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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제주도로 간다

[제주올레10코스] 알뜨르비행장을 제주신공항으로 하면 어떨까?

by 노니조아 2020.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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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름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본 풍경

2017년 5월 7일 아침 일찍 법환포구에 나와보니 무척 맑은 날씨다.

어제는 제법 올레길을 길게 걸었건만 아침 일찍 눈이 뜨였다. 카메라를 메고 마을 길을 돌아 법환포구로 내려왔다. 숙소 사장님이 설명바에 따르면 법환마을은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부자마을이란다. 훌륭한 인재도 많이 배출된 고장이란다.

 

법환마을은 제주에서 해녀(여기서는 좀녀라고 부른다) 가장 많기로도 손꼽힌다. 그런 연유인지 내려오는 길에 물질을 가르치는 해녀학교도 세워져 있는 걸 보았다. 바다로 나오니 범섬이 가까이 잡힐 뜻 앉아있다. 포구에는 법환리를 상징하는 물고기 조형이 세워져 있고 제법 정갈한 인상을 풍긴다.

 

법환포구의 아침

어제만해도 짙은 미세먼지가 시계를 가로막아 아름다운 제주도 풍광을 즐기는데 방해가 되었는데 오늘은 뻥뚫린 시계가 저멀리 한라산 백록담마져 가까이 있는 듯하다. 이런 날씨엔 올레길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10코스 모슬포에서 송악산을 거쳐 산방산에 이르는 올레길을 걸어야 제맛.

 

우리가 묶고 있는 숙소이름이 가름게스트하우스이다. 가름은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슬퍼하는 마을 이르는 제주도 방언. 숙소 사장님은 서울에서 제법 굵직한 사업체를 경영하며 통큰 인생을 사시다가 건강이 좋지않아 여기 제주도로 여행을 내려와 머물다가 아예 사업을 청산하고 눌러앉았다고 한다. 생계를 도모하기 위해 게스트룸을 운영한다기 보다는 삶의 여유를 되찾고 건강한 일상을 가족과 같이 누리는 모습니다. 가끔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와 보면 안계신 때가 잦다. 저녁무렵에 물어보면 아내와 함께 드라이브를 다녀왔다고 한다. 서명숙 올레이사장이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와 올레길을 개척할 때 함께 힘을 보때었다고 한다. 그때 엮어진 인맥이 제주도 생활에 윤기와 활력을 더해준다고 한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삶의 단면은 마당에 주차해 있는 다양한 차종에서 알 수 엿볼 수 있다. Van도 서있고, 외제 육중한 오프로드도 있고, 한쪽에 할리도 서있다. 아내분과 나란히 머리를 흩날리며 시원한 바다길을 할리로 달릴 때 기분은 무척 상쾌할 것이다. 숙소도 젊은이를 위한 화려한 장식보다는 가능하면 간결하고 단초롭게 꾸며놓았다. 다만 휴게실은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장소로 그동안 다녀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감사의 메모가 주렁주렁 걸려있고 벽에는 읽을거리가 가득 차 있다. 사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만큼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본인의 삶이 깊어보였다.

 

모슬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맑고 따스한 날씨에 시계마져 멀리까지 뻗어나간 날씨는 우리를 넓은 펼쳐진 보리밭과 송악산으로 이끌었다. 버스 노선을 검색하고 도보이동 방향을 다음지도에 의지하니 이내 10코스 종점인 올레포스트가 나왔다. 올레포스트에는 올레길 안내를 맡은 직원까지 일하고 있었다.

하반신 마비를 딛고 재활차 올레길을 걷고 있는 분이 앉아계신다

포스트로 걸어가고 있는데 연두색 바람막이 자켓을 입고 불편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순례꾼이 있다.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았지만 이를 악물고 재활과정을 이겨내어 이제는 스틱에 의지해 걸어다닐 정도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평소 운동과 등산을 너무 좋아하지만 이제는 산행이 어려워 대신 꾸준히 올레길과 둘레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신체가 하루면 갈 수 있는 길을 이 분은 3일에 걸쳐 아직도 힘겹게 걷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분 얼굴이 더없이 맑고 행복해보였다. 행복은 적게 가진 분들이 더 많이 누리는 것은 아닐지...

