 자연 도로는 좁아지고, 구불거림이 잦아 속력을 낼 재간이 없다. 더구나 낮게 드리운 비구름이 언제 비를 뿌려도 이상하지 않을 모앵새다. 구불거리는 도로를 한 시간 이상 달리다 보니 몸이 뻗뻗해지려 한다.

길가에 잠시 차를 세우고 굳어진 몸을 풀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여긴 완전 스위스풍경이다. 잔디가 곱게 깔린 공지 한편에 소담스런 예수님상이 나무상자 안에 세워져 있다. 그 뒤에 보이는 언덕 위엔 성당과 종탑이 보인다. 베네치아에서 출발할 때는 반바지에 라운드 티로도 충분
했는데 여긴 뚝 떨어진 기온이라 긴 옷을 꺼내 입는다.

알타 바디아에 숙소를 정한 이유
숙소에 겨우 도착했다. 숙소가 위치한 알타 바디아는 돌로미티 서부지역 여행거점인 오르티세이와 덩쪽의 코르티나 담페초 중간에 위치해 있다. 돌로미티에서 보내는 날이 순전히 4일간이라 숙소를 옮기기도 귀찮고, 가격도 너무 착해 여길 선택하였다. 숙소에서 파쏘 팔자레고나 파쏘 가르데나까진 30분 정도 거리라 짧은 기간 돌로미티 핵심을 돌아보는 거점으로는 딱 맞는 지점이다.

돌로미티는 우리 이탈리아여행에서 하이라이트이면서 가장 기대하는 곳이다. 유튜브와 국내외 여행블로그에서 돌로미티에 대한 정보를 찾아 그중에서 핵심만 추려 이번 여행 일정에 포함시켰다. 동부지역에 트레치메, 브라이에스호수, 라가주오이산장과 친퀘토리를 넣었고, 서부지역에 세체다, 알페디 시우시, 싸쏘룽고 그리고 산타 막달레나를 꼽아 넣었다. 그러면서 이들 명소를 가면서 만나개 될 아름다운 고갯길(파쏘, Passo)은 보너스로 얻는 선물들이다.

왜 돌로미티에 그토록 열광하게 되었나?
이번 여행에서 돌로미티 일정이 제일 긴 5일간이다. 왜 이탈리아 남부에 유명관광지인 나폼소와 아말피가도를 포기하고 베네스와 밀라노 일정마저 반나절로 자르고 그 남는 일정을 돌로미티에다 넣었을까? 유럽을 여행할 때 알프스 하면 스위스를 떠올린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알프스 연봉 아래 푸른 초원이 펼쳐져있고 아름다운 집들이 듬성듬성 산비탈에 앉아있는 목가적인 풍경을 떠올린다. 거기에 만년설이 덮여있는 정상까지 다양한 종류의 열차들이 운행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꼭 방문하여야 하는 성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팬데믹이 가져온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여행객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에 더해 국민소득이 탑클래스인 스위스다 보니 여행자 주머니가 턱없이 작아진다. 그에 반해 이탈리아는 상대적으로 여행객에게 아주 착한 물가 수준이다. 돌로미티는 이탈리아가 품고 있는 알프스다. 백운암(돌로마이트)이 주성분이라 돌로미티라 이름이 붙여진 북부 이탈리아에 현란한 아름다움을 뽐내며 자리 잡고 있는 3000미터급 산악지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넘겨받은 이 국립공원은 여러 개의 산군으로 구성되어 있고, 백운석 암봉 아래엔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져 있기도 하며, 풀 한 포기 없는 비현실적인 외계 풍경으로 착시를 부르는 풍광도 있다. 그리고 거미줄처럼 엮여진 트래일 코스가 다양한 형태의 곤돌라, 리프트와 연결되어 있다. 빙하와 눈이 녹아내린 계곡엔 아름다운 호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신이 빚어놓은 알프스 보석에 우리는 그나마 5일이라는 짧은 일정을 할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거의 네시가 다 되었다. 방을 배정받고 가까운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마련해 공용주방에서 이른 저녁을 준비한다. 오전에 쇼핑하는데 거의 두 시간을 넘게 소비한 데다 구글맵이 시키는 길을 따라 돌로미티로 들어섰는데 완전 헤어핀 투성이 고갯길이다. 계획대로라면 두시에 숙소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아돌프 문켈 트레킹 코스로 출발하는 거였다.

안타깝자만 일정을 수정해야!!
하지만 도착시간이 늦었기도 하려니와 날씨마저 문제다. 낮게 드리운 구름이 산자락을 감고 있고 언뜻 보이는 암봉들마저 검은 구름들에 눌려있다. 숙소가 있는 이곳의 표고가 1000미터를 넘으니 베네치아보다 기온이 뚝 떨어져 있다. 이런 날씨를 뚫고 트래킹에 나서는 무모함을 포기하고 일찍 저녁을 먹기로 한다.

숙소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커플과 이야길 나누는데 패딩을 입고 있다. 우리는 얇은 바람막이밖에 준비하지 않은지라 날씨가 계속 이러면 엄청난 차질이다. 계획상 내일은 트레치메를 가는 일정인데 일기예보론 모레까지 계속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라 트래킹이 무리란다. 2천 미터가 넘는 곳이라 마땅한 옷도 부족하고. 결국 날씨예보를 살펴가며 그날그날 일정을 잡기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내일 서부지역은 날씨가 맑다고 하니 세체다와 알페 디 시우시를 묶어서 하루에 돌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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