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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구석구석/제주도로 간다

[제주올레11코스]무릉곶자왈, 신평곶자왈을 가보지 않았다면 올레길을 간 게 아니다?

by 노니조아 2020.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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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일정은 가파도 대신 올레길 11코스로 잡았다. 운진항을 벗어나 바로 리본과 간세가 알려주는 대로 길을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다시 한번 예약을 하지않은 내 불찰을 원망하였다. 이토록 좋은 날씨가 이번 여행기간내내 다시는 오지않을 거 같은 걱정때문에

 

삼다도소식 노래비

모슬포 읍내를 벗어나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길을 한참을 걸었다. 해녀가 다소곳이 앉아서 하모리 해변을 바라보고 있는 동상이 만들어져 있다. 산이물공원이다. 조형물에 삼다도 소식노래가 이곳에서 작곡되어 6.25전쟁에 힘들어하는 군인과 시민들을 위로하였다고 씌어있다. 길은 해안도로와 작별을 하고 모슬봉으로 향한다.

 

감자가 땅속에서 영글어가고 있다

언덕길을 양쪽에는 보리와 밀이 익어가고 있고, 마늘, 감자가 수확을 기다리거나 이미 수확을 마치고 다른 작물을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제주도는 물이 귀하고 돌이 많아서 벼농사는 옛부터 할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밭농사가 대부분이다. 사실 논농사가 밭농사보다 좀 쉽다. 논농사는 대부분 기계가 사람 일손을 대신한다. 모심기는 이앙기가 하고, 추수부터 탈곡까지 콤바인이 맡아서 한다. 하지만 밭농사는 파종이나 모종을 심고, 비닐을 덮어주고, 물을 주고, 수확을 하는 일을 기계가 어느 정도 해내지만 결국 사람들의 손이 대부분 필요하다. 특히 수확할 때는 반드시 상당한 일손을 필요로 한다.

 

마라도와 가파도 아스라이 보인다

 

한라산을 이렇게 선명하게 볼수 있는 날이 많지않은데

숨이 조금 가빠질 즈음, 모슬봉 오름길이 끝나면서 중간 스탬프지점에 이르게 된다. 모슬봉 정상은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어서 올레길은 정상을 비켜나 옆으로 돌아간다. 중간스탬프지점에서 잠시 숨을 돌리면서 한라산, 산방산 그리고 가파도를 죽 둘러본다. 정말 날씨가 너무 좋다.

 

모슬봉을 오르는 들머리부터 산자락을 벗어나는 날머리에 이르기까지 길 양 옆에는 묘지들이 무수히 들어차 있다. 잘 가꾸어진 가족묘에서부터 후손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개인 묘지까지 온통 묘지들 뿐이다. 여기 모슬봉이 마치 이 일대의 사는 분들의 공동묘지 역할을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사실 올레길을 걷다보면 제주도 장묘문화가 육지와는 사뭇 다르다. 제주도는 밭 한가운데도 묘지가 있고, 마을 어귀에도 보인다. 묘지들마다 밭담두르듯 돌들을 정성껏 둘러놓았다.

 

모슬봉 자락을 벗어나 한참을 걸으면 정난주 마리아묘역을 만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의 조카딸이자 천주교탄압을 고발하는 백서를 저술한 황사영의 아내이다. 황사영이 백서사건으로 순교를 하게되고, 그의 아내인 정마리아는 제주도로 유배되어 관비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정난주마리아는 제주가 맞이한 첫번째 천주교인으로 기록되고 있다. 130여년동안 묻혀있다가 1970년대에 수소문끝에 묘를 찾아 순교자 묘역으로 단장했고, 1994년 제주도의 신자들이 대정성지로 조성하였다.

 

올레길 위에는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이한 지형이나 숲길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해안 절벽 위로 이어진 큰엉알길, 내륙으로 들어서면 만나는 오름과 곶자왈이 그것이다. 곶자왈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숲길이다.

 

무릉곶자왈에 대한 설명이다.

한라산 화산이 분출하면서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덩어리로 포개져 요철(凹凸)지형이 만들어지고, 나무 덩굴식물등이 뒤섞여 원시숲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제주 고유어로 곶자왈이라고 한다. 제주곶자왈의 면적은 3,400여만평으로 제주도 면적의 6%에 이른다.

제주 동부에 조천-함덕 곶자왈, 구좌-성산 곶자왈이 있고, 서부지역에 한경-안덕 곶자왈, 애월 곶자왈 등 4군데에 분포되어 있다. 이곳은 안덕-한경 곶자왈에 속한다. 용암의 표면이 밋밋하고 작고 원만한 언덕들이 잘 발달한 지형으로 표면에 밧줄 또는 파도 모양의 무늬가 잇는 용암으로 되어 만들어진 숲을 파호이호이곶자왈이라 한다. 이지역의 숲은 대부분 인위적인 교란이 일어나 후에 나타나 종가시나무 맹아들의 경쟁으로 만들어진 숲이라 볼 수 있다. 지하수 함량이 풍부하고 보온,보습효과가 뛰어나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이다. ………”

곶자왈에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오후 내내 걷다보니 발걸음도 무거워지고 비슷비슷한 주변 모습들이 느리게 지나쳐가다보니 지루함이 찾아올 무렵이었다. 곶자왈에서 우리는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따가운 햇살을 우거지 나무들이 가려주고, 넉넉히 조성된 오솔길은 걸음걸음을 옮기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시간반가량을 걷고 나니 새롭게 힘이 돋는다.

 

무릉 곶자왈이 끝나고 다시 도로로 나섰다. 올레 11코스 종점, 무릉생태학교에서 11코스 완주 스탬프를 찍고 났는데 해는 아직 중천에서 우리를 내리쬐고 있다. 개스트하우스에서 아침겸 먹은 샌드위치가 이미 소화된지 오래다. 배고픔이 몰려오는데 주변에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12코스 중간 스탬프 구간까지 목표하였으나 오늘은 여기서 일정을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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