 

모슬포 시내를 벗어나 한적하고 호젓한 바다길로 올레길은 미끄러지듯이 흘러내려갔다. 오늘은 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쪽빛을 뽐내며 산들바람에 잔물결을 흔들리고 있다. 바다 속 밑바닥까지 들여다 보일만큼 맑다. 오솔길 옆에 의자에 몸을 내리고 쪽빛 바다를 바라보면서 여유를 부려본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가져온 과일과 물로 입을 축이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시작 구간에서 여유를 부리다보면 마지막에 허둥댈 수 있다.

 

해변길과 헤어지니 이번에는 넓게 펼쳐진 밭 사이로 난 길로 올레길은 구불거린다. 여기서 송악산까지는 드넓은 곡창지대를 이룬다. 우리는 한가하게 올레길을 걷고 있지만, 이곳에 사시는 분들은 분주히 일꾼을 사서 수확에 여념이 없다. 감자도 캐고, 캐낸 자리에 다른 작물을 심기 위해 밭갈이에 바쁜 손길이 분주하다.

어릴 때는 동리 가까이 있는 밭과 논에 보리와 밀을 무척 많이 심어 여름이 다가올 무렵이 되면 많은 일손을 찾았는데, 길섶에 높이 자란 작물이 보리인지, 밀인지, 호밀인지 이제는 분간조차 어렵다. 올레길은 이 밭들을 나누는 좁다란 길에다 이어붙여 놓았다. 올레전용 말뚝을 박아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넓은 벌판을 아내와 함께 휘적휘적 걸어가는 우리들 뒤에서 그림자는 집요하게 쫒아온다. 이 넓은 평원은 일제가 본토를 피해 이곳에 비행장을 건설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사방을 둘러보면 활주로가 있던 자라에는 온갖 종류의 야생화와 방초가 길게 뻗어있고, 격납고로 사용된 돔이 여기 곳에 산재되어 있다.

올레길이 지나는 곳에 지휘소였는지 건물 뼈대만 남아 지나는 길손들에게 그늘을 제공하여 주고 있다. 이 알뜨르비행장은 지금이라도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니 제주도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제주 신공항으로 개발되면 어떨까.

 

중간스템프를 찍고 좀 올라가니 한마을의 일가친족들이 모두 몰살당한 추모비와 흔적이 유적으로 남아있다. 제주가 보듬고 있는 아픈 역사 4.3 희생자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직접 단한 사람들에게 가슴이 미어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통곡이련만, 여기에서 희생되신 분들은 그 처참한 처형 방법이 도저히 인간이라며 저지를 수 없는 방법이었다. 130여명을 학살해 물웅덩이에 던져넣고 암매장해 가족이 시신을 찾을 수 없도록 한 만행은 지금 생각해도 처참하다. 희생자들을 죽인 자들은 바로 국민을 지키라고 부여한 우리의 군인들에 의해서다. 북한군도 아니고, 일본군도 아닌 우리 국군에 의해 살해당하는 황당한 역사의 현장. 지금도 멀쩡한 사람을 간첩이라는 올가미로 뒤집어 씌우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 미래가 암담해져 보인다. 주변국과 불편하고 위협적인 상황에서 내부 분란으로 국론이 찢어지는 현실을 하루빨리 끝내야 할 텐데...

 

무겁던 마음을 한방에 훅 털어냈다. 추모비를 지나 좁은 산길을 빠져나오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고 송악산과 형제섬이 한시야에 들어온다. 송악산 들머리까지 이어지는 내리막길 옆에는 파란 잔디가 펼쳐져 있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여간 상쾌하지 않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형제섬이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듯이 바다 위에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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