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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소풍가는 길

두물머리로 떠나는 가을 출사여행, 두물머리에서 물안개 대신 세미원 끝자락에 앉아있는 추사의 세한도와 마주하다

by 노니조아 2020. 11. 3.

두물머리 400년 느티나무

2020년 10월 24일 깊어가는 가을 어느 주말에....

  - 이번 주말에 두물머리 갑시다, 물안개 찍으러. . . . .  금년에 여행을 간 적 없잖아??

  - 지난 5월에 열흘동안 우리 제주도 올레길 다녀오지 않았나? 어쨌든 나야 좋아. . . . 

아내가 사진에 취미를 붙여가는 중이라 출사여행을 제안한다. 나야 어디든 떠나면 좋다. 여지껏 아내가 먼저 어딜 가자고 하기보다는 내가 설레발을 쳐서 여행을 떠났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반대의견을 내보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우연히 사진에 취미를 가진 분을 알게 된 아내가 사진기를 꺼내 그분과 함께 가을꽃을 찍으러 다녀온 뒤 불쑥 출사여행을 제안한다.

늘 그랬다. 아내 제안에 부응하여 여행플랜을 세웠다. 차가운 대기를 꽉 채운 물안개속 두물머리를 상상하며 여행 출발점을 시작으로 코스를 그려나간다. 우선 안개가 내려앉아있을 시간에 맞추려면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시간 단위별로 여행계획을 세우려다 아내와 함께 하는 여행이 빡빡해질 수 있어 대략적인 코스만 계획서에 담았다.

20201024 두물머리.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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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공영주차장 – 400년 느티나무두물머리나루터메타세콰이어 가족소원쉼터두물경갈대쉼터양수리환경생태공원이야기 나무양수리 철교용담리 꽃길세미원세한정열수주교 - 주차장

두물머리로 가는 길은 멀었다. 차가 막히지 않으면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건만 토요일 아침을 우리는 깜빡했다. 물안개를 영접하기에 이미 출발시간이 늦었지만 그래도 다 걷히지는 않을 시각에 집을 나섰다. 하지만 쏟아져 나온 차들로 네비에 안내하는 도로는 붉은색으로 정체임을 말해준다. 네비가 안내하는 노선을 벼렸다. 평소 예봉산 산행시 다양한 노선을 다녀본 경험을 살려 골목길을 후벼가며 팔당대교에 이르렀으나 여기서부턴 다른 재간이 없다. 외통수 길이라 차량이 흐르는 대로 맡겨둔다.

양수리에 도착하니 거의 11시가 다 되어간다. 물안개를 찍어보자던 애초의 코스를 버리고 거꾸로 두물머리를 돌아보기로 한다. 세미원 맞은편 공용주차장에 차를 놓고 세미원을 첫번째 방문지로 잡았다. 가을 햇살이 노랗게 물든 잎사귀에 배어든다.

세미원은 팔당호가 삼면에 둘러싸인 물과 꽃의 정원으로 동양의 전통적인 정원 양식과 수생식물 등 약27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2019 6월에는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이 '경기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지정되었다. 넓은 면적을 차지하여 조성된 연꽃단지는 연잎이 서리를 맞아 모두 힘을 잃고 물 위에 흩어져 있다. 

연꽃박물관의 연꽃 문양
연꽃문양이 들어간 사발

5,000원으로 매표하고 들어가면 연꽃박물관이 우리를 맞는다. 1층은 다원이고 2층이 박물관이다. 연꽃문양이 배인 기와와 다기세트, 청자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을 돌아보고 내려와 불이문(不二門)을 통과해 정원 속으로 들어간다.

불이문으로 들어서면 소담스레 휘돌아가는 개울이 나온다. 개울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 가운데에 징검다리가 놓여있어 하나씩 밟고 걷기를 유혹한다. 나무들이 그늘을 지우고 있으니 여름에 오면 정말 시원하겠다.

시냇물이 에워도는 안쪽에는 돌담을 두른 한반도 지형을 본뜬 연못이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선지 그닥 감흥이 오진 않지만 그래도 방문자에게 애국심을 고취해보겠다는 의지를 옅볼 수 있다.

