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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소풍가는 길

[랜선기행] 서울에서 맞은 해넘이 장관과 호미곶에서 맞은 새해 일출

by 노니조아 2020. 4. 22.

2009년 끝자락의 한강 공원엔 차가운 공기만 바람 속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뺨까지 얼얼할 정도로 차갑다. 바람에 일렁이는 시커먼 강물 위로 차가운 바람이 튕겨나간다.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듯 서쪽 너머로 내려서고 있는 석양을 보러 한강에 나왔다. 올림픽대교 중심교각에서 내려 뻗은 케이블더미가 차가운 공기처럼 팽팽하게 교각을 잡아주고 있다. 올 한해 쉬지 않고 달려온 태양이 한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맹위는 전부 대지에게 잃어버리고 창백한 얼굴을 숙여가며 교각 사이로 떨어져가고 있다.

 

카메라 줌을 쭉~~ 당겨보았다. 교각과 교각 사이에 떨어지고 있는 석양을 집어넣어 보았다. 그 뒤로 무역센터 건물이 외롭게 서있고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 건물은 키가 작아서 보이진 않는다. 올 한해도 아무 탈없이 보내게 된 것에 감사한다. 지난 새해 첫 일출을 맞이할 때 금년 한 해도 무탈하고 소원하는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길빌었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지니 감사한 마음도 함께 부쳐본다.

 

그리고 해는 저물어 저쪽 너머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스러져 갔다. 스러져가는 아쉬움이 남아선지 붉은 노을이 아직도 온 하늘에 퍼져있다. 올 한 해 쉬지않고 달려온 나에게도 마음을 쓰다듬어주면서 수고로움을 칭찬해주었다. 올림픽대교를 배경삼아 한해를 마감하고 이내 집으로 왔다. 오늘 밤은 먼길을 달려 호미곶에서 새해맞이를 할 예정이다.

 

2009년 마지막을 밤을 달려 호미곶에 도착했다. 울산 간절곶과 함께 새해 일출맞이 대표 명소에 우리는 서있다. 사방은 아직 어둠 속에 잠겨있다. 차가운 바람에 밀려 검은 파도가 세차게 밀려와 모래톱에서 부셔지고 만다. 차가운 바닷물을 뚫고 하늘로 내어 민 청동 손조각이 조명에 반사되어 우리를 반겨준다. 장시간 운전으로 파김치가 된 몸속으로 차가운 바람이 쉬지않고 파고든다. 차가운 바람에 몸은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서서히 동쪽 하늘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일주일동안 스마트폰으로 일기예보 어플을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날씨와 함께 위성사진을 조회하여왔다. 사진찍기를 취미로 하는 동호회에서 주어들은 정보를 나도 활용하여 보았다. 수평선 위로 솟구쳐올라오는 해를 담으려면 해안선에서 40km 이내에 구름과 해무가 없어야 한다. 어제 저녁 한강으로 나가 해넘이를 렌즈에 담으면서 다시 위성사진을 찾아보니 오메가를 맞을 수 있을거라 판단하고 호미곶으로 밤을 새워 달려왔다. 오늘 드디어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을거라 확신한다.

 

수평선 너머로 드뎌 2010년을 열어제치고 새해가 솟아오른다. 정말로 사나운 파도가 춤을 추는 수평선을 뚫고서. 오늘은 소원을 비는 건 잠시 접어두고 렌즈에 오메가를 잡아볼 요량으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수평선 너머 얕게 깔린 구름마져 떠오르는 해를 어찌하지 못하고 옆으로 비켜 서있다.

 

세차고 불어대는 바람에 파도마져 사나운 모습을 하고 솟아오르는 해를 덮치려고 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올 한해도 녹록치 않은 어려움이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이다. 하지만 사납게 시위하는 저 바람과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솟아오르고 있는 저 태양처럼 나도 올 한해 꿋꿋하게 버텨보리라.

 

오늘 우리는 그토록 소원하던 오메가를 영접하였노라. 하물며 그것도 새해 첫 일출에서 오여사를 맞이하는 영광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난 밤의 고단함은 오메가와 함께 차가운 바닷물에 씻기듯 말끔히 사라졌다. 우리 가족과 특히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소원 성취를 대신하여 연신 빌어본다.

 

해는 수평선을 벗어나 멀찍히 솟아있다. 하늘엔 구름 한 점없이 쾌청하고 공기도 차갑지만 달게 느껴진다. 해맞이 대단원도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사진기를 사서 일출여행을 떠나본지 몇번 되지 않았는데 네게 이러한 커다란 행운이 올줄이야.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일기가 허락하는 한 거르지 말고 중단없이(?) 해맞이 출사를 떠나야겠다. 낚시대를 많이 드리운 어부가 고기를 많이 잡지않던가….

 

호미곶은 정말 해맞이 장소로는 내게 축복을 가져다 준 명소 중에 명소다. 시간이 허락하고 일기가 허락하면 꼭 한번 다시 여길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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