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나라 구석구석/자전거 종주

국토종주 4 - 금강종주, 8월 복중더위를 뚫고 금강하구에서 대청댐까지

by 노니조아 2020. 2. 18.
반응형

2014년 8월 16일

  처가에 내려간 마눌이 연휴라서 하루 더 있겠다고 전화가 왔다. 혼자 집에서 TV가지고 노는 것도 지겹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는 것도 너무 자주하다 보니 코스에 대한 지겨움이 있어서 성큼 내키지도 않았다. 국토종주를 마무리하려면 아직도 남아있는 코스가 많아서, 종주수첩을 꺼내 한장씩 넘겨보다가 금강코스가 아주 길지도 않고, 서울에서 가깝고 하길래, 헬멧과 배낭을 꾸리고 라이딩 중간중간 간식꺼리를 마트에서 사와 출발 준비를 했다.

  집에서 가까운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군산에 도착해보니 저녁 10시가 다되었다. 간단한 요기를 하고 찜질방을 네비로 검색하여 찾아가 여장을 풀었다. 찜질방 카운터에 자전거 보관을 요청하니, 매몰차게 거절하면 밖에다 세워놓으라고 한다. 잔차가격이 좀 세다고 하니, 그건 당신 사정이란다. 필시 이 찜질방은 영업이 너무 잘되어 손님에게 막 대해도 영업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않거나 직원들의 손님 응대 등에 사장이 전혀 관리가 되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는 수없이 자전거를 도둑맞지 않고 비교적 안전한 곳에 보관하기 의해 장소를 물색하던 중,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한 옆에 찜질방 시설관리 하는 곳이 있고, 넓은 평상(찜질복과 수건 세탁 및 건조하는 곳)이 놓여있었다. 잔차를 평상 아래에 숨겨놓고 자물쇠로 채웠다.

 

- 05:30 금강하구언

찜질방 수면실에 누웠는데 좀처럼 잠이 오질 않는다. 자전거 분실에 대한 우려와 부시럭대는 소리에 잠을 이루려해도 자꾸 도망가는 것 같다. 가수면 상태로 시간을 보내다 결국 네시도 되기 전에 수면실을 나와 간단히 목욕을 하고 채비해 길을 나섰다. 아직 해가 뜨려면 한시간 이상 남은 시각이라 주변은 어두웠으나, 도심지라는 잇점인 가로등이 앞을 비추고 있다. 금강 하구언 인증부스에서 출발을 알리는 인증스탬프를 찍고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 06:57 익산 성당포구

  강 건너가 꽤 멀게 느껴질 정도로 강폭이 넓은 금강 하구에서 시작한 종주는 강 양쪽에 만들어진 제방위의 도로를 달리는데, 오르내림도 없고, 느리게 휘어지는 길이 계속되었다. 한 30분 정도 달렸나 싶었는데, 젊은 라이더가 자전거를 손보고 있어 물으니 펑크패치 작업 중이란다. 수원에서 나처럼 혼자 내려와 금강종주를 하는 중이란다. 강 반대쪽엔 풍성하게 자란 벼가 이삭을 배어내어 제법 무게를 자랑하면 미풍에도 몸을 흔들어댄다. 평평하게만 이어지던 길이 갑자기 야트막한 산길로 접어든다. 기어를 바꾸고 몇분 정도 달리니 산 아래 마을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오늘 두번째 인증부스가 있는 익산 성당포구에 도착했다.

 

  연전에 풍납동 성당에서 성지 순례로 왔던 익산 성당이 인증부스 맞은편에 보였다. 그 당시에는 강경역까지 용산에서 열차로 이동해, 역에서부터 여기까지 약 한시간정도 걸어서 왔다. 함께 미사도 올리고 점심도 나눠먹는 즐거웠던 소풍이었다. 인증부스에서 조금가니 강경읍을 끼고 있는 포구가 나왔다.