한반도 연못에서 비스듬히 내려간 자리에 우리나라 전통의 장독대가 야트막한 동산처럼 앉아있다. 한가운데 커다란 소나무가 서있고 그 둘레를 빙돌아 옹기들이 저마다 키 자랑하듯 서있다. 뚜껑까지 덮고있는 옹기는 속이 텅 비어있는데다 덮개에 구멍을 내고 분수꼭지를 넣어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올린다. 장독대 주변으로 낮은 전돌 담장이 둘러쳐져 있다.

오늘은 아내가 출사 주인공이다. 많은 출사자들이 조언하듯 많이 찍다보면 자연스레 실력이 늘어난다고 하면서 아예 카메라를 아내에게 맡겨버렸다. 눈에 보이는 걸 그냥 찍어보라 하고 나는 셀카봉에 달린 폰을 들고 다녔다. 꽃을 찍을 때는 역광으로 찍어야 꽃이 머금은 고유한 색상을 담아낼 수 있다고 어느 아내 지인분이 준 조언에 충실하려고 열심이다. 찍으면서 연신 노출과 셔터스피드가 맞았는지 귀찮을 정도로 물어온다. . . .

아내에게 구도와 노출을 알려주고 얻은 아내의 작품(?)이다. 어차피 사진을 누구에게 보여주기보다 자기 취미로 하는 거 아닌가.. 길에다 측광을 맞추고 느리게 구부러져 나아가는 오솔길을 메타세콰이어나무가 호위하듯 서있는 길은 우리에게 한가로이 걸어가보길 권하듯 한다.

오솔길을 되돌아와 빅토리아정원으로 왔다. 아마도 세미원이 자랑하는 핫프레이스다. 일직선으로 뻗은 연못에 잎사귀 넓은 빅토리아수련이 소리없이 떠있고, 정원이 시작되는 자리에  둥근 돌문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인생샷이라며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들이 많다.

빅토리아수련은 수련 중 최고라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큰 잎과 꽃을 자랑한다. 꽃의 크기가 지름 30~40cm로 거대하고 잎은 보통 지름 1~2m 사이로 자라며, 최고 3m까지 자란다.

아마존이 원산지인데 1836년 영국 식물학자 존 린들리가 아마존 강에서 발견하여 영국에 전시하면서 서양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빅토리아 여왕 즉위를 기념하여 빅토리아수련이라 불리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 세계로 널리 퍼져나가 수련 중 가장 인기 있는 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수련은 3일 동안만 피는데 첫날은 희게, 둘째 날은 분홍색으로 피며, 마지막 날 만개하는 독특한 개화 방법을 가지고 있다.

연못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 이번엔 넓은 잔디밭에 토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엄마의 정원으로 들어가 본다. 우리 어린시절 즐겨하던 말둑박기 같은 토속적인 놀이를 작품으로 형상화한 작품은 물론 아이들의 앙증맞은 모습을 빼닮은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이제 세미원의 마지막 코스, 세한정으로 간다. 세한정은 국보180호인 추사 김정희선생의 세한도를 기본으로 하여 세미원의 한 부분에 조성된 정원이다.

추사 김정희가 남긴 학문적 업적과 그의 작품을 후세에 널리 알리기 위해 세워진 박물관과 기념관이 여러 곳에 세워져 있다.

과천에는 추사박물관이 있다. 제주도 유배에서 풀려난 추사가 말년을 보내 자리에 세워져 있다. 제주도 대정에는 유배지 옆에 세한도 서화에 담긴 그림을 형상화한 추사적거지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이 기념관은 유홍준박사가 문화재청장시절에 건축가 승효상에게 특별히 강제(?)하여 세워졌다고 한다. 충남 예산은 추사가 태어난 곳으로 이곳에도 고택과 함께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여기 세미원에도 세한정이 세워져 있다. 양수리는 추사와 사실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다만 추사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하여 세한도에 나와있는 송백과 담백하게 앉아있는 집 한 채를 모티브로 하여 꾸며놓은 정원이다.

- 공자가 이르기를,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에 시드는 걸 아느니라(歲寒 然後知松柏之後凋)' 하셨다.

별볼일 없이 제주도로 유배온 자신을 잊지않고 전과 같이 공경하는 제자 상적에게 스승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물질에 익숙해진 요즘 세상에도 비슷한 물질 수준이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데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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