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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산으로 가자

친구따라 관악산 4번째 산행, 오늘은 육봉능선 옆에 숨어있는 삼봉능선이라네

by 노니조아 202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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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년의 시간이 끝나면 노년이던가?
직장생활 종점이 은퇴시점으로 보면 장년의 끝이라고 해야하나? 장년의 그 끄트머리는 곧 노년으로 접어드는 시작점이라는 산술적 구획 앞에서 잠시 멈칫거릴 수 밖에 없다.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게 일을 할 수 있는 열정과 체력이 충분하건만 노동시장은 산술적 나이를 들어 뒷방에 앉아 계시란다. 그렇다고 파고다공원을 배회하자니 그곳 터주대감들의 시선이 따가울 나이. 마음은 청년인데 세상은 쓰임새가 다한 몽당연필 신세다. 버리기엔 아깝고 쓰자니 불편한 나이.

하여 찾은 활로가 산행이다. 학창시절의 절정을 같은 반에서 수학한 친구들과 수시로 산행을 함께 한다.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시작한 시점이 몽당연필 신세로 접어들 바로 그 무렵 언저리다. 코로나로 억눌려있던 해외여행이 다시 타오른 모처럼의 긴 명절 연휴가 다해가는 오늘 우리는 관악산으로 행장을 마련해본다.

과천청사역에서 바라본 관악산

오늘은 삼봉능선을 오른다네?
관악산은 그 너른 자락이 어느메까지 펼쳐져 있을까. 과천 창사 왼쪽으로 난 가로수길을 한참 걸어오르니 오늘 산행을 함께 할 친구들이 기다린다. 국샤편찬연구소를 지난 지난 접선장소에서 가벼운 수인사를 나누고 이내 오늘 산행 들머리로 직진한다. 산행 리더인 친구가 관악산 육봉능선을 오른편에 세우고 삼봉능선을 올라 육봉과 장군봉을 거쳐 그 아래로 뻗어내린 능선으로 하산한단다.

공업진흥청 들머리에서 출발해 참나무와 밤나무 군락지를 지나자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 암반지대가 나오기 시작한다. 서울을 에두르고 서있는 여러 산들은 대부분 잎이 넓은 참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산행들머리에 군락을 이루며 서있다. 이들 나무가 만드는 그늘은 여름 산행을 도와준다. 작렬하는 태양이 내리쏘는 무더위를 나뭇잎들이 슬그머니 받아먹고 그늘을 지나는 산객에게 시원한 바람을 뱉어낸다. 헌데 겨울이 되면 떨어진 낙엽들이 때로 위험한 등로를 만들기도 한다. 공짜가 없는게다.

들머리를 지난지 30여분을 걸었다. 참나무와 상수리나무 는 소나무들로 멤버교체가 이루어지고 서서히 바위를 잡고 올라야 하는 구간에 접어든다. 목을 축이며 트여진 전망을 바라본다. 우리의 산행리더가 청계산애서 광교산에 이르는 줄기를 설명하면 감리친구는 맞장구로 받으며 보조 설명을 한다. 관악산에만 오면 둘의 티티카카 케미가 완벽할 정도로 잘 맞는다. 그리고 둘이 여러번 오기도 했다.

관악산이 이리 넓고 깊었나?
갖가지 모습을 한 바위와 슬렙지대가 반복된다. 과천향교에서 연주암에 이르는 대표적인 산행코스는 아주 고전적인 산길이다. 친구들과 올라가는 관악산 등산로에는 이정표가 드믈거나 없기도 하다. 오르는 내내  이정표를 찾아보기 힘들다.

너럭바위구간을 지나면 다시 거대한 바위 사이로 난 길을 찾아 오른다. 이런 구간을 지나다 보면 사방으로 시야가 시원스레 트여 주변 경관을 보며 오르니 가쁜 숨을 고를 수 있다. 눈을 들어 정상을 바라보면 허연 암봉이 잡히고 뒤를 돌아보면 과천시내와 인덕원이 손에 잡힐 듯이 앉아있다.

 


 

감리친구가 가쁜 숨을 고르고 나서 담달에 결혼하는 딸이 살게 될 아파트가 보인다고 한다. 우리 셋이서 열심히 친구가 가리키는 아파트를 찾아보는데 소방헬기가 장군봉 능선으로 낮게 접근한다. 위험한 암봉구간에서 자칫 사고위험은 항상 상존하게 마련이다. 우리의 산행 리더는 산을 오르는 내내 노심초사하는 모습에 우리는 더더욱 조심한다.

제대로 서있는 이정표에 이르러 자리를 마련한다. 각자가 마련해온 과일과 커피를 내어놓고 휴식을 가져본다. 땀을 쏟으며 산행을 하다가 이렇게 먹거리와 함께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무엇과 바꾸랴.

휴식을 마치고 얼마남지 않은 국기봉정상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제법 긴 슬렙지대를 오를 때는 접지력을 테스트할 양으로 앞꿈치에 힘을 잔뜩 주고 걸어올라본다. 산행리더 친구가 아니었으면 이런 긴장된 산행을 할 수 있었을까. 리더 친구에게 슬렙이 끝난 지점에 솟아있는 바위에서 멋진 포즈를 요청하니 역시나다. 자연스레 굽어있는 넉넉한 품을 가진 소나무가 우뚝 서있는 포즈에 잽싸게 앵글에 잡아본다.

관악산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주요 갈림길에 서있는 이정표와 일정한 거리마다 서있는 구조목이다. 그리고 정상에는 산행을 인증하는 정상석이 서있다. 관악산에도 연주봉에 정상석이 서있다. 헌대 오늘 오르는 삼봉능선, 육봉능선, 팔봉능선, 장군봉능선이 만나는 팔봉과 육봉에는 하나같이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지난번에 올랐던 수락산과 불암산에도 정상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나라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조국을 아끼자는 의미이리라.

오늘 올라온 구간을 되짚어보려니 육봉능선이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대신 장쾌하게 솟아오른 여섯개의 봉우리가 자못 늠름해보인다. 우리가 오늘 올라온 능선은 저 육봉 너머였다고 산행리더 친구가 설명해준다. 관악산을 오를 때마다 험준한 능선을 보듬고 있지만 멀리 시내에서 바라보면 그저 숲이 우거져있을 따름이다. 

국기봉에서 8봉국기봉으로 가는 능선은 갖은 모양을 뽐내고 서있는 바위 전시장이다. 관음바위 (불꽃바위라고 친구는 말한다), 장미바위 그리고 이름없이 우리의 길을 더디게 하는 바위들 위로 산행길은 이어진다. 연주암까지 가고픈 리더 친구의 의지를 알면서도 우리 둘은 걍 내려가자고 한다. 이제 하산길로 접어든다.

장군바위 능선을 하산길로 잡는다. 하산길 초입에 바위지대에선 좀처럼 볼 수없는 너른 지대가 나온다. 감리친구는 갑자기 지난 7월말 밀양 구만산 산행할 적에 구만동굴에서 점프한 사진을 찍지 못했다며 그 아쉬움을 여기서 풀어보겠단다. 어렵지않은 소원인데 까지껏이다.

산행리더 친구의 안내에 따라 하산길에 오른다. 하산길 역시 바위들이 모여있는 암릉지대를 두서너 군데 지나니 문원폭포가 우리를 반긴다. 긴 명절 연휴기간중 하루를 헐어 오랜 친구들과 가진 관악산행은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옛시절로 돌아가 추억도 나누고 황혼길목으로 들어선 나이에 나눌 수 있는 고민을 함께 보듬으며 보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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