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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산으로 가자

남한산성 - 성남누비길 2구간 검단산길 - 3구간 영장산길 산행기

by 노니조아 202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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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감일동에서 분당 이매역까지 23킬로 산행
”괜찮겠어? “
“길긴 한데 함 해보지, 뭐”
울산에서 장기 파견을 마치고 복귀하는 친구를 환영할 겸 오랜만에 셋이서 함께 산행을 하잔다. 우리들의 묵시적인 약속장소인 이매역에서 만나 영장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지도를 검색해 집에서 출발하면 영장산까지 어느 정도 시간과 체력이 필요한지 확인한 뒤 한번 해봄직하다고 낙관적인 결론을 내리고 친구들에게 내 의사를 보내니 우리들의 산행길잡이가 보내온 우려의 질문에 내가 보낸 답변이다.

감일동에서 남한산성으로 오르는 들머리 입구

아내가 마련해 준 아침을 든든히 먹고 얼음을 쟁인 물, 냉커피, 얼린 딸기우유 그리고 오이와 포도를 배낭에 꾸려 집을 나선다. 집에서 남한산성 연주봉으로 올라 남문인 지화문에서 성남누비길 2구간을 시작한다. 가을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어선지 아침에 내리쬐는 햇살이 뜨겁지 않고 어느덧 따갑게 느껴진다. 산행 들머리로 들어서니 굴참나무 넓은 잎들이 햇살마저 가려준다.

널문이재를 지나면 한적한 오솔길이 연주봉 아래까지 이어진다.

감일동 들머리에서 널문이고개까지 20분 동안은 고도를 높이면서 올라야 하기에 그늘진 산길이지만 땀이 제법 흐른다. 널문이고개만 오르면 이어진 산길은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다. 그러다가 연주봉을 싸고 있는 옹성 아래서 한번 더 짧은 오름을 지치면 남한산성 암문에 들어설 수 있다. 서문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겸해 서울시내를 내려다보면서 땀을 들인다. 매연과 미세먼지가 띠처럼 시내를 덮고 있다.

청량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수어장대. 병란때 지휘소였다.

수어장대에 올라 이번 산행의 인증사진을 남겨본다. 잠시 수어장대 1층 마루를 바라보며 명길과 상헌의 대립 사이에서 자신이 살길은 어디에 있을까? 고뇌했던 인조의 고심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영화 남한산성에서 떠오르는 장면, 화친을 주장하여 만고의 역적으로 몰린 명길이 행궁에서 외톨이 처지가 한스러워 인조반정의 동지이자 친구인 이시백과 수어장대에서 술 한잔을 나누는 장면이다. 명길이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 내 목이 성을 지킬만한 값이 나가겠소?
- 아마도 못 미칠 것이오. 하나 어찌 대감의 목을 내가  집행하리라는 뜬소문을 옮기시오? 수성은 오직 출성을 위한 것이오.
- 그럼 내 머리를 들고 출성하면 어떻겠소?
- 말씀이 거칠구려. 지금 싸우자고 준열한 언동을 일삼는 자들도 내심 대감을 믿고 있는 것 같소. 충렬의 반열에 앉아서 역적이 성을 열어주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겠소? 
- 수어사는 어느 쪽이오?
- 나는 아무 쪽도 아니오. 나는 다만 다가오는 적을 잡는 초병이오.
척화를 주장해 충렬의 반열에 앉아서 화친을 주장하는 명길의 희생을 거저먹으려는 기회주의 신하는 지금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음을 생각하며 길을 재촉한다.

지화문 밖에서 시작하는 성남누비길 2구간

성남누비길 2구간 검단산길
남한산성 남문인 지화문에서 누비길 검단산구간이 시작한다. 정조는 허물어진 남한산성을 정비하면서 사대문에 새로 이름을 지어 걸었다. 남문은 지화문으로 북문은 전승문이라 명명하였다. 인조는 왕의 위엄을 갖추고 남문으로 들어와서 신하의 복색을 하고 서문으로 내려갔다고 사료는 적고 있다. 지화문에서 제1옹성까지 계단길이 제법 가파르다.

누비길은 남문 제1옹성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공군진입로 아스팔트와 함께 이어진다. 

언덕진 계단길 오르기에 힘에 부칠 즈음 다시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검단산 정상에 있는 공군부대까지 가는 길이다. 때로는 산길로 가다가 아스팔트와 합류되기를 반복하다 부대에 가까워질 무렵부턴 산길은 통제된다. 지뢰가 매설되었던 지역이라 위험하단다. 도로 위를 위험하게 기어가는 벌레가 눈에 띈다. 도시에선 여간 보기 힘든 사슴벌레다. 차가 다니는 길에 녀석은 왜 날아와 기어가는가

검단산 정상은 공군부대가 차지하여 피신온 정상석

검단산에서 누비길을 잃어버려 개고생. . . . 
‘검단산은 하남에 있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말이면 한강너머 예봉산과 마주하고 서있는 산을 사람들은 많이 찾는다. 남한산성 남쪽에 다소 밋밋하게 누워있어 성남 주민들이 자주 누비길 산책 겸 찾는 성남 검단산은 산행의 맛이 마뜩잖다. 더구나 정상은 군부대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어 정상석이 인접해 있는 헬기장 한켠에 볼품없이 서있다.
누비길을 조금 더 진행하자 어느 산객이 꾸민 듯 돌무더기를 쌓아놓고 그 위에 앙증맞은 정상석이 또 하나 나온다.

