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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자전거 종주

국토종주 3 - 180Km 세재종주, 이화령고개 두번은 안되겠다!

by 노니조아 202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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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이어 2014년에도 사대강 종주를 마쳐 국토종주를 마무리하려는 계획에 따라 다시 길위로 나섰다. 2014년 4월 19일, 50여년전 이땅에 부정선거에 대항해 일어선 젊은 피의 희생이 있던 바로 그날, 난 뜬금없이 국토종주길에 올랐다. 새벽 5시 반 어제밤 미리 준비한 것들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마눌의 흔쾌한 승락이 있었던지라 마음도 가볍게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했다. 06:00 동서울발 안동행 버스에 올라 안동에 도착하길 고대하며 잠시 눈을 부쳤다.

 

- 09:45 안동댐 인증센터

버스는 첫차에 도로사정이 뻥 뚫린 탓인지 예정시간보다 10여분일찍 도착했다. 08:45분. 폰에서 확인한 도로를 따라 안동댐으로 향했다. 날씨는 좀 쌀쌀했지만, 오히려 라이딩하기엔 땀도 덜나고 더 나았다. 20여분도 안걸려 안동댐에 도착했다. 오는 중간에 김밥이라도 한줄 먹는 걸로 요기를 때우려고 찾아보았으나 보이질 않아, 안동댐 인근 식당에서 간고등어정식을 먹었다. 가격이 유원지라서인지 무척 쎄다. 안동댐인증센터 부스앞에서 오늘의 출발을 알리는 인증샷을 남기고 오늘의 목적지 충주 탄금대를 향해 출발!!!!

   가벼운 바람이 뒤에서 밀어주니 자전거의 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나아간다. 댐에서 내려오는 강줄기를 옆으로 끼고 내려가다보니 안동시내를 관통하는 곳에 이르렀는지 자전거도로 옆으로 축구장, 놀이공터 등 다양한 운동 및 놀이시설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아침시간인지라, 자전거를 끌고 나온 사람들도 별로 보이질 않는다. 안동을 벗어날 즈음 잠깐 길을 잘못들었다, 이내 제길로 들어섰다. 쓰레기 소각장을 지날때는 산 속으로 이정표가 있었는데, 제대로 가고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행선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믿고 오르내림을 20여분 하고나니 다시 강 옆으로 난 도로 갓길에 자전거도로표지가 나타났다.

 

- 11:00 안동하회마을

   일반 차도옆으로 개설된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안동하회마을 가리키는 팻말이 보였다. 달리면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늘 좀 늦게 도착하더라도 언제 또 여길 와보나 하면서 핸들을 돌려 하회마을로 들어섰다. 한참을 오르막길을 달리니 하회마을이 눈앞에 들어왔다. 마을 입구에서 인증샷을 찍고, 마을을 가로질러 들어섰다. 인위적으로 만든 촌락이 아니고 옛부터 지금까지 주민들이 살고있는 모습 그대로가 옛 정취를 온전히 담고 있는 마을이라 그들의 삶의 속살을 거짓없이 들여다 볼수 있다.

  갓에 두루마기를 걸치신 어른께서 휴대폰을 들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어색하지가 않은 것은 왜일까..크지않은 어느 집을 지나치는데 오늘은 그 집에 행사가 있는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웅성거리는 모습도 보이고, 마을을 휘돌고 있는 강줄기 옆으로 곱게 뻗어올라간 소나무 군락이 있는 아래로 모래가 넓은 백사장으로 이루는 모습도 보인다. 한 30분 정도 마을 자전거로 한바퀴 돌고나서 바로 종주길로 나섰다.

 

- 13:20 상주 상풍교

안동댐에서 상주 상풍교까지 68Km정도 거리인데, 하회마을까지 돌아오느라 당초 예상보다 시각보다 많이 늦었다. 예천군 지보를 지나 올때는 마음의 고향이 보내주는 푸근한 마음마져 느끼게되었다. 원래 성장지는 충남 아산이지만 부모님과 내가 태어난 곳은 경상북도 예천이다. 상풍교에 도착하니 전문가 포스가 풍겨나는 3명의 라이더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복장과 자전거 Spec 그리고 그들의 단단하고 무끈해 보이는 종아리와 허벅지를 보니 오랫동안 거칠게 라이딩을 한 것을 증명해보이는 것 같다. 그 무리가 먼저 출발하고 나도 약간의 뜸을 두고 출발하였다. 이제는 강의 지류보다는 주로 자동차도로옆에 난 잔차길로 가야한다.

  

  출발한지 10여분이 지났나 싶었는데 앞서 출발한 무리들이 길 옆에서 자전거를 수리한는지 서있다. 그들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종주길에 올랐다. 가던 중에 "낙동강 칠백리 - 이곳에서 시작하다 " 라고 써있는 표지석이 있고 주변이 정돈된 휴게터가 있다. 낙동강 칠백리면 280km. 내가 오늘 달려야 할 거리가 180km인데... 별로 안되네!!

