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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자전거 종주

국토종주 2 - 한강종주, 청명한 가을하늘을 만끽하며 양평에서 충주호까지

by 노니조아 202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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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일, 마침 휴일이고 바람도 잔잔하길래. 자전거를 끌고 다시 한강으로 나왔다. 벌써 라이더들이 무리를 지어 자전거길을 달리고 있었다. 기왕 나온 김에 의미있는 라이딩을 하고자 맘먹고, 덕소에서 전철을 타고 양평으로 갔다, 한강 종주의 남은 구간을 채울 요량으로.

 

   한강종주 구간중 아라뱃길에서 양평 양근대교까지는 주말 라리딩으로 여러차례 다녀왔기 때문에 오늘은 양근대교에서 충주댐 구간을 마치면, 한강종주와 남한강 종주를 성취할 수 있어서다. 덕소에서 양평까지 가는 전철에 많은 라이더들이 맨 앞칸과 맨 끝 칸을 그득 채우고 있었다.

  자전거가 빼곡히 들어찬 모습을 보며, 이 많은 분들 중에 나와같이 충주까지 가실 분이 몇이나 될까 하는 관심과 오늘의 코스를 웹검색으로 다시 확인하는 사이 양평역에 도착했다. 양평역 광장에서 쭉 앞으로 난 길로 조금 가니 강변에 조성된 남한강 자전거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

 

- 09:50. 출발

"자, 출발 충주댐으로 !" 마침 한국을 대표하는 청명한 가을 날씨가 오늘의 라이딩을 축복하듯이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아주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것 같은 푸르름이 눈을 부시게 하고, 바람은 자취를 감추었는지 온데 간데 없이 고요하다. 달리는 노동만큼만의 땀을 흘리게 하는 다사로움은 오히려 질투가 날 정도로 좋다. 충주까지의 남한강코스는 중간중간에 축조된 댐 좌우에 인증센터를 가지고 있다. 수확의 계절 가을에는 많은 지자체가 축제의 마당을 여는데, 여기도 예외는 아닌가보다. 시간이 넉넉하면 축제마당에 들러 감상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즐길 수도 있을텐데 오늘은 가야할 길이 멀다.

 

- 10:35. 이포보

양평을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이포보에 도착했다. 인증센터에서 스탬프를 찍고나서, 가져온 과일로 입가심을 하고 여주보로 출발했다. 사대강 공사에 투하된 천문학적인 돈이 과연 당초의 목적에 부합하는 공사였는지, 아니면 일부의 특혜를 위한 공사였는지는 감사원과 많은 기관에서 점검에 나섰으니 그 진실이 밝혀질테지만, 공사 후유증으로 앓고있는 여러가지 환경문제와 퍼올린 모래가 여기저기 쌓여있는데 공사대금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 무색해 보인다. 직선화되고 시멘트에 익숙한 도시민의 시각에서 보면 공사한 모습이 낮설지 않을지 모르지만,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고, 인의적으로 직선화한 모습이 영 마뜩찮아 보인다.

 

이포보를 출발한 얼마되지않아 바로 여주보가 모습을 보인다. 폼나는 댐과 상징물이 보이지만 썩 맘에 와닿는 것이 없어 인증샷을 남기고 휴식을 취하는데, 초등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부산까지가는 종주길에 나섰다고 한다. 나도 아들이 한국에 있으면 저렇게 아들과 하는 종주길을 나섰을텐데 하는 부러움을 남기고 다시 출발하였다.

 

- 12:21 강천보

여주보를 지나면서 마침 점심때가 되어 여주읍내로 관통하는 자전거길 옆에 있는 식당에서 요기를 때우고 이내 강천보로 출발했다. 강천보까지는 거리가 얼마되지 않된다. 가는 길에 안내판에 여주신륵사를 가리킨다. 강 건너 신륵사와 조성된 유원지를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로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강천보에 도착했다. 강천보는 이제까지 봐온 댐에 비해 자그마한 모습이다.

 

보 위로 난 도로를 건너자 경사가 30도는 되어보이는 가파른 길이 연결되어있었다. 강천보를 지나면 충주 탄금대까지 인위적으로 만든 보는 없고 일반차도와 농로길에다 개설한 자전거도로를 따라 상당히 긴 여정을 인내하며 달려야 한다.

 

  물론 섬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빼어난 절경을 제공하지만, 오르막도 제법 있어 힘에 부치는 경우도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인증수첩에는 없는 인증부스가 보였다. 아마 강천보에서 탄금대 구간이 너무길어 지루함을 달래고 휴게공간을 제공하기위해 추가로 개설한 모양이다.

 

- 15:30 탄금대 도착

   멀리 충주댐의 수위를 조절하는 조정지댐이 보였다. 내심 이렇게 충주가 가까운가? 하면서 한달음에 조정지댐에 도착해 남은 거리를 폰으로 검색하자, 앞이 암담했다. 앞으로 꽤 많은 거리를 남겨놓고 있었다. 벌써 다왔다는 안도감이 지루함과 무료함으로 단숨에 화학반응처럼 작용하자 페달을 구르는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차도에 개설된 자전거 도로는 오르내리막을 반복하고,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대형트럭에서 내뿜는 매연까지 무척이나 힘겹게 만들었다. 강건너에 보이는 탄금대를 두고 목행교까지 빙 우회하여 가는 길도 참으로 무료했다. 어쨌든 탄금대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탄금대에서 한숨을 돌린뒤 다시 5km를 달려야 한다. 충주댐으로 가는 길은 처음엔 평평한 강변길이었다. 충주댐이 2km 남았다는 푯말이 나오면서 길은 점점 더 경사를 높여만 갔다. 남은 힘을 다해 오르고 또 올라, 매점들이 즐비한 광장이 보여 다왔구나 하고 광장으로 들어서려는데, 길 위에 방향은 더 올라가라고 되어있다. 아직도 1km가 더 남아있다고 알려준다. 정말 젓먹던 힘을 다해 오르막을 향해 페달질을 하는데 그만 힘에 부쳐 내리고 말았다. 다리에 쥐가올라 더 이상 페달질이 무리였기 때문에.. 급경사가 어느정도 진정된 지점에서 다시 자전차에 올라 마지막 페달을 밟아 드디어 충주댐 인증센터에 도착하고 말았다.

 

- 16:10 충주댐 인증센터

충주댐인증센터에서 경직된 허벅지를 주물러 이완시키고, 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몇 개 담은 다음, 유인인증센터에 가서 인증스티커를 받았다. 지난 달에 한 북한강 종주와 오늘 드디어 완성한 한강종주(정서진 - 충주댐), 남한강 종주(팔당대교 - 충주댐) 를 인증하는 스탬프도 종주수첩에 담았다.

종주가 끝나고 이젠 서울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허기가 몰려오고, 허벅지는 아직도 힘을 주면 쥐가 올라오고. 충주시내로 되돌아가는 길은 다행히 내리막으로 되어있어 별반 어려움 없이 버스터미널에 당도할 수 있었다. 우선 동서울행 버스표를 구매하고 터미널 인근 식당으로 달려가 제육볶음에 막걸리로 오늘의 종주를 축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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