 

- 09:35 부여 백제보

성당포구를 거쳐 백제의 마지막 도읍이었던 부여로 달렸다. 때로는 논길을 가로질러 달렸고, 때로는 가파르게 내려온 산비탈이 백마강으로 들어갈 것같은 곳에서 나무판자로 만든 길을 달리기도 하였다. 자전거길 옆으로는 볼만한 구경거리도 없고 그저 달리는데 열중할 뿐이었다. 부여에 다다르자 백제교가 가로막고 있어 부여 시내를 관통하도록 되이있기에 여기서 아침겸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식당에 들어가 콩나물 국밥에 막걸이를 시켜 배부르게 먹고 다시 시내로 들어가는 로타리에 이르자 부소산성 가는 이정표가 보였다. 백마강에 백제의 패망을 삭이면서 몸을 던지 궁녀들의 전설과 동명성왕이라고 칭할 정도로 훌륭한 아라한이었던 의자왕을 떠올리며 부소산성 아래를 자전거로 한바퀴로 돌고 이내 종주궤도로 올라탔다. 부여시내를 조금 벗어나니 바로 백제보가 있고, 유인 인증센터가 나타났다.

사대강 공사가 마무리되고 물을 가둔지 이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환경단체가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지적해왔던 그 폐해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공사로 인해 강의 본래 환경 생태계가 파괴되고, 녹조현상이 물막이가 된 보마다 창궐하고, 징그럽게 떠다니는 큰빗이끼벌레는 강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를 모두 없애버린지 오래라고 한다. 강 옆으로 넓게 조성된 야영장이나 공연장에는 사람 키 높이의 잡풀들이 각종 행사들이 언제 치러질지를 학수고대하는지 목을 길게 빼고 모여 있는듯 하다. 공사에 들어간 어마어마한 돈을 배불리 먹었는지 아주 튼실하게 자라난 잡풀들이...

 

- 11:57 백제보에서 길을 잘못들어 해맨 끝에 도착한 공주보

백제보 위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공주보로 향해 다시 라이딩을 이어나갔다. 강 좌안을 따라 계속 페달을 굴러 길을 재촉하는데 갑자기 자전거 길이 없어져버렸다. 잠시 그늘에 잔차를 세워두고 지도앱을 찾아서 길을 확인하니, 원래는 백제보를 건너지말고 곧장 강 우안을 따라 계속 올라가야 공주보가 나오는 거였다. 지금처럼 좌안을 따라 가도 길이 나오기는 하는데, 국도를 따라 좀 우회를 해야한다. 기왕 출발한 거 돌아가지 말고 계속해서 가보자고 호기있게 출발을 했다. 헌데 이게 나중에 종주하는데 애를 먹게 만들었다.

10시가 넘은 시각이라 뜨거워진 태양이 쏟아내는 열에너지를 아스팔트가 감당해질 못하는지 도로 바닥에서 후끈거리는 열기가 한증막을 방불케한다. 달리는 속도가 만들어내는 시원한 바람도 더워진 열기로 인해 더운바람으로 이내 성질이 바뀌어, 점점 더 달리는 속도는 느려지고 온몸에 흘러내리는 땀줄기는 벌써 옷을 적시고 말리기를 반복해서 팔둑과 소매에 코를 대면 시큼한 냄새가 콧 속 그득히 진동을 한다. 금강종주가 내 인내력을 테스트하는게 아니라 즐기러 온건데 이렇게 힘겹게 달릴 필요가 뭐인가하며 스스로에게 쉴 구실을 연신 만들어주고, 그 핑계로 도로가에 괜찮은 휴게정자라도 나타나면 무조건 땀을 들이며 쉬었다.