점촌시내를 통과하여 문경으로 길머리를 잡고 달리는데 지방선거가 있어선지, 필드골프장이 보여 잠시 구경하는데 후보들이 명함을 들고 와서 인사를 건넨다. 필드 골프라는 걸 얘기는 들어봤어도 실제로 경기하는모습을 여기서 처음봤다. 게이트볼과 파3골프의 짬뽕처럼 보인다. 하나의 채로 각각의 길이가 다른 홀에서 게이트 볼에서 사용하는 뭉퉁한 볼을 쳐서 집어넣는 게임처럼 보인다. 골프처럼 홀컵도 있다.

여전히 바람은 뒤에서 밀어주고 있어 별반 힘들이지 않고 앞으로 나갈 있었는데, 반대에서 오시는 분들은 꽤나 힘겨운 페달링을 하고 있구나 하는게 얼굴에 역력해보였다. 문경 불정역 인증센터에 스탬프를 찍고 인근 식당에 가니 일인분은 팔지 않는다고 한다. 좀 더 올라가니 비닐하우스 식당이 있어, 먹거리를 시켜 막걸리 한 캔과 함께 배를 채우고 한동안 쉬었다. 조금만 더 가면 공포의 이화령고개가 기다리고 있어 여기서 체력을 안배해야겠기에..

 

- 17:12 이화령 고개에 오르다.

문경시내를 어느정도 벗어나자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기어를 가장 낮게 맞추고 허벅지로 페달을 지긋이 누르며 한바퀴, 한바퀴 자전거가 갈 수 있는 최저 속도로 올라가는 느낌이다. 오후가 되면서 다소 떨어진 기온에 그늘까지 드리워진 도로였지만, 오르막에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쏟아부을 것같이 힘겹게 올라가다보니 온 몸에 땀이 흥건하고, 탑튜브 위로 연신 얼굴에서 쏟아지는 땀방울로 축축하다. 정말 쉬지않고 20여분을 달리니 드디어 이화령 정상을 나타내는 성문이 눈에 들어왔다. 불과 5km 정도되는 오르막인 이화령고개가 이렇게 힘들줄은 몰랐다. 고개마루에 있는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과 가져간 과일을 먹으며 휴식을 한 뒤 이내 수안보를 향해 긴 내리막으로 무한질주 길을 내달았다. 내려가는 속도에다 차가워진 기온으로 땀으로 범벅이었던 몸이 반대로 한기를 느낄 정도로 몹시 춥다. 너무 추워 속도를 줄여 몸을 보호하는 모드로 급히 전환하여 연풍에 도착했다.

 

- 18:30 수안보 도착

이화령고개길을 내려와 세종시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자전거 길인 오천종주길의 출발기점, 행촌인증센터를 거쳐 소조령으로 접어들었다. 이화령만큼은 아니더라도 언덕길은 역시 언덕길이다. 체력도 어느정도 소진되어선지 조그마한 오르막길도 이젠 힘에 부친다. 아침 9시반시부터 지금시각까지 달렸으니 대략 9시간 정도는 달린 거 같다. 소조령을 넘어 수안보 인증센터에 당도하니 해는 벌써 서쪽 하늘로 숨어버렸고, 땅거미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과일로 입가심을 하고 있는데, 상풍교에서 만났던 라이더 무리가 당도하고 있었다. 한사람이 보이질 않아 물어보니, 자전거를 바로 수리할 수가 없어서 버스태워 먼저 보냈다고 한다. 충주에 도착해 원주가는 막차를 타려면 한시간 조금 더 남아있어 서둘러야 한다며, 이내 출발해버렸다.

 

- 20:00 충주 탄금대 도착

라이트를 밝히고 이정표를 주의깊게 살피며 충주 탄금대를 향해 마지막 페달링에 열중하였다. 주변 경치는 어둠속으로 숨어서 할 일이라곤 앞만 보고 달리는 일 밖에 없었다. 충주시내를 밝히는 불빛이 보이면서 이정표에는 탄금대 인주센터까지 5km 남았다고 한다. 아스팔트로 좋았던 도로가 갑자기 자갈이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비포장 울퉁불퉁 길이 이어졌다. 비포장이 끝날 무렵 드디어 탄금대 인증부스가 나타났다.

아! 세재종주가 이렇께 끝나는구나... 버스터미널로 내쳐 달려 동서울행버스표를 먼저 구매하고, 지난번 식당에 가 또다시 제육볶음에 막걸리 한병을 비웠다. 술기운과 피로때문이었을까, 버스가 출발하는 것도 모르고 곯아떨어져, 서울 근처에 다다를때까지도 몰랐다. 그동안 자전거로 긴 거리를 달려본게 아마 130km가 안되었을텐데, 오늘 총주행거리가 180km를 넘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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