여기서부터 오늘 산행이 잠시 방향을 잃어 개고생을 한다. 처음 걸어보는 성남누비길은 사람의 손이 더 필요하다. 겨울에 누비길을 함박눈이 덮기라도 하면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누비길 이정표는 말뚝이 아니라 화단에 꽃이름 써놓은 인식표 크기로 길섶에 앉아 있다. 나무줄기에 달아놓은 리본도 갈림길마다 붙여놓으면 좋으려면 아주 뜨문뜨문 달려있다.
두 번째 검단산 개인표지석을 지나자 길이 갑자기 급하게 내려가는 하강길이다. 지난해 떨어진 낙엽이 길을 덮고 있어 내려가는 길이 여간 힘들지 않다. 사실 여기서 '누비길 진행방향이 맞나?' 하는 의심을 가져야 하는데, '원래 산행이란 게 편한 길만 있으면 재미없지!' 하는 부질없는 추측이 그만 길을 잃게 만들고 말았다. 한참을 내려가다 네비를 켜본다. 가야 할 망덕산 방향이 아니고 불당리마을로 내려가고 있다. 누비길은 검단산에서 망덕산까지 편안한 능선길에 도사리고 있다. 

길 없는 길에다 낙엽이 쌓여있는 급경사를 옆으로 잘라 걸어가려니 힘은 두 배나 들고, 나무들 사이에 거미들은 왜 이리 열심히 일을 해놨는지 얼굴에 거미줄이 범벅이다. 게다가 사람이 지나다니질 않으니 뱀들이 스스슥 지나갈 때면 쏟아지는 땀마저 멎어버린다. 20분 여분이면 가고도 남을 길을 거의 40여분을 더 헤매고서야 망덕산에 도착한다. 정상석 옆 쉼터에 복장을 모두 해제하고 배낭에서 먹거리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좀 길게 쉬면서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해야겠다.

갈현고개에서 누비길 2구간이 끝나고 3구간이 시작된다.

망덕산에서 영장산까지 지루하고 재미없는 길이네
‘검망덕산에서 이배재까지는 밋밋한 내리막이라 여렵지 않게 도착한다. 이배재에서 갈마치까지 마음 같아선 단숨에 내달릴 것 같았으나 발이 점점 무거워진다. 슬슬 오름길만 나오면 마음부터 지쳐오기 시작하는데 2구간 검단산길이 마무리된다. 갈마치고개에 도착하였다. 집에서 출발한 지 5 시간을 걸렸고, 대략 15킬로가량 산행을 하였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 영장산까지 4킬로가량 남았다. 

갈마치고개에서 다시 오름길이 앞을 막고 서있다. 망덕산에서 충전된 체력은 금새 바닥이 나고 이젠 체력이 아니고 걸어오던 타성에 맡긴 채 걸어가야 한다. 오르는 길이 지치면 보폭을 아주 좁게 하고 천천히 걷고 다시 편한 길이 나오면 휘적휘적 팔을 젓으며 걷는 나만의 방식. 편한 길에 자가충전 했다가 오름길에서 써먹는 방법이라지만 말처럼 쉬운가. 고불산까지 이어지는 그다지 길지 않은 오름길에 멈춤을 여러 번 반복한다. 강아지를 앞세우고 걷는 할머닌 어렵지도 않으신가??? 
친구들과 영장산에서 만나기로 한 시각이 세시다. 남아있는 4키로를 한 시간 반 만에 가야 한다. 네비 지도를 열어 등고선을 따라 고도차를 세밀히 확인해 보니 영장산까지 급경사 지대는 거의 없다. 그 흔하다는 깔딱고개조차 보이지 않는다. 고도 350 ~ 420미터 능선길이 밋밋하게 이어지는 걸 확인하고 다시 출발...

약속한 세시에서 5분정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한다. 영장산정산에서 500여 미터 못 미친 지점에서 친구들에게 폰을 보내니 자기들도 거의 다 왔다고 한다. 사실 그 지점부터 정상까지 계속 오름길이라 꾀를 부려보려고 영장산에서 하산하는 길이 혹시 내가 서있는 길로 오지는 않는지 물러보려 한 것이다. 평소 같으면 500미터에 50여 미터 고도는 단숨에 오르지만 현재의 체력은 10미터 높이도 오르고 싶지 않을 정도다. 

거이 20키로 가량을 걸어오면서 느낀 점. 성남누비길 2-3구간에 어쩌면 조망이 터져 사방을 시원하게 둘러볼 수 있는 조망점이 하나도 없을까. 그저 묵묵히 굴참나무, 소나무 사이를 땅바닥에 눈을 내리고 걷어 온 거 같다. 정상석 인증사진을 남기고 쉼터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데 녀석들의 반가운 웅성거림이 들린다. 오랜만에 다시 영장산에서 만나니 반갑다. 친구들에겐 두 번 다시 이런 긴 산행은 못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블로그를 정리하면서 다시 어느 구간을 가볼까 기웃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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