당초 계획에는 백제보를 09:00에 출발, 한시간만인 10:00에 도착하기로 계획했는데 길도 잘못 들고,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날씨로 인해, 시간이 하염없이 지체된다. 더구나 공주교를 넘어간 지점부터는 공주보까지 역주행으구간이다. 비록 길지않은 거리인데도 무지하게 짜증이 났다. 계획보다 두시간이 지체된 12:00가 다되어 공주보에 도착했다. 공주보 주변에 잘 조성된 공원이 있는데 오늘처럼 더운날에는 이곳을 이용할 사람이 거의 없을 듯싶다. 그늘을 만들어줄 나무 한그루없이 탱볕만 있다. 인즈부스 옆에 있는 쉼터에서 물과 과일을 먹고나서도 한참을 쉬었다. 아직도 대청댐까지 가려면 한참 남아있는데...

 

- 13:35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않은 세종보

그늘도 없는 공주보에서 긴 시간을 쉬고 출발하니 조금은 힘이 나는 것같았다. 세종보까지는 그리 긴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금방 갈줄 알았는데,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페달링이 다시 힘겨워진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더운 기운이 최고조에 다다르는 것 같다. 이제는 숨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숨이 턱에 꽉꽉 막힌다. 공주시를 벗어나 한참을 가니 다리 교각 아래에 그늘이 길게 드리운 쉼터가 나타났다.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자전거를 길옆으로 던지고 남이 보든말든 웃옷마져 벗어제끼고 누워버렸다. 정말 더워도 너~~~무 더웠다.

 

새로 조성된 행복도시(행정복합도시)라는 커다란 광고판이 세종시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잔차도로 위에 인증센터까지 1.5km남았다는 표시를 보며 덥고 힘들어도 참자며 달리니 하늘아래 첫동네라는 아파트 단지 옆에 유인 인증센터가 나를 맞이했다. 수첩에 스탬프를 박고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서 참외를 사 그자리에서 다 깎아먹고 다시 출발했다. 인증센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종보가 건설되어 있는데, 내 눈에는 아무 목적도 없이 보의 형태만 갖추고 그냥 서있는 거 같았다. 왜 만들었는지.... 가두어진 물의 양도 얼마안되고, 식수로도 못쓰도, 농업 용수로 겨우 쓸런지...

 

- 16:40 신탄진을 지나 대청댐에 도착, 드디어 금강종주 완성!!

세종보를 조금 지나면 충북 연풍에서 시작하는 오천자전거 종주의 종점이면서 미호천과 금강이 합쳐지는 지점에 세워진 합강공원인증센터가 나온다. 여길 지나면서 신탄진에 이르기까지 가다쉬다를 반복하면서 무더위가 한풀 꺾이길 바랬다. 대청댐에서 내려오는 금강줄기도 제법 가늘어져 별로 볼만한 겨치도 없는 무료한 자전거길이 계속되었다.

육즁한 굴뚝이 서있는 한국타이어 공장이 있는 신탄진을 지나니 대청댐이 얼마 남지않았다. 약간의 언덕을 마지막 안간힘을 쏟아내니 드디어 대청댐 인증부스가 서있는 공원에 당도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제법 시원한 바람이 호수에서 불어왔다. 인증센터에 들러 종주를 완성했다는 인증메달 스티커를 수첩에 붙이고 귀가를 위해 신탄진역으로 길을 나섰다 무궁화호 열차에 자전거를 싣고 천안으로 마눌을 만나러 올라가면서 오늘 하루 길고도 힘든 금강종주를 되짚어봤다.

더위를 뚫고라도 쉬지않고 갈 수 있었는데, 달리는 와중에는 타자가 공에 맞아도 경기에 계속 나서나 경기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통증이 오듯이 일사병 증세가 나타나지 않지만, 라이딩이 끝나고 쉬려고 하면 그때서야 머리가 깨지게 아프고, 가슴이 매쓱거리는 불편함이 올까 두려워 중간중간에 자주 쉬었던 것같다. 미연에 방지하기위해. 종주를 마치고 돌아가면 다음날 부터 회사 업무에 충실해야 하는데, 무리한 라이딩으로 몸이 불편해지면 여러모로 함께 일하는 동료를 힘들게 하지않는가??

유비무환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