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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소풍가는 길

[랜선기행]2012 강화 장화리 해넘이 보고나서, 2013 첫 해돋이를 정동진에서 맞이하다

by 노니조아 2020. 4. 27.

2012년 12월 30일 (일)

한겨울 한파가 정말 매섭다. 한겨율 추위가 정점을 치닫고 있어선지 문 밖으로 얼굴조차 내밀기 싫은 날씨다. 점심을 먹고나서 거실에 앉아 폰을 들여다 보다가 문득 기상도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대기를 채우고 있는 차가운 공기가 자못 팽팽하다. 몸까지 긴장되는 춥고 맑은 날씨에는 해무가 나타나지 않아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는 해넘이를 잡을 확율이 높다는 일몰쵤영 팁이 떠올라서다.

 

현재 시각의 위성사진을 보니 서해 강화도 서쪽 바다 멀리까지 구름 한 점없이 파란 색으로 뻗어있었다. 마눌에게 강화도 가자며 서둘러 장비를 챙겼다. 얼마 전에 내린 눈이 차가운 날씨 탓에 아직 완전히 녹지 않고 잔설이 도로 갓길에 남아있다. 토요일과 달리 일요일 오후 시간이라 강화도로 가는 차량은 별로 없어 강화도에 들어서 곧장 장화리로 향했다.

장화리가 가까워지자 도로에 장화리 해넘이 축제를 알리는 안내 프랑카드가 곳곳에 걸려있다. 장화리 마을에서 준비해논 간이 천막에서 간단한 음식을 시켜먹고 해가 넘어가길 기다렸다.

 

해넘이 축제와 장화리 주민들의 코스푸레에 출사나온 진사님들이 제방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흥겨운 농악과 고기잡이 연출을 끝나고 해가 수평선에 점점 가까워지자 앵글을 잡고 조리개와 촛점을 맞추느라 옆사람과 대화마져 끊기고 조용하다.

 

뷰화인더를 통해 바다 위에 떠있는 잠수함 섬 위로 떨어질 석양을 잡는 것으로 구도를 맞추고 기다리며 다시 하늘을 살피니 오늘은 확실히 오여사를 만날 수 있을꺼라는 확신이 섰다.

아뿔사! 해가 섬 가까이로 내려앉으면서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평선 위로 갑자기 구름띠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분명 위성사진에는 40키로 먼 바다까지 구름 한 점 없었는데...

결국 수평선 아래로 스스륵 빠져들어가는 해넘이는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할 수 밖에..

 

 

2012년 12월 31일.

장화리에서의 아쉬움을 가지고 귀가하다가, 이 참에 동해로 바로 가서 일출을 맞자고 하니 마눌도 흔쾌히 OK다. 새해 첫 해돋이는 1월1일에 맞아야 제 맛이지만, 날씨도 구름이 많다는 예보에다가 1일날은 전국 일출명소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제대로 된 사진을 담아오기가 쉽지 않아, 우리 가족 해맞이를 하루 앞당기자고 하고 동해안 정동진으로 출발했다.

비록 1월1일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해가 솟아오를려면 시간이 좀 남아있어 바다로 출항준비를 마친 듯이 서있는 범선을 구도에 넣고 해가 떠오를 위치를 예상해보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바다 위에는 두터운 구름띠가 길고 가늘게 드러누워 있다.

성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저멀리 수평선 위에 드러누운 구름사이로 붉은 기운이 불끈한다. 해맞이를 맞이할 때마다 늘 느끼지만 기다림은 길고 절정의 순간은 짧다. 추위를 견뎌가며 해가 떠오르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지만 막상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순식간이다.

 

새해가 힘차게 떠오르면 저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소망한 것들이 성취되길 빌고자 밤을 새워 해맞이 장소로 달려오거나, 하루 전날 미리 와서 값비싼 숙박을 감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겐 해가 떠오르는 순간에 새해 소망을 빌지 못한다. 오히려 어느 순간보다 숨가쁘게 분주한 시간이다. 구름 속에 가리워졌던 해가 다시 얼굴을 내민다. 온 세상이 붉은 기운으로 가득하다.

 

한껏 당겼던 줌을 열어 바다로 나가려는 범선을 앵글에 집어넣었다. 떠오르던 해는 맑고 하얀 얼굴이 되어 구름 위에 절반 가까이 모습을 드러낸다. 뻗어나가는 햇살에 구름마져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카메라 리모콘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잡아보고자 하는 일출구도에 몰두하는 사이 해는 구름을 벗어나 온전한 제 모습을 드러낸다. 비록 오메가를 잡아내지는 못하였어도 제법 맘에 드는 해맞이 사진을 건져 올렸다. 아마도 올 한해 내가 소망하고 빌고자 했던 소원들이 모두 이루어지려나 보다.

 

수평선과 구름을 벗어난 해는 제법 눈이 부실만큼 쨍하다. 범선 위로 우뚝 솟아오른 해는 본격적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할 준비를 마친 듯이 중천을 향해 쉬지 않고 뛰어오른다. 올 한해도 힘차게 솟아오른 저 태양처럼 우리 가족 모두 활기차게 하루 하루를 보내어 마침내 저마다 소원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리라

 

해맞이를 올 때마다 늘 그러하듯 인증샷을 남긴다. 밤샘 운전에 피곤하기도 할진대, 불평없이 옆에서 조수 역할을 충실히 하여준 아내가 고맙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함께 열광하던 사람들이 저마다 돌아갈 곳으로 떠나고 난 해변에는 파도만이 쉬지않고 밀려오고 밀려나간다. 겨울바다는 거세게 포말을 부셔가면서 맹렬히 모래톱을 윽박질러야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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